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다리쿠치곤 조금 약한 느낌

네버랜드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6년 12월

 그동안 얼굴은 알고 지냈지만 딱히 친한 관계는 아니었던 세 명의 남학생. 겨울방학을 맞아 다른 친구들은 모두 집으로 돌아갔지만 이들은 저마다의 사정으로 기숙사의 머물고 있다. 달랑 셋만 남은 탓에 함께 부비적거리며 새로운 관계를 시작한다. 그리고 여기에 기숙사생은 아니지만 여기저기 참견을 잘 하기로 유명한 한 남학생도 합세하여 네 남학생은 크리스마스를 전후하여 새해까지 일주일 간의 합숙생활을 시작한다. 그리고 그들이 가슴 깊이 묻어둔 어두움을 꺼내기 시작한다.

  일단 합숙을 하며 비밀이 밝혀진다는 이야기인 <굽이치는 강가에서>와 이 이야기는 비슷한 편이다. 하지만 이 책은 긴장감도 좀 떨어지는 편이었고, 반전이랄까 그런 면에 있어서도 좀 아쉬움이 남았던 책이었다. 사실 온다 리쿠의 책은 한 번 잡으면 푸욱 빠져들어서 다른 일도 하지 않고 내리 다 읽었는데 이번 책만큼은 왠지 느슨해진 마음에 중간중간 쉬어가면서 봤을 정도였다. 물론, 다른 작가들의 책보다는 재미있는 편이었지만 왠지 온다 리쿠에 대한 기대감이 살짝 무너진 것 같은 책이었다.

  사실 책의 제목을 처음 보고 피터팬이 살고 있는 네버랜드를 떠올렸다. 늘 성장하지 않고 어린아이로 살아가는 피터팬. 이 세상에는 없을 것 같지만 존재하는 장소. 기숙사에서 방학을 보내는 네 소년의 네버랜드는 기숙사이다. 그들에게 마지막 도피처가 바로 이 기숙사인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이 기숙사에서 살면서 피터팬처럼 계속 어린아이로 살아가지 않는다. 기숙사 생활. 그 중에서 많은 사람들을 떠나보내고 합숙처럼 네 소년이 함께 부딪히는 동안 이들은 분명 소년에서 어른으로 조금은 옮겨간 기분이 든다.

  기존에 읽은 <밤의 피크닉>이나 <굽이치는 강가에서>와 같은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삼은 책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 책들보다는 좀 부족함이 많이 느껴졌던 책이었다. 물론 100여권에 가까운 책을 펴냈다고 하니 다소 실망스러운 작품도 있을 법하지만 그 시기가 조금은 빨리 온 듯한 느낌. 곧 읽게될 <삼월은 붉은 구렁을>의 연작소설들에 조금 더 기대를 걸어봐야할 듯 싶다. 여러모로 아쉬움은 들었지만 그래도 읽는 동안 왠지 모를 아련함을 느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온다 리쿠를 조금 용서해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