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 에비앙
요시카와 도리코 지음, 박승애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2월
평점 :
절판


  다소 독특한 제목의 이 책을 봤을 때는 엉뚱하게도 '에비앙'이라는 생수를 떠올렸더랬다. 물론, 실제 의미는 good morning everyone을 엉뚱하게 발음한 것이라 전혀 상관은 없었지만. 빨간 배경에 왠 소녀가 세일러복을 입고 있는 표지는 만화같은 느낌을 풍겨주고 있었다. 표지만 봐도 '전형적인 일본소설이겠군'이라는 느낌이 풍겼는데, 아니나 다를까 가볍고 키득거리며 읽을 수 있는 소설이었다.  

  파친코 프로였던 펑키소녀, 현재는 미혼모, 자칭 '영원한 스물네 살'의 엄마 아키. 지금은 평범한 사무직 회사원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그 내면에는 아직까지 잠들지 않은 열정이 살아있다. 그리고 15년 간 엄마의 애인으로 함께 살고 있으면서 품위라곤 약에 쓸래도 없는 중졸 학력의 만년 건달(폭력은 쓰지 않는다만), 자칭 '영원한 루드보이'인 야구. 그 둘과 함께 살아가는 애어른같은 분위기의 딸 핫짱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 서류상으로는 아무 관계가 없는 남남이지만 그 어느 가족보다 서로를 이해하고 있는 그들. '재미만 있으면 만사 오케이'라고 외치며 하루하루를 즐겁게 살아가던 그들의 생활에서 갑자기 야구가 1년 간 호주로 워킹 홀리데이를 다녀오곤 이민을 가자고 한다. 별다른 이유는 없었지만 어느 새 이 가족은 호주로 이민을 가기 위해 준비를 하나씩 해나가기(?) 시작하는데... 과연 이 엉뚱한 가족은 어떻게 될런지.

  일본에서 드라마로 만들어진 바 있다고 하는데 책을 읽다보니 드라마의 소재로 제법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중그네>와 같은 코믹의 경지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군데군데 키득거리며 읽을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 단순히 활자로 만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영상을 통해 접한다면 더 웃길 것 같은 상황들이 들어있었기 때문에 책보다는 오히려 영상으로 접하면 더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그렇다고 재미가 없었다는 건 아니지만)

  호주로 이민을 간다고 했을 때 야구의 친구들은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부러워한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 비주류적인 사람들의 관점이었을 뿐, 주류의 그들은 그들이 왜 호주로 이유도 없이 이민을 가려고 하는지,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왜 무모하게 떠나는 것인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말릴 뿐이다. 즐겁게 사는 것을 최고로 여기는 이 가족은 주류의 인간의 눈에서 보면 '정신 나간 가족'일 뿐이다. 하지만 이 가족은 다른 어떤 가족보다 끈끈한 정과 유대감을 가지고 있다. 겉으로 보기엔 콩가루 집안처럼 보일 뿐, 오히려 이상적인 가족과 더 가까운 것이다. 겉으로 보기엔 정상적으로 보이지만 가족 간의 정이 부재한 것보다 이 편이 더 낫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적인 문제로 다룰 법한 점들이 있었지만 그것을 전면에 드러내지 않고 에둘러 보여줌으로 뭔가 진지한 맛은 떨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지겨운 일상에서 이런 코믹소설을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특한 캐릭터들의 모습과 일상적이면서도 유쾌한 에피소드들이 잘 섞인 책이었다. 언제 기회가 닿거들랑 드라마로도 한 번 봐야겠다는 생각이.  


요건 일본 드라마 홈페이지에서 데리고 온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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