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가는 시기


늙어간다는 것에 대해 자주 생각하곤 한다. 시간이 흐른다는 것. 언제 이렇게 나이가 들어버렸을까? 젊은 시절, 철없던 시절,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치기 하나로 살아온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이젠 그 시절에 품었던 생각들, 의지들이 다 흩어져 버린 느낌이다. 어느 것에도 별로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 그저 죽지 못해 살아가는 삶이란 느낌. 이러다가 또 일에 집중하면 열심히 하겠지만, 당분간은 이런 시간을 가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일종의 쉬어가는 시기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몸을 움직이다보면 그래도 이런 생각들을 떨칠 수 있다. 운동해야지. 매일 어떤 운동을 하면 더 재미있을까 생각해본다. 그러다 다시 늙어버린 내 몸에 대한 생각으로 돌아온다. 이제는 원하는대로 움직이지 않는 이 몸. 내가 제일 좋아하는 동작들을 할 수 없게 되어버린 이 몸에 대해 생각하면 서글퍼진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을 생각하는 것은 슬픈 일이다. 


그래도 다시 움직여야 하겠지. 이렇게 생각만하고 움직이지 않으면 내 삶은 아무 의미를 갖지 못하는 것이겠지. 뭔가 의미를 찾는 것이 살아가는 일이 아닌가. 별로 잘 살지 못했고 그냥 이런 모습에 머물러 있는 나이지만, 그래도 뭔가 그 만큼의 의미는 만들어 왔겠지. 크게 기대하지는 않지만 할 수 있는 만큼의 의미를 더 만들어야겠지. 조금만 더 힘을 내보자. 라고 나에게 말해본다.


어떤 발견


점점 더 굳어지는 몸을 깨닫는다. 이게 내 몸이 맞나 싶다. 한때 유연했던 내 몸은 어디로 가버리고 뻗뻗한 몸이 지금 여기 남았을까. 매일 스트레칭을 해야지 생각한다. 근육통은 은근 기분 좋은 느낌이지만, 스트레칭으로 인한 통증은 쉽게 견디기 어렵다. 그래서 겁이 난다. 차라리 근육통이 나으니 그냥 바벨 운동이나 더 할까 생각했다가 다시 마음을 고쳐 먹는다. 내가 원하는 운동들을 다시 할 수 있는 몸을 만들려면 유연한 몸이 꼭 필요하다. 더 유연해지지 않으면 관절을 다칠 수도 있으니. 수없이 겪었던 부상이 두렵다. 다시 스트레칭을 해야지.


이리 저리 머리를 굴려보며 조금이라도 더 효과적으로 몸을 움직일 수 있도록 이런 저런 동작들을 해보다가 문득 어떤 동작을 나도 모르게 해봤다. 어! 이거 좋은데. 재미도 있고 전신운동으로서 근육들의 협응력도 기를 수 있고, 운동 강도도 적당하다. 철봉이나 평행봉에서 하는 L sit 동작이 아닌 바닥에서 하는 L sit 동작이었다. 검색해보니 실제로 이 동작이 맨몸 운동 프로그램 중에 있었다. 어떤 근육남이 시범을 보이는 영상도 있네. 이런 저런 맨몸 운동들을 많이 익혀왔는데, 이 동작은 왜 지금까지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했을까? 문득 아무 생각없이 갑자기 이 동작을 해본 건 또 어떤 우연일까? 통상은 손바닥을 짚고 팔로 몸을 들어올려 버티는데, 오래 전에 손목 상태가 나빠졌기 때문에 나는 손바닥을 대고 하는 모든 동작을 다 주먹으로 대신하고 있다. 팔굽혀펴기도 주먹을 쥐고 하는데, 이 바닥 엘시트도 주먹을 쥐고 했다. 손목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이렇게 했는데, 생각해보니 이 방식이 손바닥을 대는 것보다 더 힘을 전달하기가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바닥이 꺾이지 않고 주먹까지 그대로 직선으로 힘이 전달되니까 훨씬 더 효율적인 동작일 수 밖에. 주먹에 가해지는 압력으로 인해 손등과 손가락 관절에 느껴지는 통증은 익숙해진지 오래다. 주먹 팔굽혀펴기와 샌드백 두드리기 등의 운동으로 내 손등은 늘 굳은 살이 배겨 있으니. 우연한 발견으로 인해 작은 재미를 얻었다. 한 동안 이 새로운 운동으로 재미를 느낄 수 있겠다.















