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바람구두 > 구광본 - 오래 흔들렸으므로



오래 흔들렸으므로

구광본


오래 흔들렸으므로 너는 아름답다
오래 서러웠으므로 너는 아름답다

알의 시절을 기억하지 못하는 새
얼키고 설킨 뿌리를 몰라도
오래 목말랐으므로 너는 아름답다

..........................................................................................................................................................................................

사람과 사람 사이에 파파팍, 불꽃이 피는 운명적인 때가 있듯이 아름다운 글귀도, 꼭 그 글귀가 필요할 때 등장하기도 한다. 저 시의 '나'가 '지금의 나'라고 생각했다. 오래 흔들리고 오래 서러운 게 지치고 힘들었는데, 그래도 시 한 편에 위로 받는다.

역시 문학의 힘은 강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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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6-11-13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시 좋은데요.

마음을데려가는人 2006-11-13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찌나 마음에 팍,하고 박히던지요;;;
 
로그인하시겠습니까? - 국어시간에 쓴 중학생 소설 모음 아침이슬 청소년 4
이상대 엮음 / 아침이슬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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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들이 소설을 썼다. 또래 아이들이 사용하는 비속어가 난무하고, 글은 거칠다. 하지만 마음에 여운이 남는 것은 왜일까. '중학생이 쓴 소설'이라는 편견은 다소 고압적인 자세로 책을 펴들게 하기 충분했다. 지들이 쓰면 얼마나 썼겠어, 라는 마음이랄까. 하지만 나는 내 청춘을 생각하며 낄낄거리기도 했고, 외로운 아이들의 마음이 전해져 뭉클하기도 했고, 아이들을 뒤흔들어놓는 주변의 상황들, 선생님, 부모님의 무지함에 같이 분개하기도 했다.  아이들의 생활과 심리상태가 생생하게 다가와서 단숨에 읽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이런 글을 누가 읽을까, 라고 생각했지만. 물질적인 것으로밖에 아이의 마음을 채워주지 못하고, 따듯한 말 한마디 해주려다 버럭버럭 소리를 질러버리는, 우리의 보통 부모들이라면. 꼭 읽어야 할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들은 흔히 "나는 모 그 시절이 없었는 줄 알아? 나도 다 겪어보고 하는 얘기야."라고 말하지만, 요즘 아이들이 처해진 상황이 그때와는 또 얼마나 다른지, 간접체험해볼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지금 우리는 너무 많은 갈등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이렇게 해도 부딪치고 저렇게 해도 부딪치고, 그러니 어디서고 마음 놓고 움직일 수가 없어요. 그런데, 참 신기하지 않나요? 이런 갈등 속에서도 잘 적응하며 살아가는 우리들을 보면."

왠지 깔깔거리며 지나가는 아이들은 보면, 나도 속으로 '니들 참, 대견해.'라고 말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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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키니 섬 아침이슬 청소년 1
시어도어 테일러 지음, 김석희 옮김 / 아침이슬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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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에 바탕을 둔 이 이야기는, 나로서는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비키니 섬'이라는 곳이 존재하는지도 몰랐거니와, 히로시마 원폭투하 이후에도 수차례 핵실험이 자행된 곳이 있었다니(내가 너무 상식이 부족했나-_-). 게다가 그곳에 사는 원주민들을 감언이설로 속여 쫓아낸 후 수많은 동물들을 죽여가며 실험을 강행한 곳. 그곳이 이 비키니 섬이다.

권력과 힘, 과학의 오용은 무서운 것이라는 걸 새삼 느끼고 있다. 조상이 물려준 지혜를 바탕으로 자연 속에서 평화롭게 살아가던 이들이 스페인, 독일, 일본, 미국의 지배를 차례로 받으며 결국에는 핵실험의 장소로 자신들의 터전을 내줘야했다. 실험을 마친 후 2년 후에 섬으로 돌려보내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섬은 여전히 방사능에 오염된 상태라고 한다.

미국의 패권주의, 전쟁과 핵무기 같은 문제들 외에도 그런 권력에 부딪혔을 때, 나는 과연 어떤 태도를 취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됐다. 주인공 쏘리처럼 빨간 카누를 타고 원폭을 투하하지 말라는 저항의 태도를 취할 수 있을까(결과가 어떻든), 아니면 마지못해 권력에 복종하게 될까. 지나간 역사이긴 하나, 현재도 되풀이 되고 있는 이 역사의 한가운데서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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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6-07-20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미FTA가 떠오르네요. 1인시위를 한 어느 분의 글에서 역사가 지난후 그때에 자신이 어디에 서 있었는지를 자신있게 말하기 위해 행동했다고 하더군요. 그 글을 읽고 참 부끄럽더군요. 난 지금 어디를 서성거리는지.
 
