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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든 타이베이 여행지도 - 수만 시간 노력해 지도의 형태로 만든 타이베이 여행 가이드북, 2024-2025 개정판 에이든 여행지도
타블라라사 편집부.이정기 지음 / 타블라라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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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좀 애매하네요.. 지도로 보고 한눈에 파악하기에는 좋은데 막상 여행 가서는 구글지도 보고 움직이니 이 돈 주고 살 가치가 있는지는... 용산사 쪽이 숙소였는데 그쪽은 거의 나오지도 않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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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카 한의원
이소영 지음 / 사계절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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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는 교통사고를 당한 후 오른팔에 통증을 느끼기 시작한다. 오른팔에 붙은 유령. 팔에는 아무 이상이 없다는데 이지는 엄청난 고통 때문에 오른팔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사진 리터칭을 하는 이지는 일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되자 회사에서도 잘리고, 오로지 오른팔 통증을 해결하기 위해서 좋다는 곳은 다 찾아다닌다. 그러다 복합통증증후군 치유 모임에서 완치 사례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 이지는 알래스카로 떠나게 되는데....


이 책은 원인불명의 오른팔 통증을 치료하기 위해 알래스카에 있다는 한의원으로 떠난 이지가 그 고통을 유발한 과거 사건의 기억들과 마주하면서 상처를 치유하는 이야기다. 너무 고통스러운 기억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망각하는 걸 택한다. 너무 아파서 꽁꽁 묻어뒀던 기억이 교통사고를 매개로 이지의 삶 전체를 뒤흔들기 시작했다.


그렇다, 삶 전체를 장악할 정도의 고통이 아니면, 인간은 도저히 상처를 마주할 용기를 내지 못한다..... 때로는 삶이 알아서 우리에게 고통에 직면할 기회를 주기도 한다. 이지가 알래스카에서 알게 되는 과거의 기억들은 너무도 끔찍한데, 시나리오 작가답게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들이 퍼즐 맞추듯 짜임새 있게 흘러가 꽤 흡인력 있게 읽힌다. 


낮도 밤도 아닌 백야의 알래스카와 끝없는 설원... 그 속에서 자신의 무의식을 찾아가는 여인의 여정이 영화화 된다면 꽤나 멋질 것 같다.


선배로부터 넌 늘 정면으로 나서지 않는다며 핀잔 받던 이지가 생을 걸고 직진했던 알래스카 이야기는 너무도 따뜻했다. 왠지 나도 알래스카의 부름을 받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면서.


우에무라 나오미는 개에게 먹이를 주기 위해 10kg의 무게가 나가는 무전기를 버렸다. 이제 이지는 안다. 무언가 생을 걸고 버리지 않으면, 어느 쪽으로든 나아갈 수 없다는 걸, 그리고 나아가는 쪽을 선택하는 것이 좋은 것임을.

-296p





#밑줄긋기


호르몬과 신경 전달 세포들이 어떤 고통을 기억했다가 몸에는 아무 이상이 없음에도, 작은 자극에라도 노출되면 아프다고 말하는 것이다. 몸속에서 세포들이 이미 다 지난 아픔을 기억한단 말인가? 이지는 혼란스러웠다. 그렇다고 정신과 상담을 받을 수도 없었다. 이건 명백히 뇌의 문제가 아닌 오른팔의 문제였으니까. 그럼 이지는 어디로 가야 하는 걸까. 할 수 있는 건 처방전을 들고 약국에 가는 것뿐이다.

-15p


너는 정면으로 나서질 않아. 뭔가 한 발 뒤로 빠져 있어. 뒤에서 멀찍이 구경해. 이 바닥을. 그거 나쁘게 말하면 간 보는 거 아니겠어?

...............

넌 나서지 않잖아. 마치 세상 앞에 나서면 뭔가 들킬 거 같은 사람처럼.