우울한 기분을 만회하려고 알라딘에 들어와 장바구니에 책을 담고 있었다. 출판계에 있었던 당시에 친하게 지냈던 선배의 추천글을 읽고 이 책을 발견했다. 책 소개에서 세월호 사건, 땅콩회항 사건,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성추행범 혀절단 사건 등에 대해 다루고 있다는 문구를 보자마자 이건 꼭 읽어봐야겠다 라고 생각했다. 요즘 자주 하는 생각이 옛 역사를 공부하는 일 못지않게,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시대의 역사를 잘 기억하는 일이 중요하는 점이었다. 내가 살아온 시대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하면서 기록이 한정적인 옛 역사를 잘 아는 일이 더 중요할까 싶었던 것이다. 가능하면 더 다양한 관점과 시선을 겪어보는 일이 이 재미없는 삶에서 그래도 재미를 찾아가는 일이 아닐까.


누군가의 강의 요청 전화를 받고 일정을 보다가 문득 오늘이 벌써 15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날짜가 어떻게 지나가는 지도 모르고 하루 하루를 살고 있다. 아니 9월이 시작한 게 바로 어제 같은데, 언제 절반이 지나가버렸단 말인가? 추석 연휴 때문에 더 빨리 지나간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겠지만, 그래도 마치 시간을 잃어버린 것처럼 아쉽게 느낀다.


언젠가도 쓴 적이 있지만, 이 시간이 빨리 가는 것처럼 느끼는 일이 노화로 인해 뇌에서 그렇게 느끼는 것이라고 하는데, 이게 늙어서 그런 거라고 깨달으니 또 서글퍼진다. 인간은 왜 늙어야 하는가. 결국 이 글은 늙음을 한탄하는 것으로 끝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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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15 16: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22 14: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blanca 2022-09-15 18: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제 손목에 부담가는 운동에 겁을 먹게 됐어요. 제가 느끼는 감상과 비슷하네요. 왜 이리 시간 가는게 스산한지 모르겠습니다. 흑.

감은빛 2022-09-22 14:47   좋아요 0 | URL
그렇죠? 블랑카님.
한번 통증을 느끼거나 부상을 당한 부위는 이후로 계속 신경이 쓰이더라구요.
예전 같지 않음을 매 순간 느끼는 것이 슬프지만,
이렇게라도 또 살아가야 하니 힘을 내야겠지요.

꼬마요정 2022-09-15 20: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늘 운동 가면 체중과 나이는 숫자에 불과해!! 라고 되뇌입니다만, 저보다 스무살 가까이 어리고 10kg 넘게 무거운 애들이랑 스파링 하면 슬퍼집니다. 폼롤러로 열심히 풀어주고 스트레칭 하고 카스 드릴 하고 하는데 점점 힘이 드네요. 운동 스케줄을 보면 시간이 너무 빨리 가요ㅠㅠ 뛰어가는 시간 잡아서 묶어두고 싶은데 슬픕니다. ㅠㅠ

감은빛 2022-09-22 14:49   좋아요 1 | URL
꼬마요정님 말씀 접할 때마다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마 저라면 주눅이 들고 힘들어서 못 갈 것 같아요.
힘내시고 부디 부상 당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꼬마요정 2022-09-23 16:35   좋아요 0 | URL
앗 아니에요. 나이가 많고 작아서 다들 저를 소중하게 다뤄줍니다. 저도 호승심이 없어서 다들 귀엽기만 하구요. 감은빛님이야말로 좋은 알 하시면서 운동도 하시고 멋지십니다!! 우리 같이 힘 냅시다^^
 

바쁠수록 딴 짓


아주 급한 두 가지 할 일을 오늘 중에 반드시 마쳐야 하는데, 나는 늦은 점심을 먹은 후 사무실로 돌아와 지금껏 뉴스를 찾아보거나 (물론 일과 관련한 뉴스이긴 하지만) SNS 를 살펴보는 등 딴 짓을 하고 있었다. 이렇게 바쁜 날일 수록 자꾸만 마음은 딴 곳으로 향한다.


