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백한 말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50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권순홍 옮김 / 해문출판사 / 198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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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책의 머리말에도 나오다시피 이 이야기를 간단하게 풀어 나간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다시 말해서, '처음부터 시작해서 끝까지 이어나가다가 끝마친다' 이런 방식으로는 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시작이 어디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두 가지 시작점 중에 한 곳을 잡고 화자는 자신이 본 이야기부터 풀어가기 시작한다.

  우연히 첼시의 한 식당에서 여자 둘이 치고 받고 싸우는 장면을 보게 된 마크 이스터브룩. 머리가 한 움큼 뽑힐 정도로 격하게 싸우는 모습을 인상깊게 보지만 얼마 뒤 신문에서 그녀가 죽었음을 알게 된다. 그 때까지만 해도 별다르게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창백한 말'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되고, 경찰의가 된 대학 동창생인 코리건과 만나 그가 맡은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창백한 말'에 대한 궁금증은 점점 커져가고 마크는 개인적으로 이 일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고, 여기에 진저라는 여자와 함께 '창백한 말'에 대해 위험한 도박을 시작하는데...

  이 책은 얼핏 보면 주술로 청부살인을 하는 듯한 분위기를 풍긴다.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이지만 마녀의 저주로 죽음에 이르는 사람들의 이야기라 할 수 있다. (물론, 사인은 자연사로 보이지만) 과연 사람의 내면에 잠자고 있는 죽음에 대한 본능을 깨워 스스로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는 것일까? 아니면, 우리가 알지 못하는 무엇인가가 숨어있는 것일까?

  이 책은 애거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 가운데에서도 꽤 독특한 이야기가 아닌가싶었다. 실제 강령술의 장면을 글로 옮겨 놓는다는 점이 특히 인상깊었던 것 같다. 여기에 애거사 크리스티의 분신이라고 할만한 올리버 부인(그녀도 작가이다)이 등장해 책을 보는 또 하나의 재미를 더해주는 것 같다. 다소 소름끼치기도, 오싹한 기분도 들었지만 재미있게 읽어갈 수 있었다. 전체적인 이야기에서 결말이 너무 짤막한 게 아닐까 싶은 느낌도 없지 않았지만 워낙에 독특한 소재라 인상이 강하게 남은 듯 싶다. 마지막엔 역시 애거사 크리스티 특유의 로맨틱한 결말로 끝나서 왠지 모를 웃음이 나긴 했지만 꽤 만족스러웠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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