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미오와 줄리엣 - Shakespeare's Complete Works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이윤기.이다희 옮김 / 달궁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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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벌어진 난동은 증오가 부린 것이지만, 사랑이 부리는 난동은 이런 정도가 아니야. 그렇다면 왜, 소란스런 사랑이여, 사랑스런 증오여, 무(無)에서 나온 최초의 존재여, 무거운 가벼움이여, 실속 있는 허영이여, 겉으로는 멀쩡한 형태들로 이루어진 일그러진 혼동이여, 납으로 된 깃털, 투명한 연기, 차가운 불꽃, 병든 건강, 잠이기를 거부하는 늘 깨어 있는 잠이여! 왜 나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고 있는 겁니까. -50~1쪽

사랑이라는 건 그래서 늘 문제라니까. 내 슬픔의 무게만 해도 가슴이 무거운데, 자네 사랑이 그 위를 또 짓눌러야 하는가? 슬픔에 담긴 나를, 자네는 사랑으로써 더 슬프게 만들고 싶은가? 사랑은 한숨의 기운으로 만들어진 연기라서, 그 연기가 걷히면 사랑은 연인의 눈 속에 반짝이는 불꽃이 되는 법. 그 연기가 자욱해지면 사랑의 눈물로 가득 채워진 바다가 되는 법. 그밖에 또 뭐가 있겠나? 신중한 광기, 숨을 멈추게 하는 독약과 삶을 부지하는 감미로움이지. -51쪽

그대의 이름만이 나의 원수일 뿐. 그대가 몬타규든 아니든. 그대는 변함없이 그대입니다. 몬타규가 별 것입니까? 몬타규는 손도 발도 아니고 팔도 얼굴도 아니며 몸 어디에 붙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아, 다른 이름을 가지세요! 이름이 별것인가요? 우리가 장미라 부르는 것은 어떤 이름으로 불리든 그 향기에는 변함이 없지 않아요? 로미오 역시 로미오라 불리지 않아도 간직하고 있는 미덕은 어디 가는 것이 아니잖아요. 로미오, 그대 이름을 버리세요. 그리고 그대와 아무 상관없는 그대 이름 대신 내 전부를 가져가세요. -94~5쪽

극단적인 기쁨은 극단적인 종말을 맞는 법이다. 불과 화약이 만나면 그 절정에서 소멸하는 법이다. 꿀도 너무 달면 쉬 질리고 결국 입맛을 버리게 된다. 그러니까 적당히 사랑하게. 긴 사랑은 그리한다네. 너무 서두르면 천천히 하는 것만도 못해. -1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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