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한 일이다. 별일이 없어도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니기를 좋아하는 나인데. 밖에 나가고 싶다, 답답하다, 이런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첫날 목발을 짚어보고는 아, 밖에 나가는 건 무리다라고 결론 짓고 집안에만 있어야지 했는데 그 명확한 한계가 마음을 밖으로 끌고 가지 않는 선이 되었다. 이런 마음이라면 감옥도 견딜 만할까.


오랜 불안, 뭘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는 방황의 마음. 이것들은 어디서 왔는가. 오은영 선생님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아이들에게 너무 많은 선택권과 경계없음은 오히려 불안을 촉진한다는 걸 알았다. 부모는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명확하게 가르쳐야 한다. 너무 많은 자유도 너무 많은 통제도 좋지 않다. 나는 엄마의 방목 아래서 컸다. 모든 것은 내 선택과 의지로 이뤄졌지만 명확한 바운더리가 없던 아이는 혼란스럽고 두렵고 불안했다. 가끔 망망대해에 서있는 것 같은 기분은 그래서였을까.


늘 이것도 저것도 다 하고 싶어서 둘다 얻지 못했던 나인데, 밖이 아니라 안을 선택하자 밖의 하늘과 푸르름과 바람과 적당히 기분 좋은 소음들이 크게 그립지 않다. 밖을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 이 발견은 정말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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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07 13: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6-07 15: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잉크냄새 2022-06-07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활의 재발견이군요. 문득 소소한 일상이 눈부신 그런 날도 있죠.

마음을데려가는人 2022-06-08 13:43   좋아요 0 | URL
되게 새로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