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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우리 영혼은
켄트 하루프 지음, 김재성 옮김 / 뮤진트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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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스스로에게 가혹하게 굴고 있네요. 애디가 말했다. 원하는 걸 다 얻고 사는 사람이 어디 있대요? 혹시 있대도 극소수일 거예요. 언제나 마치 눈먼 사람들처럼 서로와 부딪치고 해묵은 생각들과 꿈들과 엉뚱한 오해들을 행동으로 옮기며 사는 거예요."

-143p




다른 사람의 인생을 고쳐줄 수는 없잖아요. 루이스가 말했다.

늘 고쳐주고 싶어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죠.

-15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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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프 미 시스터
이서수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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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분노는 가난 때문에 그것을 충분히 드러낼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억지로 수습되어버린다. 

-15p



극복은 영화에서나 나온다. 현실에선 불가능하다. 

극복이 아니라 참는 것이다. 이를 악물고 참는 것이다.

그 일에 매몰되어 생계를 내팽개칠 수 없으니까 잊은 척하는 것이다.

-21p



오늘의 비애는 곰곰이 생각해보면 딱히 오늘의 비애가 아니다.

과거의 비애가 선을 침범해 오늘의 비애로 넘어온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그러니 그 비애와 선을 그어야 한다. 

-38p



너도 알겠지만 누군가 어떤 일을 하고 있을 땐 말이야.

그 일이 맞아서 하는 것도 아니고 계속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하는 것도 아니야.

그냥 견딜 만하니까, 단지 그 이유로 계속하고 있는 거야. 그럴 수도 있는 거야.

-143p



"그 집이 너무 엉망인 집이었다. 외벽에 금이 죽죽 가 있고,

주변엔 쓰레기랑 개똥이 널려 있고, 나는 그때 그 사람들한테

고기 살 돈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못했어.

아니지. 고기를 먹는 가족의 풍경이 그 집에서 펼쳐질 거라는 생각을 못했어.

그 집은 가난의 상징 같았거든.

찢어지게 가난한 집의 모습으로 등장할 것 같은 분위기가 있었어.

그런데 그게 깨진 거지.

저 집도 우리집처럼 일주일에 한두 번은 고기를 구워 먹는 집이고, 

부부는 직장에 아이들은 학교에 다니면서 

하루를 잘 영위하는 가족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어.

그때 가난에 대한 기준을 다시 세웠어.

고기가 먹고 싶을 때 고기를 먹을 수 있다면, 가난한 게 아니다."

-197p



숙모가 사랑하는 가족처럼, 나도 적지만 조금씩이라도 돈을 벌어올게요.

그러면 가족이 될 수 있죠?

가족은 그런 거니까. 불행한 미래를 함께 방어하는 존재이니까.

-22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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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2-05-17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뭔가 한동안 속에 남아있던 응어리를 툭 뱉어내는 듯한 느낌이 드는데요.

마음을데려가는人 2022-05-18 10:33   좋아요 0 | URL
터트리기보다는 감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서 그런가봐요. 희망적으로 마무리돼지만 씁쓸한 현실이 많이 반영돼 있던 소설이었어요.
 
유령의 마음으로
임선우 지음 / 민음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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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제작인 <유령의 마음으로>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위로받았던 책.

부러 피했던 마음들과 직면하는 이야기.

일상 속에 갑작스레 침투하는 판타지가 멋스럽다. 



나는 유령의 우는 얼굴을 바라보았다. 나에게 도달하지 못한 감정들이 전부 그 안에 머무르고 있었다. 나는 손을 뻗어 유령의 두 눈에서 뚝뚝 떨어지는 눈물을 닦아주었다. 손에 닿지는 않았지만 분명 따뜻했고, 너무나 따뜻해서, 나는 울 수 있었다. 대체 어떤 유령이 눈물까지 흘리는 거야. 내가 말했다. 나는 유령이 아니니까. 유령은 우는 와중에도 그렇게 말했다. 잠시 뒤에 유령이 나를 끌어안았는데, 그것은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받아보는,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완전한 이해였다. 여기까지인 것 같아. 안긴 채로 내가 말했을 때 유령은 그래, 라고 대답해주었다. 

-<유령의 마음으로> 28p



왜 버티는 건데? 이제 공연도 다 끝났잖아.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물었다. 사실은 청소기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묻고 싶었다. 어차피 사라질 텐데 왜 그렇게까지 열심인 건지. 그렇게 버티어서 얻을 수 있는 게 대체 무엇인지. 청소기는 한동안 대답하지 않다가, 자신의 손으로 버튼을 누를 수가 없다고 말했다. 가수가 되려고 지금까지 노력했는데, 버튼을 누르면 그게 다 무효가 될 거 아니야.

그러자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런 마음은 대체 어떤 마음일까. 끝까지 버티면서 지켜 내고 싶은 것이 있는 마음은. 

-<커튼콜, 연장전, 라스트 팡> 251p



나는 이랑에게 바깥에 나왔으니 하고 싶었던 것을 하라고 말했다. 그러자 이랑은 고개를 저었다.

..........

