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엉뚱한 이라부의 처방

면장 선거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7년 5월

  오쿠다 히데오의 <면장선거>는 <인 더 풀>과 <공중그네>의 연장선에 놓이는 작품이다. 기존에 이라부를 한 번쯤 만나봤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키득거리며 이라부의 기행(?)을 즐겼을 것이다. 이 책에서도 이라부와 간호사인 마유미의 좌충우돌 정신과 치료는 계속되고 있다. 

  첫번째 이야기인 '구단주'에서는 일본 최고의 발행부수를 자랑하고 있는 신문사의 사장이자 인기 야구단의 구단주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일흔이 넘은 나이이지만 은퇴하지 않고 여전히 현업에 종사하는 주인공 다나베 미쓰오. 그는 프로야구 구단 합병 문제와 관련해 '나베맨'으로 불리며 언론의 집중 공격을 받는다. 남 앞에서는 호랑이같은 그이지만 어둠을 두려워하고 카메라 플래쉬 세례에 패닉장애를 보이기까지한다. 그런 그가 우연히 이라부의 진단을 받게 되는데...

  두번째 이야기인 '안퐁맨'에서는 IT 벤쳐 사업가인 안포 다카아키가 등장한다. 언젠가부터 단어를 까먹는다던지, 히라가나를 제대로 쓰지 못하게 된 그를 걱정한 비서는 강제로 이라부의 병원에 그를 데리고 간다. 그런 그에게 이라부는 청년성 알츠하이머라는 진단을 내리게 된다. 크게 반발하며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했던 그가 이라부식 치료를 받으며 자신의 승부욕을 불태우며 다시금 정상으로, 아니 이라부를 만나기 전보다 훨씬 성숙해진 모습이 되는데... 과연 이라부는 어떤 치료법을 쓴 것일까? 

  세번째 이야기인 '카리스마 직업'에서는 마흔이 넘어 느즈막히 톱스타자리에 오른 여배우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녀가 톱스타 자리에 오른 것은 다른 여배우들처럼 세월 앞에 무릎을 꿇지 않았기때문. 별다른 노력 없이 댄스 강좌를 통해 만든 몸이었지만 정작 톱스타의 자리에 오르자 그녀는 남에게는 잘 보이지 않는 주름 하나에 신경쓰고, 높은 칼로리의 음식때문에 조금이라도 살이 찌지 않을까하는 강박관념에 시달리게 된다. 어쩌다 고칼로리의 음식을 먹으면 어쩔 줄 몰라하며 어떻게든 칼로리를 소비시키려고 미친듯이 땀을 흘리는 그녀. 그녀의 조급한 마음을 덜어주기 위해 이라부가 처방한 것은? 

  사실 마지막 이야기인 '면장선거'는 읽기 전엔 이라부가 면장선거에 출마한 줄 알았었다. 하지만 정작 이야기를 읽어보니 이라부는 면장선거때문에 전쟁과 다름없이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외딴 섬에서 노인전문 요양시설 계획을 공약으로 내세우기 위해 양 쪽에서 로비를 받는 역할이었다. 양측의 물량공세 속에서 되려 이라부는 엉뚱한 해결책을 내놓는데...

  이 책에 나오는 인물들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인물들이다. <인 더 풀>이나 <공중그네>의 인물들은 뭔가 허구적인 냄새가 풍겼다면 이 책 속에 나오는 인물들은 우리가 뉴스나 신문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인물들이 등장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야기자체가 실존 인물에서 모티브를 따와서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패러디의 대상이 된 인물이 아무리 일본의 유명인사라고 하지만 일본사회에 대해서는 잘 모르기때문에 실존인물들이 어떤 분위기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들의 모습이 우리나라의 유명인사와 제법 잘 매치가 되고 있기 때문에 연결지어서 바라보는 재미가 있었다. (이명박과 황신혜가 가장 먼저 떠올랐던.) 또, 이들이 유명인이라고는 하지만 인간의 본성과 관련한 고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인 독자들도 공감할 내용이 많았다. 특히 '카리스마 직업'에 등장한 여배우의 경우에는 지금도 다이어트에 목숨을 걸고 있는 수많은 여자들에게 큰 공감을 사지 않을까 싶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자신이 가진 것을 놓지 못해서 정신적인 병을 앓게 된다. 무소유라는 것이 말이 쉽지 그리 쉽지만은 아니기에 누구나 자신이 갖지 못한 것에 대해 갈망하고, 자신이 갖고 있는 것을 놓칠까 끙끙거리는 것이다. 현실에서는 이런 고민을 겪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라부의 처방을 통해 잠시나마 대리만족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여전히 엉뚱하고 능글맞은 이라부와 심드렁하지만 마음씨는 착한 마유미의 유쾌한 이야기였다. 개인적으로는 이라부에 대한 기대가 컸기 때문인지 다소 아쉬움이 남았지만 재미있게 읽어갈 수 있었던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