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도 황당한 일로 오른쪽 종아리 근육이 파열되었다. 발뒷꿈치가 바닥에 닿지 않아서 아직 깁스가 안 된다길래, 목발 짚으면 뭐 다닐 만하겠지 싶었는데.... 목발을 짚고 걷는다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이었구나! 양손이 목발에 묶여있기 때문에 뭔가를 옮길 수 없고, 목적지에 다다르면 목발을 어딘가에 두어야 하기 때문에 계산하고 움직이지 않으면 여러 번 왔다갔다 해야 한다. 무엇보다 무거운 내 몸을 목발에 의지하고 걷는 것조차 힘에 부친다.
오로지 서있기 위해서 에너지의 70%를 쓴다는 펭귄이 된 기분이다. 여기에서 저기로 가기 위해 이것을 저쪽으로 옮기기 위해 에너지의 70% 이상을 쓴다. 별로 움직이지도 못하는데 밤이 되면 녹초가 된다.
뭐든 실이 있으면 득도 있는 법. 사소한 것들을 포기하게 되었다. 다소 깔끔쟁이인 편이라 하루에도 두세 번씩 청소기 돌리고, 설거지는 밥 먹고 나면 바로, 밥을 먹는 곳이자 이것저것 많은 일을 처리하는 식탁은 늘 잡다한 물건이 놓이지 않도록 신경써왔는데...
우리집에서 이런 걸 신경쓰는 사람은 나밖에 없구나! 아이는 머리끈과 패드를 식탁에 올려놓고 하루가 지났는데도 그대로. 신랑이 아침에 마신 커피 테이크아웃컵은 반나절이 지나도록 그대로다. 바닥 여기저기에 흘린 머리카락을 보면 얼른 고개를 돌려버린다. 다 할 수 없다. 안 된다. 그냥 두자. 청소해라, 뭐해라 말하는 것도 한두 번이고. 그냥 둔다.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 뭐, 이것도 괜찮다.
당분간 사소한 일에는 눈감고 지내보자. 아무일도 없다. 아무일도. 펭귄처럼 쓰러지지 않도록 조심하자. 그것으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