한참을 웹서핑에 빠져 있다가 문자 하나를 받았다. 업무 관련 문자였는데, 그 문자를 닫고 최근에 받은 문자 목록으로 돌아갔다가 확인하지 않은 문자가 많다는 걸 깨달았다. 하나씩 열어보다가 나도 모르게 "뭐야!" 하고 소리를 내뱉었다. 언제 받았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온라인 도서상품권의 유효기간이 만료되었다는 문자였다. 그 문자 위에는 그보다 며칠 전에 보낸 것으로 나오는 유효기간이 곧 끝나니 얼른 사용하라는 문자도 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는 언젠가 어떤 설문조사에 응했다가 받았던 것 같은 도서상품권에 대한 정보가 있었다. 정말 의아한 일은 이 문자들을 받은 사실 자체를 기억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유효기간이 끝나간다고 경고까지 보내줬는데, 그것도 못 보고 결국 아까운 상품권을 못 썼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요즘 정보 과잉 시대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내 경우에는 문자 과잉 시대라고 불러야 할 것 같다. 문자, 카톡, 텔레그램, 라인, 왓츠앱 까지 나에게 오는 연락이 너무 많다. 그 중 대다수는 내가 속해 있는 단체방에 올라오는 내용들이다. 회의 때문에 한 서너시간 폰을 안 보고 있다가 열어보면 안 읽은 대화가 몇 백개씩 새로 생긴다. 그걸 다 일일이 확인할 여유는 없기 때문에 그냥 열었다가 스크롤을 빠르게 내리고 다시 닫는다. 그 중에 내게 중요한 어떤 내용이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그걸 다 확인할 물리적인 시간이 없다.


액수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도서상품권을 놓친 것도 너무 많은 문자 메시지 때문이다. 예전이었다면 문자들을 다 읽고 중요한 것들은 별도로 체크해서 잊지 않도록 했을텐데, 점점 더 많은 정보들과 일정들 때문에 그런 방식으로 일을 할 수 없을 지경이 되어버렸다.


가끔 페이스북에서 자신의 일정을 지인들에게 물어보는 경우를 접한다. 다이어리에 날짜와 시간과 지역 명은 적어 놓았는데, 누구와 무얼 하기로 한 일정인지 적어 놓지 않아서 무슨 일정인지 모르겠다고 묻는 것이다. 강의나 회의 일정을 그렇게 지역 명만 적어 놓아서 누구와 한 약속인지 구체적으로 강의 장소는 어디 인지를 모르겠다며 페이스북 친구들에게 혹시 저하고 약속하신 분 누구신가요? 하고 묻는 것이다. 어떤 면에서는 참 어이없는 일인데, 요즘 같은 시대에는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나 역시 요즘은 언제 그런 일이 일어나도 별로 이상하지 않은 상태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고 여긴다. 


암튼 그렇게 놓쳐버린 도서상품권을 생각하다가 오랜만에 알라딘에 들어왔다. 생각난 김에 신간들을 좀 살펴보고 책 몇 권 주문해야지 생각이 들었다. 지난 번에 그리고 지지난 번에 받은 책들도 다 읽지 않았지만, 나는 또 책을 산다. 언젠가는 다 읽을거야 라는 생각은 벌써 오래 전에 포기했다. 그냥 책을 갖고 있으면 언제든 손만 뻗으면 읽을 수 있다는 생각에 책을 사기도 했는데, 그것도 이젠 포기했다. 언젠가부터는 사놓은 책들이 어디 있는지 찾는 것도 어려울 정도로 책들이 여기저기 막 쌓여있었다. 암튼 그래도 책은 살거다. 읽고 싶은 책은 늘 많으니까.


