붉은 죽음의 가면 기담문학 고딕총서 2
에드거 앨런 포 지음, 김정아 옮김 / 생각의나무 / 2007년 4월
평점 :
품절


  예전에 얇은 <포 단편선>을 통해 <검은 고양이>, <모르그 가의 살인>, <도둑맞은 편지>와 같은 애드가 앨런 포의 대표작들을 읽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번역이 이상해서 그런지 썩 재미있다거나 무섭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었다. 그렇지만 기왕 읽은 김에 애드가 앨런 포의 <우울과 몽상>도 읽어볼까했지만 그 또한 번역이 영 시원찮다는 소리에 망설였다. 그렇게 애드가 앨런 포에 대한 갈망이 사그라들 무렵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고딕총서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이 책은 그 이름답게 내용뿐만 아니라 삽화에서도 고딕소설다운 면모를 보이고 있었다. 

  고딕소설이란 18세기 중엽에서 19세기 초기에 걸쳐 유행한 영국 소설로, 중세의 고딕식 고성을 배경으로 대개 황폐한 저택, 어두운 숲, 구불구불한 계단, 비밀 통로, 고문실이나 괴물의 형상, 저주 등의 초자연적이고 기괴한 이야기를 통해 독자에게 신비감과 공포감을 주는 일련의 소설이라 할 수 있다. 고딕소설은 억압된 사회에 대한 반발의 의미로 생겨난 장르라 할 수 있다. 애드거 앨런 포는 고딕소설이라는 장르의 분위기를 통해 독자의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는 작가였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그의 작품을 통해 본격적인 장르소설이 시작되었다는 의의도 들 수 있겠지만.

  이 책에는 총 14편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제각각 이야기의 소재나 내용은 달랐지만 책을 읽으며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먼저 인물의 세밀한 묘사를 들 수 있다. 그의 이야기 속에서 대상이 되는 인물들은 마치 한 폭의 초상화를 설명하는 것처럼 세세하게 설명이 되어 있었다. 그의 묘사를 듣고 상상을 통해서 그 형상을 통해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는 이야기도 있었다. (M. 발드마 사건의 진실, 붉은 죽음의 가면, 리지아, 고자질쟁이 심장 등) 또 다른 공통점으로는 모두 어두움을 간직한 인물들이었다는 점이 있었다. 이야기 속에 나오는 인물들은 강박증 혹은 피해망상증과 같은 일종의 신경증을 앓고 있는 인물들이었다. 주위 사람에게는 들리지 않는 소리를 듣기도 하고,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기도 한다. (고자질쟁이 심장, 윌리엄 윌슨 등) 마지막으로 사회에 대한 풍자적 성격이 눈에 띄었다. 폴짝-개구리나 붉은 죽음의 가면에서처럼 폭군에 가까운 인물을 처단하는 모습에서 그런 면을 엿볼 수 있었다. 

  책을 다 읽고 마지막에 있는 옮긴이의 글을 읽자니 그의 소설이 왜 그런 성향을 띠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의 삶과 그의 이야기는 묘하게 맥이 닿아있었고, 그런 의미에서 보면 비현실적인 것만 같았던 이야기는 되려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현대 공포소설처럼 인간의 심리를 자극해 공포감을 불러일으키는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되려 그 음습한 분위기가 주는 공포, 그리고 두려움이 느껴졌던 이야기였다. 이 책 한 권만으로 애드거 앨런 포에 대해 판단하는 것은 역시 무리겠지만, 언제 기회가 닿으면 다시 그의 다른 작품들에 도전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덧붙여 책의 내용과 상관없지만 책의 판형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책갈피 역할을 해주는 책실도 없었고, 양장본인데 책과 책등이 붙어있는 형태라 쫙 펴지지 않아서 책장을 넘기다가 실수로 책을 덮었던 것이 몇 번이나 됐다. 그냥 겉으로 보기에는 괜찮았지만 가독성은 썩 좋지 않았다는 점이 아쉬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