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씨.
여름이 다가오는 소리가 들리면
전 당신을 기다립니다.
당신이 천둥씨를 앞세워
곧 올 것 같은 조짐이 보이면
전 마음이 설레요.
당신의 존재감에
압도당하는 그 순간이
너무 기다려집니다.
어제가 오늘 같고 내일도 오늘 같을
별다를 것 없는 일상에
당신이 스며들면
이리저리 방황하던
마음은 당신에게 오롯이 향합니다.
눈을 뗄 수가 없어요.
당신의 거대한 존재감에
전 제가 얼마나 하찮은 인간인지를
다시금 깨닫습니다.
그래요,
하찮은 제 존재 그대로 가만히 있어도
될 것 같은
마음이 듭니다.
저 거대한 폭우씨 앞에서는
너도 나도
도긴개긴이다.
뭘 그리 아등바등하니?
바람아 불어라,
천둥아 쳐라.
우리 모두
폭우씨 앞에서는
별볼일없는 인간이다!
다 똑같아.
그러니 폭우씨가 온 순간만큼
우리,
인간세계의 온갖 고민과 고통은
다 내려놓자.
뭐 이런 기분이랄까요.
오늘 너무도 잠시 왔다간 폭우씨.
또 언제 오시렵니까?
커피 한 잔 타놓고
오래도록 보고싶은 당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