가끔 구글 포토 앱이 알려주는 몇 해 전 오늘 사진들을 보다보면 아이들이 자라는 것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저렇게 이뻤는데, 저렇게 귀여운 짓을 했었는데. 막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 저기 쌓여있는 책탑들을 보다 보면 또 얼른 아이들이 자라야 내가 이 지긋지긋한 일을 그만두고 책이나 읽고 글이나 쓰는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물론 아이들이 다 자랐다고 해서 내가 일을 그만둘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어쨌든 먹고 살아야 할테니 일을 하긴 해야겠지. 지금처럼 매일 출근하는 삶이 아니라 가끔만 일하고 평소엔 책 읽고 글 쓰는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만 있을 뿐이다.


아, 장바구니에 책 몇 권 담고 아직 결제도 못 했건만, 이웃 서재 글 몇 편 읽고 이 글을 쓰느라 또 시간을 엄청 보냈다. 이제 더 늦기 전에 밀린 일을 해야지. 정말 큰 일 나기 전에 일을 마쳐야지.


그런데 이건 어쩌면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이렇게 쓸데없는 글을 두드리고 다시 일을 하면 이상하게 집중이 잘 되어 일을 금방 끝내버리기도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급한 일들을 앞두고 바쁘기 짝이 없는 날에도 자꾸만 딴 짓을 하게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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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2-09-06 13: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적립금 천 원 들어온 게 있는데 유효기간이 얼마 안 남았다는 문자를 받았어요. 예전 같으면 얼른 천 원에 목숨 걸고 샀는데 이번엔 포기하려고요. 책을 사고 나서 바로 받은 문자였거든요.
아이들이 빨리 커서 편한 점이 있는데 한편으론 애들이 다시 어려졌으면 싶답니다. 그래도 내 손이 갈 때가 좋았던 시절이라 생각되어서죠. 하지만 과거로 돌아가고 싶진 않아요. 육아로부터의 해방된 이 시간들이 소중하기 때문에요. 일장일단...ㅋ

감은빛 2022-09-08 16:37   좋아요 2 | URL
페크님, 저도 대개는 적립금이나 선물받은 소액의 상품권은 어떻게든 쓰려고 하는 편이었는데, 많이 바쁘게 살게 된 어느 시점 이후 부터는 신경을 못 쓰고 살아요. 이 글에 쓴 것처럼 아예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도 많은 것 같아요.

아이들이 점점 자라서 이젠 제 키와 비슷한 정도가 되고 나니 언제 이렇게 시간이 지나갔나 싶어요. 품 안에 자식이란 말도 생각나구요. 이제 곧 내 품을 떠나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어요. 물론 요즘 청년들은 독립이 쉽지 않은 시대를 살고 있으니 그리 빨리 떠나지는 않을 수도 있겠네요.

서니데이 2022-09-08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즘, 적립금이나 상품권을 마지막날 쓰려고 하다가 잊어버리고 다음 날 생각나는 것 같아요.
꼭 필요한 것이 아니면 다음에 사지 뭐, 하고 생각하긴 하는데, 아쉽더라구요.
감은빛님, 오늘부터 연휴 시작입니다.
즐거운 추석연휴 보내세요.^^

감은빛 2022-09-15 13:09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덕분에 연휴 잘 보냈습니다.
먹고 자고 또 먹고 자고. ^^

연휴가 끝나니 다시 출근하고 일해야 하는 날들이 정말 싫어지네요.
지금도 사무실에서 일은 안 하고 딴 짓만 하고 있어요. ㅎㅎ
 

폭우


어제 퇴근시간 무렵 내린 비는 비라고 부를 수 없을 것 같은 어떤 무서운 모습이었다. 물벼락이라고 해야 할까? 물폭탄이라고 부르면 더 잘 어울릴까? 암튼 단순히 비 라고만 부를 수는 없는 어떤 것이었다. 나와 일터 동료는 퇴근 길이 무서워 자연스럽게 야근에 돌입했다. 비가 좀 잦아들면 퇴근할 생각으로 일을 더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 친한 후배와 문자를 주고 받았는데, 비가 오니 전을 부칠까 하고 묻더라. 전을 부칠테니 놀러 오라는 얘기였다. 마침 폭염에 폭우까지 겹쳐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두렵게 느껴지던 참이었다. 에어컨이 없이 선풍기 만으로는 이 더위와 습도를 견디기가 어려웠다. 게다가 동네 뒷산 자락에 있는 우리집으로 올라가는 그 가파른 비탈길은 폭우 때문에 폭포로 변해있을 것이 분명했다. 예전에도 거의 급류가 몰아치는 강처럼 변한 그 비탈길을 헤치고 올라건 적이 어려번 있었기 때문에 가보지 않아도 그 모습이 그려졌다. 그래 오늘은 그 후배의 집에서 에어컨 이라는 신문물을 누리며 맛있는 전을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폭우는 한참 후에 좀 누그러졌고, 내가 사무실을 나설 무렵엔 빗줄기가 많이 약해져 있었다.


