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의 성정치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18
한서설아 지음 / 책세상 / 200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여성은 크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 여성, 다이어트를 할 생각인 여성. 다이어트는 물론 한국에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닌 전세계적인 문제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세계 그 어느나라보다 우리나라에서 다이어트의 열풍은 크다. 왜 다이어트를 하고 싶냐는 질문에는 '자기 만족을 위해', '예쁜 옷을 입기 위해'와 같은 대답을 하는 그녀들. 그들이 다이어트를 하는 이유는 무엇이고, 왜 이런 일이 종교적 신념처럼 퍼져갔는가에 대해 생각해보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저자는 우선 여성들이 다이어트에 왜 목숨을 거는지에 대해 역사적인 흐름부터 짚고 넘어간다. 밀로의 비너스를 비롯한 숱한 미술 작품들 속에서 여성은 둥글둥글하고 지금의 관점으로 보면 '다소 살찐' 체형으로 많이 등장한다. 이런 그림이 나온데는 사회적인 배경도 한 몫을 했다. 살찐 체형을 벗어나야할 악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런 체형이 부유함의 상징으로 더 좋게 보았기때문이다. 우리나라만해도 보릿고개 시절에는 포동포동한 여성을 '맏며느리감'이라고 했고, 너무 마른 여성은 왠지 가문의 대도 제대로 잇지 못할 것 같은 여성으로 보았다. 물론, 이러한 배경에는 여성이 '사회적인 존재'로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가정의 대를 잇는 존재'로 살아갔다는 점도 한 몫을 한다. 여성의 다이어트 문제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지면서 더욱 더 불거진 것이다.

  취업을 앞둔 많은 여성들은 다이어트를 비롯해 성형수술을 통해 좀 더 예뻐지고자한다. 남성에게는 학점이나 학벌, 능력이 중요하다면 여성에게는 여기에 외적인 매력도 하나의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외모 자체가 하나의 경쟁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몸을 사랑하지 못하고, 자신의 몸을 타인의 것처럼 바꾸어 그 곳에서 만족을 얻는 많은 여성들. 자기 자신의 모습에 만족하지 못하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여성들이 이 사회에는 얼마나 많은가! 하지만 이것은 여성 스스로가 만들어냈기보다는 '살아남기 위해서' 행해지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도 이 사회를 살아가는 여성으로 다이어트와는 끊을 수 없는 고리를 갖고 있다. 하지만 이 얄팍한 책을 통해 '다이어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됐고, 좀 더 나를 사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많은 여성들은 자신의 몸과 전쟁을 치르고 있다. 여성을 바라보는 사회의 눈이 바뀌지 않는한 그들의 전쟁은 계속될 것이다. 그 전쟁을 어떤 자세로 받아들이느냐는 여성. 개개인의 몫이 아닐까 싶다.

  이미 많은 매체를 통해 접할 수 있었던 내용을 모아놓은 책이긴 하지만 그런 다양한 내용을 다이어트라는 주제로 묶어 살펴볼 수 있었던 좋은 계기였던 것 같긴 하다. 실제 다이어트를 하는 여성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딱딱함을 벗어났고, 크게 어려운 내용은 없어서 읽기는 수월했던 것 같다.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단순히 '음식'만으로 살을 빼려는 여성들의 모습만 바라본 것 같다는 점이었다. '건강한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 여성들의 예를 들어서 보여줬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