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요괴문화 - 그 생성원리와 문화산업적 기능
중앙대학교한일문화연구원 엮음 / 한누리미디어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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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날 일본의 요괴는 전통적인 요괴의 모습을 유지하면서 일본문화의 아이덴티티를 드러내는가 하면, 끊임없이 새로운 모습의 요괴를 생성 아니 창작하고 있다. 요괴는 허황한 것, 허튼 것, 비과학적인 것이라 해서 물리치고 배격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상상력의 또 하나의 표현양식이라는 관점에서 요괴를 긍정적으로 해석하며, 나아가 여러가지 방식으로 요괴를 즐기는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더러는 문화산업으로 응용되어 세계시장에 진출하기도 하고, 국내에서도 마이너스적인 힘을 해소하는 분출구로서의 역할도 하게 된다. -2~3쪽

 요괴는 창조하는 것이지만, 전혀 없던 것을 만들어낸다기보다 이미 있던 사물이나 인간의 보편적인 모습을 일그러뜨리거나 축소하거나 반복하거나 뒤틀어 놓음으로써 새로운 요괴를 생성한다. 물론 이 과정에 일본인의 미의식이나 기존의 요괴관이 개입된다. -24쪽

 '요괴'를 정의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 그러나 생각만 하는 것보다는 이것을 우선 글자 그대로 이해하여 '이상한 것'이나 '이상한 일' 즉 '괴이'라고 평이하게 이해해 두는 것이 무난할 것이다. '요괴'라는 말은 중국에 기원을 두는 말이다. 한서에 '도읍에 요괴가 있어'라는 기록이 있다. 이는 바로 위에서 말하는 요괴이다. 즉 불가사의한, 불가해한, 괴이한 일이 일어났다는 정도의 의미이다. 그 현상이 어떤 현상이며 그 정체(원인를 당시의 고대 중국인이 어떻게 생각했는지 알 수 없다. 이 말이 일본에서 처음 쓰인 것은 <속일본기> 777년 3월 19일 조에 보이는 "크게 부정을 물리쳤다. 궁중에 빈번히 요괴가 나타나기 때문이다"는 기록이다. 이 '요괴'의 원인은 아마도 '오니'의 탓이라고 여겼던 것이라 생각된다.
 즉 사람에게 '이상하다'든가 '불가사의'라고 생각되는 것은 모두 '요괴'라는 라벨을 붙여도 문제가 없었던 것이다. 예를 들면 집안에 '이상하다'고 생각되는 '소리'가 나면 그것은 그 자리의 '요괴'가 된다. 또한 가족 가운데 한 사람이 '이상하다'고 생각되는 '얼굴'이나 '몸짓'을 하면 이것은 그때의 '요괴'가 된다. 즉 '요괴'란 사람의 인식체계나, 이해할 수 있는 지식의 체계로부터 일탈된 것 모두를 가리키게 된다. -31쪽

오니 기와에도 화장- 보기 흉한 여자라도 화장을 하면 예쁘게 보인다는 말이다. 오니 기와(鬼瓦)는 귀신 얼굴 모양의 기와로 무섭고 거친 형상이다. 우리 속담의 '쇠말뚝도 꾸미기 탓이다'와 비슷하다. -63쪽

시누이 하나는 천 마리의 오니와 싸우기 - 며느리로서는 단 한 사람의 시누이라도 오니 천 마리와 상대하는 것만큼 귀찮고 짜증나는 일이라는 비유이다. 며느리로서 시누이와의 갈등은 엄청난 시련이라는 점은 우리나라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시누이에 대한 적개심은 오니와 비교되기도 하였음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65쪽

백귀야행이란 간단히 말하자면 백가지 귀신 도깨비가 밤길을 가는 모습이라는 뜻인데, 온갖 귀신들이 나와 행진을 하는 그림책이다. 전해져 오는 요괴이야기들을 시각화시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는 제목처럼 수 많은 요괴가 그려져 있다.
에도시대 이전부터 이처럼 두루마리 그림으로 요괴들이 많이 그려졌다. 기물이 오랜 시간 흐른 다음에 변신하여 정령이 되어 사람의 마음을 미혹한다는 '쓰쿠모가미'를 그린 두루마리 그림도 있다. 쓰쿠모가미란 기물이 오랜 시일을 거쳐 혼을 갖게 된다는 생각에서 기물이 변신한다는 생각으로 만들어졌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설날을 앞두고 오래된 기물을 밖에 버리는 습속이 있다. -10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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