그 후배가 요즘 '최강야구'라는 프로그램을 즐겨 본다고 해서 나란히 앉아 10시 반에 시작하는 방송을 보기 시작했다. 티비가 없는 삶을 20년 넘게 살다보니 뭔가 특정한 방송을 기다렸다가 본다는 것이 낯선 느낌이었다. 암튼 그렇게 둘이 앉아서 은퇴한 유명 프로야구 선수들이 고등학교 야구 선수들에게 콜드게임으로 지는 모습을 보다가 갑자기 기상특보가 시작되는 걸 보았다. 아마 12시가 다 된 시간이었을 것이다. 방송에는 한강 이남 몇몇 지역이 침수로 큰 피해를 입었다고 했다. 곧바로 2011년이었던가 그해 여름 폭우로 강남역 일대가 물에 잠겼던 모습을 떠올렸다. 당시 나는 업무 때문에 강남역 쪽으로 갔다가 무릎까지 물에 잠기는 경험을 했었다. 이번에도 역시 강남역 일대가 물에 잠겼다. 사진으로 본 모습에는 도로의 차들이 모두 완전히 물에 잠겼고, 버스도 3분의 2 이상 높이까지 물이 차올라 있었다. 그래 이런 모습을 이제는 잊을만 하면 한번씩 보게 될 거라고 예상했었다. 기후위기 시대의 보편적인 풍경이라고 불러야 할까?


오늘도 하루종일 비가 오고 있다. 그리고 낮에 한동안 또 폭우가 쏟아졌다. 어제 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폭우는 폭우였다. 80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라고 했다. 수도권에서 여러 명의 인명 피해가 있었다고 했다. 도로가 물에 잠기고, 지하철 역도 잠기고, 아파트 축대가 무너지고, 수많은 건물과 집들이 침수 피해를 입었다. 그런데 이 사태를 해결해야 할 대통령이란 사람은 자기 집 근처에 침수 지역이 있어서 집무실로 가지 않고 집에서 전화로 보고 받고,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참, 우습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한 소식이다. 정말 뭐라 할 말을 잃게 만드는 사람이다.


암튼 낮에 한참 폭우가 쏟아질 무렵 마침 제로웨이스트 매장을 보고 있었기에, 멍하니 계산대에 기대 서서 유리 너머 인도와 차도에 비가 퍼붓는 모습을 지켜보고, 빗소리를 듣고 있었다. 그 폭우를 보고 있으려니, 과거에 그렇게 쏟아지는 비를 맞았던 기억들이 하나 둘 떠올랐다.