-47p


네, 아이 때는 무엇으로든 이야기를 만들잖아요. 그게 어떤 사건의 기억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어릴 때는 오른팔의 고통을 기억하고 있다가, 몸이 나으면서 잊어버린 거죠. 하지만 세포는 그때의 통증을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겁니다.

...........

당신은 기억을 지웠지만, 과거는 당신을 잊지 않았다. 상처가 났던 몸속 세포들은 기필코 그때의 통증을 잊을 수가 없었다. 당신의 뇌가 아무리 잊으려고 해도 말이다.

-110~111p


끝없이 이어지는 낮을 상상하다 이지는 마감 없이 계속되는 리터칭 작업을 떠올렸다. 문득 끝맺음이 있다는 것이 귀하게 여겨졌다. 일에도, 시간에도, 통증에도.

-116p


이지 씨, 나 이제야 제대로 살아가는 거 같아요. 캐롤이 만난 후로 모든 게 제대로 자리를 찾아가는 거 같아요. 그냥 다 자연스러워요. 내가 하는 말, 내가 추는 춤, 내가 하는 모든 행동이 다 나 같아요. 처음으로!

-179p


It's beginnning to hurt. 이지는 옥빛의 빙하 위에서 고담이 지나가듯 말했던 게 떠올랐다. 통증을 치유한다는 건 동시에 '아프기 시작하는 일'이기도 했다. 알지 못했더라면 치유할 수도 없지만, 이미 알아버렸다는 건 또 다른 아픔으로 이동한다는 의미였다. 

-193p


이지는 평소에도 얼굴에 색을 더하는 걸 꺼렸다. 자신의 보호색이라 여겨온 무채색이 사라져버릴 거 같았다. 지금 캐롤라인이 그 보호색을 깨버리려고 했다. 기초를 다지고, 파우더를 바르고, 볼터치를 하는 손이 정교했다.

-195p


내가 아는 이누이트가 있는데, 이 땅에서 태어났어요. 그의 부족에 따르면 가장 좋은 죽음은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을 하면서 죽는 거래요. 그래야 다음 생에 그것을 할 수 있는 조건과 환경에서 태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거죠

....

그럴 시간이 어디 있어요? 그렇게 멋지게 보이는 거 할 시간 없어요. 아무리 아마추어 경기라고 해도 약물 검사니 머니 다 받고. 그 귀찮은 짓을 왜 합니까? 살면서 남에게 보여주고 한 짓이 대부분인데. 왜 굳이 지금, 이순간까지?

-270~27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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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 설자은 시리즈 1
정세랑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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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작가님이 역사를 전공한 걸로 아는데 기대가 컸었는지...미스터리치고는 너무 감상적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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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큼 가까이 - 제7회 창비장편소설상 수상작
정세랑 지음 / 창비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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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가진 채 살아가도 괜찮지 않을까.


새벽 다섯시쯤 눈이 떠져서 마침 읽고 있던 이 책을 마저 읽고

다시 잠을 청하면서,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성장소설을 퍽이나 좋아했었는데,

치유나 화해와 성숙함 같은 것들이 버무려진 그런

성장 이야기가 좋았었는데

망가졌다면 망가진 채로 구멍이 숭숭 뚫린 채

살아가는 삶도 괜찮지 않을까

왠지 이 책을 읽고 나선 그런 생각이 들었다.


큰 사건이 아니어도

인간은 조금씩 망가진 부분을 가지고 살아가니까,

망가지지 않아도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부분은 누구나 있는 거니까,

그 구멍 사이로 사람들이 가까워졌다 멀어졌다 하며 흔적을 남기는 게

삶인 거 아닐까.


정세랑답게 유쾌한데,

정세랑답지 않게 조금 쓸쓸한 소설.



.................................................................................................................................




정말로 놀라운 건, 종종 내 친구들과 똑같은 얼굴의 아이들과 마주친다는 것이다.

친척도 아니고 아무도 아니다.

