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프 미 시스터
이서수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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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분노는 가난 때문에 그것을 충분히 드러낼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억지로 수습되어버린다. 

-15p



극복은 영화에서나 나온다. 현실에선 불가능하다. 

극복이 아니라 참는 것이다. 이를 악물고 참는 것이다.

그 일에 매몰되어 생계를 내팽개칠 수 없으니까 잊은 척하는 것이다.

-21p



오늘의 비애는 곰곰이 생각해보면 딱히 오늘의 비애가 아니다.

과거의 비애가 선을 침범해 오늘의 비애로 넘어온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그러니 그 비애와 선을 그어야 한다. 

-38p



너도 알겠지만 누군가 어떤 일을 하고 있을 땐 말이야.

그 일이 맞아서 하는 것도 아니고 계속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하는 것도 아니야.

그냥 견딜 만하니까, 단지 그 이유로 계속하고 있는 거야. 그럴 수도 있는 거야.

-143p



"그 집이 너무 엉망인 집이었다. 외벽에 금이 죽죽 가 있고,

주변엔 쓰레기랑 개똥이 널려 있고, 나는 그때 그 사람들한테

고기 살 돈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못했어.

아니지. 고기를 먹는 가족의 풍경이 그 집에서 펼쳐질 거라는 생각을 못했어.

그 집은 가난의 상징 같았거든.

찢어지게 가난한 집의 모습으로 등장할 것 같은 분위기가 있었어.

그런데 그게 깨진 거지.

저 집도 우리집처럼 일주일에 한두 번은 고기를 구워 먹는 집이고, 

부부는 직장에 아이들은 학교에 다니면서 

하루를 잘 영위하는 가족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어.

그때 가난에 대한 기준을 다시 세웠어.

고기가 먹고 싶을 때 고기를 먹을 수 있다면, 가난한 게 아니다."

-197p



숙모가 사랑하는 가족처럼, 나도 적지만 조금씩이라도 돈을 벌어올게요.

그러면 가족이 될 수 있죠?

가족은 그런 거니까. 불행한 미래를 함께 방어하는 존재이니까.

-22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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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2-05-17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뭔가 한동안 속에 남아있던 응어리를 툭 뱉어내는 듯한 느낌이 드는데요.

마음을데려가는人 2022-05-18 10:33   좋아요 0 | URL
터트리기보다는 감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서 그런가봐요. 희망적으로 마무리돼지만 씁쓸한 현실이 많이 반영돼 있던 소설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