붉은 스카프 아침이슬 청소년 2
지앙지리 지음, 홍영분 옮김 / 아침이슬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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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문화혁명에 대해서 굉장히 피상적으로 알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린, 마오쩌둥의 오류라고 일컬어지는 실패한 혁명. 하지만 문화혁명을 경험했던 한 소녀의 이야기를 통해서 나는 그 시절의 공포와 슬픔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공산주의와 마오 주석에 대한 충성심이 당연시 되던 시절, 열세 살이었던 지앙지리도 '빨간 스카프'를 두르고, 공산 소년소녀단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평범한 소녀였다. 1966년 네 가지 구악(오랜된 악습- 낡은 사상, 낡은 문화, 낡은 풍속, 낡은 습관)을 깨자는 문화혁명이 시작되고, 지앙지리도 그 혁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지앙지리의 할아버지는 지주계급이었기에, 출신성분이 불순하다는 점이 온 마을에 알려진다. 혁명 전까지 헌신적이고 좋은 분으로 알려진 선생님이 비난받고, 출신성분이 나쁜 사람들의 집은 수색을 당하고, 재산이 많은 사람은 부르조아로 불리며 재산을 빼앗기는 등 하루하루가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공포의 연속으로 변해버린다. 언제나 마오 주석에게 충성할 준비가 돼 있던 지앙지리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출신성분으로 인해 고통받으며, 심지어는 개조가능한 학생이니 부모와의 연을 끊으면 얼마든지 새출발할 수 있다는 유혹까지 받는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분노와 공포,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었다. 고작 열셋, 열다섯인 소녀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도 가혹한 현실. 아니, 성숙한 어른이라 할지라도 견뎌내기 힘든 하루하루들. 어떤 것이 정의로운 것인가 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로지 공산주의에 대한 충성만이 중요할 뿐. 그런 고통을 당하면서도 권력과 공포에 무릎 꿇을 수밖에 없는 나약한 민중들. 하지만 지앙지리는 끝까지 가족을 포기하지 않음으로써 이념보다 더 소중한 걸 지킬 수 있었다.

흡인력이 강한 소설이다. 읽으면서 나라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에 손에 땀을 쥐게 된다. 역사물로서도, 소설로서도, 손색 없는 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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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결혼했다 - 2006년 제2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박현욱 지음 / 문이당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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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일부다처제는 허용돼도, 왠지 일처다부제는 미개종족 사이에서 필요에 의해서나 가능할 것 같은, 그런 사회 분위기 속에 있다고 생각하는 나는, 남편의 바람은 수컷의 본능상 당연한 것이고, 여자의 바람은 가정을 파탄으로 몰고가는 용서받을 수 없는 행위로 비난받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고 믿는 나는.

이미 결혼한 여자라는 의미를 가진, 그 '아내''결혼했다'고 하는 이 흥미로운 제목을 가진 책에서 속시원하고 통쾌한 그 무엇을 기대했다, 사실.

하지만 가벼운 문체와 축구 이야기의 절묘한 결합(축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도 즐길 수 있는), 그로 인한 흡인력에도 불구하고 '비현실적인 주인공들'에게 싫증이 나버렸다. 뭐든 완벽한 아내 인아는 여신이고, 두 남편은 그 여신에게 복종하는 신하 같았다.

작가는 이 소설이 무엇보다도 행복에 관한 이야기라고 했다. 하지만 이 소설은 두 사람, 아니 세 사람이 서로의 합일점을 찾아서 끊임없이 싸우고 화해하며 이뤄가는 하모니가 아니라, 두 사람과 다 결혼하고 싶은 인아, 그 인아에게 마지못해 끌려가는 첫번째 남편 덕훈과, 인아의 의견을 잘 따르는 두번째 남편 재경이 내는 불협화음이다. 두 남자와 다 결혼하고 싶은 인아의 생각이 존중돼야 한다면, 한 여자하고만 살고 싶은 덕훈의 생각도 존중돼야 하는 것 아닌가. 일처다부제고 일부다처제고, 집단혼이고 그런 문제를 떠나서 애인을 둬도, 동거를 해도 좋다는 덕훈의 관대함에도 끝까지 결혼을 하겠다고 고집을 부린 인아의 행동은 설득력 없고 억지스럽다.

뭔가 알맹이가 빠진 느낌이다. 기존의 틀을 깬 가정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그 속에서 어떤 이해와 타협, 사랑이 만들어지는지, 현 가족제도에 대한 새로운 대안이나 생각을 엿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일처다부제가 뭐가 나쁘냐'는 설득을 끊임없이 당하고 끝난 기분이다.

新 가족이라면, 그것이 어떤 형태를 취하고 있건 간에. 가족 구성원들 모두가 서로에게 깊은 신뢰와 사랑을 갖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영화 「가족의 탄생」처럼. 피도 섞이지 않은 사람들이라도 서로를 진정으로 보듬고 아껴줄 수 있다면, 그것이 자신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울타리가 돼 줄 수 있다면. 그것이 가족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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