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 중에 자신의 현재를 점검한다는 의미다. 적어도 나에게는. 친구와 이야길 하다가, 언제 어떻게 정리되었는진 모르지만 최근에 내가 삶에서 받은 느낌이나 생각이 말로 되뇌어진다. 그러면 그때서야 '아.... 내가 이런 생각을 다했어? 아, 그래...?'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래서 나는 절친한 친구와의 만남이 늘 기대된다. 이번엔 내가 어떤 이야길 하게 될까, 뭐가 젤 좋았다고 말할까? 이런 기대. 나에 대해서는, 혹은 내가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는 잘 꾀고 있으리라 오판하기 쉽지만 나는 친구를 만나기 전까지 결코 뭘 느끼고, 보고 생각하는지 정확히 모른다.
오늘은 "약삭빠른 요즘 여자애들"에 대해서 이야길 나눴다. 친구는 "사장의 애인은 대개가 젊고 예쁜 것들이야. 걔들은 그런 식으로 권력을 쉽게 얻지. 일은 남보다 덜 하지만, 누구보다 더 인정받는 애들.. 그런 얘들을 보면 허탈해져."라고 말했다.
나는 "그애들을 보면 나는 재밌어. 걔들은 어떤 점에서는 나보다 스킬이 좋은 애들이거든. 걔들이 그렇게 사는 건, 어떤 뜻이 있어서거나 뭔가 (사장에 대해서 또는 집착하는 그 무엇에 대해서) 의미심장해서가 아니라 단지 쉽게 강 건너는 법을 알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나는 걔들이 깡통처럼 보이거나 가볍게 보이지 않아. 다만, 이래. '대체 쟤는 언제 저런 스킬을 익힌 거지? 내겐 그런 스킬은 없지만, 그걸 볼 줄 아는 눈은 있다고. 야, 부탁인데 사기 치고 살지 말란 말야!' 근데, 그것도 웃기는 거야. 내가 그애들처럼 살지 않는 건 내가 더 도덕적이거나 더 깨끗해서가 아니라 단지 그런 스킬이 없어서야. 그래서 걔들이 얄미운 거겠지. 솔직한 말로. 대충 즐기면서 향락적으로 사는 걸, 할 수가 없는 거야. '안 하겠다!'가 아니라 '도저히 불가능한 일'인 거지. 그런 게 난 참 재밌어. 뭐랄까, 한없이 통속적인 거 있지?"
어느새 나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거다. 약삭빠른 계집아이에 대해서. 그들의 그 한없는 속도감에 대해서. 그리고 덧붙이기를...
"내가 허탈할 때는 말이지. 어떤 일이건 너무 쉽게 그것도 깔끔하게 해내는 얘들을 볼 때야. 물론, 그 애 나름대로는 힘들고 어려웠을 테지. 하지만 그 속내를 들키지 않고 속도감 있게 일을 처리하는 얘들이 있다고. 나는 그런 애들을 볼 때마다 질투 나. <천재들의 방식 스프레차투라>란 책이 나와 있긴 하더만..., 그것도 스킬이겠지? 둘 다 똑같이 내겐 없는 스킬인데... 전자보다는 후자가 더 맥 못추게 하지. 왜냐면... 후자쪽은 '도저히 불가능한 일' 같진 않거든. 나도 어떻게 하면 될 것 같은데 말야.. 근데 그 방법을 모르겠으니까, 답답한 거지. ^^;;"
이런 생각.. 왜 했을까? 되짚어보니까 '사회생활 4년'이 그래도 답이 아닐까 싶었다. 사회생활 하면서 이런 사람, 저런 사람을 많이 만나게 된다. 그건 피할 수 없다. 그리고 개중에는 내게 깊은 인상을 남긴 사람이 몇 있다. 대개가 '끝내주게 일 잘하는 애'다. 완벽한 일처리 솜씨는 상당히 쿨하다. 그 시원함을 나는 한동안 동경했고, 시기했고, 좋아했다. 지금의 나를 돌아보면.... 참 대충대충이지만 그 동경과 시기가 (내게) 어떤 단단함을 만들어 준 것 같다. 그리고, 누구와 견주어 일한대도 완벽한 일처리까지는 못되도, '인상에 남을 만큼의 솜씨'는 가진 것 같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과 '절대로 할 수 없는 일' 중에서 나는 언제나 '잘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해 왔다.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은 아무리 노력해도 절대로 할 수 없다. 하지만, '잘 할 수 있는 일'은 노력하면 노력한 만큼 할 수 있으니, 밑지는 게 없다. 그런 신조로 나는 하루하루를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