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전공으로 하는 안젤라. 그녀는 영상폭력과 관련한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논문에 쓸 영화를 구하기 위해 그녀는 지도 교수님께 부탁을 하기도 하고, 같은 과 학생인 케마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한다. 한 편, 그녀의 자료를 찾아주기 위해 교수님은 영상실에 가게 되고, 그 곳에서 한 비디오를 보다가 죽은 채로 발견된다. 교수님의 죽음을 확인한 안젤라는 그가 보고 있던 비디오를 몰래 가져와 보게 되고, 그 비디오가 실제 살인 사건을 담은 영화(스너프 무비)임을 알게 된다. 이에 케마와 함께 범인의 행방을 추적하게 되며 둘은 들어가서는 안되는 영역까지 들어가게 되는데...

  사실 오늘 날 영화는 지나치게 폭력적이다. 그런 영화를 통해 관객들은 대리만족이나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영화 속의 행동을 답습하고, 폭력을 자주 보게 되면서 오히려 그런 폭력에 신경이 무뎌지는 악영향도 있다. 이 영화는 비록 10여년 전에 나온 영화지만 영화의 폭력성이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 잘 보여주고 있다. 이후 마주하게 된 범인은 '관객들이 보고 싶어하는 것을 보여줄 뿐'이라며, 자신이 그런 영화를 만드는 것이 결국 관객들이 그런 영상을 요구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폭력적 영상에 익숙해진 관객의 역치는 계속 높아져가고 관객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서는 점점 더 폭력적인 영상이 등장할 수 밖에 없다. 심지어 폭력적인 영상을 좋아하지 않는 주인공도 정작 영화의 첫 장면에서 지하철에서 사고가 났을 때는 그 광경을 보고자 했다는 점과 스너프 필름의 소리만을 듣고 있는 모습 등을 보여준다. 이것으로 미뤄보아 감독은 모든 인간에게는 기본적으로 폭력성과 관음성이 내재되어 있다고 본 것 같다.

  스너프 필름을 소재로 하고 있기 때문에 다소 자극적일 수도 있었지만 이 영화는 스너프 필름의 영상을 직접적으로 보여주기보다는 음향적 효과나 분위기를 통해 오히려 더 긴장감있고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나타내준 것 같다. 누가 범인인지,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끝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에 관객들도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것 같다. 영화를 볼 때는 여느 헐리우드 스릴러물보다 재미있다는 생각을 했지만 정작 영화를 다 보고나서는 미디어의 폭력성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만들어줬다. 스릴러물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접해봄직한 영화.

  여담이지만 케마 역을 맡은 남자가 얼핏 조니 뎁과 비슷한 분위기라 순간 헷갈리기도 했던. 그리고 예전에 같은 감독의 <오픈 유어 아이즈>는 꽤 지루하게 봤었는데 이 영화를 보니 다시 한 번 그 영화를 찾아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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