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을 지탱해주는 힘은 무엇일까.

바람에 휘날리는 비닐 시트
모리 에토 지음, 김난주 옮김 / 시공사 / 2007년 1월

  일본문학을 선택할 때 하나의 척도로 사용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나오키 상'이다. 2006년에 나오키상을 수상한 이 책에 대한 기대도 그만큼 컸었다. 게다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권신아씨의 일러스트로 예쁘게 꾸며진 책은 정말 안 읽을 수 없게 만드는 뭔가가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샤방샤방한 이미지와는 달리 이 책은 제법 진지한 이야기들이 들어있다. 역자의 말을 빌리자면 '모범적인 소설집'이라는 느낌이 잔뜩 풍겼다.

  이 책에는 총 6편의 단편이 실려잇다. 각각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각기 다른 삶을 살고 있었지만 그들은 공통적으로 자기 자신에게 충실하려고 하고, 또 자신만의 삶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 예를 들어, <그릇을 찾아서>의 주인공은 상사의 명령으로 미노 자기를 얻기 위해 크리스마스 이브에 출장을 가게 된다. 처음에는 빨리 미노 자기를 구해 도쿄로 돌아가 애인과 크리스마스를 보내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정작 미노 자기를 찾아나서는 과정에서 자신의 마음에 드는 그릇을 찾기 위해 신중을 기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저 복숭아 푸딩을 담을 그릇일 뿐이지만 복숭아 푸딩의 아름다움을 살릴 수 있는 그릇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또, <종소리>에서 주인공은 비록 원형과는 다른 느낌이지만 불상을 복원하며 자신의 손으로 그 어떤 절의 불상보다 아름다운 불상으로 복원시키겠노라며 다짐을 한다. 표제작이기도 한 <바람에 휘날리는 비닐 시트>에서는 국제연합난민고등판무관에서 일하는 에드라는 사람을 통해 자신보다 타인을 위해사는 삶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삶이 아무리 힘들지라도 그 속에서 자신의 원동력이 되어주는 것.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제각각의 형태지만 모두 그것을 가지고 있다. 남들이 뭐라고 해도 자신의 의지를 밀고 나갈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부러운 일이다. 자신이 어떤 삶을 살고 싶어하는지, 자신이 왜 그 일을 하고 싶어하는지에 대해서도 미처 깨닫지 못한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는 많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며 과연 나를 움직여주는 힘은 무엇인가. 나는 그것을 위해 책 속에 나오는 그들처럼 무엇을 포기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목이나 표지에서 주는 봄의 상큼함보다는 겨울이 가고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릴 때쯤에 더 어울리는 듯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