아무 관계도 없이 그렇게나 똑같은 얼굴로 태어난다.

누군가 이 세계에 우리와 똑같은 얼굴들을 계속 채워넣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두려운 것은 그 똑같은 얼굴 뒤의 거의 다르지 않을 이야기들이다.

우리는 유일하지도 않으며 소중하지도 않으며 끊임없이 대체된다. 

모두가 그 사실에 치를 떨면서.

-105p


"내 생각에, 인간은 잘못 설계된 것 같아."

주연이가 말했을 때 아무도 '왜 또?" 하고 반문하지 않았다.

"소중한 걸 끊임없이 잃을 수밖에 없는데, 사랑했던 사람들이 계속 죽어나갈 수밖에 없는데, 그걸 이겨내도록 설계되지 않았어."

-192p


있는 듯 없는 듯 살다 간 사람, 있다가 없어진 사람, 있어도 없어도 좋을 사람,

없어도 있는 것 같은 사람, 있다가 없다가 하는 사람, 있어줬으면 하는 사람,

없어졌으면 하는 사람, 없느니만도 못한 사람, 있을 땐 있는 사람,

없는 줄 알았는데 있었던 사람, 모든 곳에 있었던 사람, 아무 데도 없었던 사람,

있는 동시에 없는 사람, 오로지 있는 사람, 도무지 없는 사람, 있다는 걸 확인시켜주는 사람,

없다는 걸 확인시켜주지 않는 사람, 있어야 할 데 없는 사람, 엇어야 할 데 있는 사람......

우리는 언제고 그중 하나, 혹은 둘에 해당되었다.

-25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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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3-06-05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괜찮아 라는 말은 참 위로가 되네요. 아파해도 괜찮아, 망가져도 괜찮아...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심채경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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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이고 엄마이면서 비정규직 천문학자가 풀어내는 이야기는

다정하고 겸손하다.

아마 우주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그렇지 않을까.

미지로 가득한 거대한 우주에 비하면,

우린 너무 작고 보잘것없으니까.



뭔가 대단한 계기가 있을 거라는 예상과 달리

저자는 어쩌다 보니 천문학자의 길을 걷게 되었고,

어쩌다 보니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을 연구하게 되었고,

이제는 달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한다.



과학에 대한 소양과 지지가 부족한 대한민국에서

묵묵히 우주의 신비를 연구해주는 분들이 계셔서

정말 다행이다. 



위성과 행성의 차이조차 명확하게 몰랐던 나는

내가 사는 지구와 그를 둘러싼 우주에 대해

너무 궁금해졌다.



나는 만약 우주에 갈 수 있다면 가지 않겠다는 쪽이었다.

우주는 너무 광대하고 나는 너무 작고,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는 곳에

나 홀로 남겨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너무 무섭고 막막할 것 같았다.



우주는, 밤하늘은

지구에서 상상하고 올려다보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그런데 저자의 글을 읽고 나니,

신비롭고 아름다운 우주를 한번쯤

내 눈으로 보는 것도

(기회가 된다면)

괜찮겠다 싶다.

거대한 행성들의 존재를

두 눈으로 보고싶어졌다. 



인간은 생각하는 별들의 먼지라는데,

생명 탄생의 기원이 되는

우주 속 천체들과

우주 속을 유영하는 것은

어쩌면 너무도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일지도.





*


그런 사람들이 좋았다. 남들이 보기엔 저게 대체 뭘까 싶은 것에 즐겁게 몰두하는 사람들. 남에게 해를 끼치거나 정치적 싸움을 만들어내지도 않을, 대단한 명예나 부가 따라오는 것도 아니요, 텔레비전이나 휴대전화처럼 보편적인 삶의 방식을 바꿔놓을 영향력을 지닌 것도 아닌 그런 일에 열정을 바치는 사람들. 신호가 도달하는 데만 수백 년 걸릴 곳에 하염없이 전파를 흘려보내며 온 우주에 과연 '우리뿐인가'를 깊이 생각하는 무해한 사람들. 나는 그런 사람들을 동경한다. 그리고 그들이 동경하는 하늘을, 자연을, 우주를 함께 동경한다. 

