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진 거울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43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가형 옮김 / 해문출판사 / 198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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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와로의 거만함보다는 미스 마플의 소박함을 좋아해서인지 이왕이면 미스 마플을 선호하는 편이다. 이 작품은 내가 나름의 호감을 표시하는 미스 마플이 등장하는 이야기이다. 책에서는 <목사관 살인사건>과 <서재의 시체>를 언급하고 있는데, 그 중 <서재의 시체>는 아직 읽어보지 못한 관계로 뭔가 좀 아쉬움이 남았다. 혹, 아직 이 책을 읽기 전이라면 <목사관 살인사건>과 <서재의 시체>를 먼저 읽어볼 것을 권하고 싶었다.

  조용한 세인트 메어리 마을. 이 곳에도 개발의 열풍이 불어 획일적인 주택단지가 생기기도 하고, 쓸만한 하녀를 구하는 것도 어려워진다. 이런 시대에 대해 한탄을 하는 미스 마플. 게다가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인지 뜨개질을 하다가 코를 빼먹기도 하고, 의사로부터 혼자 있으면 안된다고 간호원과 함께 생활을 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런 생활을 하던 중, 마을에 있는 고싱턴 홀(목사관 살인사건과 서재의 시체의 배경)에 유명한 여배우가 이사를 온다. 그리고 집들이와 같은 파티를 열던 날 마을에 사는 한 여자가 그곳에서 독살된다. 아무런 원한이 없어보였던 여자가 죽은 것으로 보였던 사건은 알고보니 여배우를 노린 것임이 드러난다. 하지만 좀처럼 사건의 진상은 밝혀지지 않는데... 미스 마플은 이번에도 사건을 꿰뚫어볼 수 있을까?

  책 뒤에 보면 이 책은 크리스티 여사의 작품 중에서 베스트 20에 꼽히는 작품이라는 설명이 있다. 책을 읽으면서 내내 긴장감을 늦출 수 없었고 마지막 반전(?)에는 왠지 모를 안타까움까지 들었다. 책의 처음에 등장하는 앨프레드 테니슨의 시인 '레이드 샬럿'의 구절 하나가 이 책의 내용을 관통하는 듯 하다. '거미줄이 넓게 쳐졌도다. 거울은 반쪽으로 깨졌도다. "나에게 저주가 내렸어"하고 레이디 샬럿이 울부짖었도다.' 다소 모호해보이는 구절이지만 책을 읽게 되면 이 시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느낄 수 있게 될 것이다. 약간은 내용을 떠벌려놓고 수습하지 않은 듯한 느낌도 있었지만(여배우가 입양한 자식들의 이야기는 좀 빈약하지 않았나 싶었고, 후반부에 죄없는 남자를 체포한 점 같은 부분도 좀 내용과 엇박자를 이루는 것 같았다.)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인간의 본성에 대한 통찰력을 잃지 않은 미스 마플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영화로도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기회가 닿으면 접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에서 여배우 역이 엘리자베스 테일러라고 하는데 왠지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책의 내용과 별개로 아쉬운 점이라면 책을 읽으면서 오타가 몇 군데 있어서 눈에 거슬렸고(내가 읽은 건 2000년에 찍은 중쇄였다.) 맞춤법에 있어서 '-습니다'가 '-읍니다'로 나온 곳도 몇 군데 눈에 띄었으며, 번역이 이상하게 된 부분도 2~3군데 정도 있었던 점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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