이랑의 말을 듣자 나도 모르게 마음이 다급해졌다. 이랑은 죽고 나서도 무대에 서려고 했던 사람이었다. 자신을 힘들게 한 사람들에게는 주먹도 날릴 줄 아는 사람이었다. 이랑이 그런 마음을 잃어서는 안 되었다. 그런 마음을 잃는 것이 때로는 죽는 것보다 나쁘다는 사실은 내가 잘 알았다.

-<커튼콜, 연장전, 라스트 팡> 25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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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호크니의 인생
카트린 퀴세 지음, 권지현 옮김 / 미행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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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다섯 살에도 삶은 여전히 당신에게 선물을 안겨줄 수 있다.

즐겁게 지내려는 마음을 잃지 않고 도전하면 된다.

즐거움과 두려움의 비명을 용기 내어 지르고,

디즈니랜드를 사랑한다고 씩씩하게 말하고,

눈치 보지 않고 솜사탕을 먹고,

순간의 욕망을 따르고,

완성한 결고를 부수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놀고,

어른이라서 스스로 금지했던 일을 하라.

내면에 있는 어린아이와 연결을 끊지 마라."


-135p



겨울이 몇 주밖에 남지 않았다.

겨울에는 해가 여섯 시간만 떠 있으니 서둘러야 했다.

데이비드는 유독 겨울에 나무를 그리고 싶었다.

가지가 잎의 무게를 떠받치느라 인간이 결국 묻힐 땅으로

늘어지는 계절이 아니라 

가지가 살아있는 계절에 말이다.

겨울에는 가지가 자유롭고 가벼워져

하늘을 향하고 하늘과 대화를 나누는 것 같았다.

겨울 나무보다 더 우아하고 자존감 있는 건 없다.


-19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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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1-10-05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즘 나이 관련된 글귀 하나에 밑줄을 그었거든요.좀 쌩뚱맞은 나이이긴 하지만...
˝길을 잘못 들어서는 사치도 스스로 허락하지 못한다면 스무 살일 자격이 없다고도 했다.˝ 주기율표- 프리모 레비

마음을데려가는人 2021-10-05 19:46   좋아요 0 | URL
ㅎㅎㅎ 결국 우리가 꽂힌 건 나이 때문이 아닌 것 같아요~ 삶에 대한 태도!! 그게 와닿았던 거죠
 
우주의 고아 나를 찾아가는 징검다리 소설 13
모리 에토 지음, 고향옥 옮김 / 생각과느낌 / 2004년 5월
구판절판


"우리는 모두 우주의 고아이기 때문에.

따로따로 태어나서 따로따로 죽어가는 고아이기 때문에.

자신의 힘으로 반짝반짝 빛나지 않으면

우주의 어둠 속으로 삼켜져 버린대."



우주의 고아.

머리까지 뒤집어 쓴 담요를 홱 걷어 버리고

나는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온몸을 덮쳐 올 것 같은 진한 감색 어둠에 숨이 막혔다.

우주라는 말을 떠올리기만 해도

이 하늘은 이렇게 어둡고, 끝이 없고, 그리고 몹시 거칠어진다.

그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별들의 빛이 강해지고 약해지면서

앞을 다투며 반짝거리고 있다.

스미레 선생님의 말뜻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도 알고 있었다.

누구나 가장 힘든 때는 혼자서 헤쳐 나가야 한다는 것을.

누구도 어떻게 해 줄 수 없는 것이 너무 많다는 것을.

그렇게 때문에 미숙한 지혜를 짜내어,

엉터리였지만 하고 싶은 대로 해 왔다.

소인들의 발소리에 귀를 기울려 나도 함께 뛰려고,

계속 뛰려고 했다.



14년 동안, 이런저런 방법을 다 동원하여

린과 즐겼던 시시한 놀이들.

그런 놀이에서 나는 분명히 배웠다.

머리와 몸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이 세상은 얼마든지 밝을 수도 슬플 수도 있다는 것을.

우주의 어둠 속에 삼켜지지 않는 방법.

고아가 살아남기 위한 방법이다.

"하지만 말야."

...

"하지만 혼자서 헤쳐 나가야 하기 때문에,

가끔은 손을 잡을 수 있는 친구를

더 열심히 찾으라고 선생님이 말했어."

눈물 콧물 범벅이 된 얼굴로 키오스크가 말했다.



"손을 잡고 마음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친구가 필요하다고......"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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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데려가는人 2007-01-18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주의 고아'라는 말, 그래서 손을 잡아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말. 가슴이 아린다.

푸하 2007-01-20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정서랑 많이 비슷한 거 같아요.

마음을데려가는人 2007-01-21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도 눈물 많고, 정 많은 스타일이세요? 푸하님은 음, 잘 모르지만, 왠지 따듯할 것 같은 느낌이에요.

푸하 2007-01-23 0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정 많은 사람이 참 좋아요. 정이 부족해서 그런걸지도 모르겠어요. 기회되면 정 많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마음을데려가는인 님,은 참 사람을 좋아하는 분 같아요.

마음을데려가는人 2007-01-23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이-푸하님이 어딜 봐서 정이 부족해요. 말도 안돼 :):):)
글고 저는 사람을 좋아하기도 하고 두려워하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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