-13p


돌이겨 생각해보건대, 도중에 그만두지 못했던 것은 떠날 용기가 없어서였다. 그러나 남은 채 버텨내는 데도 역시 대단한 용기가 필요했따. 떠난 이들은 남지 못한 게 아니라 남지 않기를 선택한 것이었고, 남은 이들은 떠나지 못한 게 아니라 떠나지 않기를 선택한 것이었다. 이제는 안다. 어느 쪽을 선택했든 묵묵히 그 길을 걸으면 된다는 것을. 파도에 이겨도 보고 져도 보는 경험이 나를 노련한 뱃사람으로 만들어주리라는 것을. 

-31p


거의 습관적으로 적은 그 알량한 축복에, 학생은 넘치게 고마워했다. 이제껏 자신에게 그런 말을 해준 사람이 없었다고 했다. 

이 젊은 청춘에게, 그따위 싸구려 축복조차 해주는 '선생'한 자가 이때껏 없었다는 게 화가 났다. 넌 잘하고 있다고, 너만의 특질과 큰 가능성이 있다고, 네가 발을 떼기만 하면 앞뒤가 아니라 사방, 아니 만방으로 길은 열릴 것이라고 왜 아무도 말해주지 않는가. 스무 살, 스물한 살은, 그런 이야기를 차고 넘치게 들어도 되는 나이다. 그런 청춘들이 '대졸자' 꼬리표 하나 달기 위해서 돈과 젊음을 들여 스스로 대학 안에 갇히는 기간, 사회의 틀을 맞추기 위해 스스로의 가능성을 기꺼이 가지치고 분재로 다듬어가는 기간, '멀쩡한 대학 나와서 왜 제대로 된 회사에 취직도 못하느냐'는 어른들의 질문을 향해 전진하는 그 기간이 나는 너무나 아깝다.

-62p


그러나 기초부터 차근차근 되짚어볼 기회는 쉬이 오지 않고, 그럴 시간도 만들기 어렵더군요. 하지만 대신 깨달은 건 있어요. 연습이 부족해서 생긴 빈틈은 그 원리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보는 것으로 메꿀 수 있다는 것. 우리가 구구단은 달달 외워도 인도학생처럼 19단까지 외우진 못하지만, 곱하기의 원리를 이해하고 있으니 계산해보면 19 곱하기 19까지 써내려갈 수 있듯이요. 괴로울 때는 '왜 그때 더 잘하지 못했을까' 하고 과거의 자신을 질책하게 되지만, 그땐 나름대로 이유가 있어서 삶의 다른 면을 돌보고 있었잖아요.

-70p


나이가 지긋한 과학자에게 무언가에 대해 질문하면 모른다고 대답하는 경우가 많다. 알고는 있지만 설명하기가 어려울 때도 모른다고 하고,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을 때도 모른다고 한다. 확답을 잘하지 않고, 그럴 가능성이 높거나 낮다고만 한다. 우린 항상 잘 모른다. 자연은 늘 예외를 품고 있다. 지금 눈앞에 보이는 사실이 전부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 그것만이 언제나 어디서나 진실이다. 

-95p


엄마가 일을 한다는 것. 이 짧은 문장 속에는 너무도 많은 한숨이 응어리져 있다.

-10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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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2-03-21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만 보고 천문학 서적인가 했는데, 가슴에 담고 싶은 문장들이 별처럼 꽉꽉 찬 밤하늘 이었네요.

마음을데려가는人 2022-03-21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을 울리는 글들이 많았어요~ 근데 제가 우주에 대해 아는 게 정말 없더라구요. 하하하. 잘 지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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