#1 

아마 1987년이나 1986년이 아니었을까 싶다. 학교를 마치고 지금은 법원과 검찰청 건물이 들어서서 사라져버린 야산을 통해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엄청난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그런데 우산이 없었다. 처음엔 책가방을 머리 위에 얹고 뛰었으나, 집까지 그 먼 거리를 뛰어갈 수는 없었기에 조금 뛰다가 말고 그냥 지친 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머리에 얹고 있던 책가방도 그냥 다시 등에 메었다. 학교 건물 밖으로 박차고 나와 몇 걸음 뛰지도 않아서 이미 온 몸은 다 젖어 있었다. 마치 물에 빠졌다 나온 것 같은 모습이었다. 숨을 헐떡이며 아직 길이 뚫리지도 않은 야산을 오르고 있었는데, 비 때문에 자꾸 발이 미끄러지거나, 돌 무더기가 무너지며 비틀 넘어지다가 손을 짚고 다시 일어서기도 했다. 조금 큰 나무 아래로 들어가 잠시 비를 피하며 머리를 털고 무거운 옷을 짜기도 했는데 번쩍 하고 번개가 치는 걸 느꼈다. 번개가 칠 때는 큰 나무 아래에 있으면 안 된다고 배웠던 걸 떠올린 나는 급하게 뛰쳐나갔다. 뒤이어 천둥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퍼붓는 빗소리만으로도 귀가 멀 지경이었는데, 천둥 소리가 계속 울렸다. 번개가 계속 연달아 번쩍여서 빨리 나무들이 많은 지역을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하고 빠르게 뛰었다. 옷은 몽땅 젖어 무거웠고, 이미 야산을 오르느라 지쳐서 마음만큼 빨리 발이 움직이지는 않았다. 게다가 자꾸만 발은 미끄러졌고, 자꾸만 넘어지려다가 간신히 버티곤 했다. 집으로 돌아온 이후의 기억은 나지 않는다. 단지 저 야산에서 폭우를 헤치고 뛰어서 돌아온 기억만 있다. 번개가 무서워 마구 뛰었던 기억.


#2

2000년쯤이었다. 늦여름이거나 초가을이었고 조금 더웠다. 당시 만나던 여자친구가 아침 일찍 내 자취방으로 찾아왔었다. 그는 오자마자 김치찌개를 끓였고, 그가 가져온 반찬을 펼쳐놓고 우리는 함께 아침을 먹었다. 오전 시간을 방에서 뒹굴거리다가 우리는 시원한 커피숍으로 갔다. 각자 음료 하나씩 주문해놓고 몇 시간을 버텼는지 모르겠다. 아마 꽤 오래 앉아서 수다를 떨거나 멍하니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갑자기 여자친구는 엄마의 전화를 받고 집으로 가야 할 상황이 되었다. 나는 그를 데려다주기 위해 함께 따라 나섰고, 그의 동네에서 버스에 내리자마자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했다. 우리는 우산도 없이 비를 맞으며 뛰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폭우 정도의 느낌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그 소나기는 점점 더 빗줄기가 굵어지더니 곧 폭우로 변했다. 어찌나 세차게 내리던지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우리는 순식간에 온 몸이 다 젖었고, 뛰다 말고 그냥 걷기 시작했다. 그 상황이 너무 어이가 없어서 그랬는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우린 웃기 시작했고, 손을 잡고 걸으며 계속 웃었다. 그 폭우를 맞으며. 그의 집으로 가는 길에는 작은 놀이터가 있었고, 우리는 놀이터로 들어가 미끄럼틀 아래에서 간신히 비를 피했다. 서로 비에 쪽딱 젖은 머리카락을 털어주고 젖은 옷을 추스리며 한참을 기다리는데, 비가 그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사실 그의 집이 그러 멀지 않았기에 그냥 뛰어가도 되었지만,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그냥 그대로 손을 잡고 미끄럼틀 아래 쪼그리고 앉아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다. 머리카락에서 빗물이 뚝뚝 떨어지는 그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나도 모르게 내 얼굴이 점점 다 다가갔다. 어린이는 아무도 없는 어린이 놀이터에서 길게 키스를 했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유독 저 아이와 만나던 시절에는 둘이 비를 많이 맞았었다. 그날 그 아이는 부모님 몰래 나를 자기 집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다행히 안방이 제일 안쪽에 있었고, 현관문 바로 옆이 그 아이의 방이었다. 그는 젖은 내 셔츠를 벗기고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 준 다음 남동생 티셔츠 하나를 찾아와서 내밀었다. 바지도 하나 갖다 주려고 했지만, 그건 내가 말렸다. 남의 바지를 입고 싶지는 않았다. 비가 그칠 동안 나를 자기 방에 숨겨둔 후 자신은 엄마가 시킨 집안 일을 했다. 나는 그날 밤 늦게까지 그 아이 방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비가 그친 후에 집으로 돌아갔다. 그 아이와 비를 맞았던 여러 기억 중에 특히 이 날이 기억나는 건, 놀이터에서의 키스와 몰래 숨 어 들어간 그 아이의 방, 그리고 젖은 셔츠를 벗기고 내 몸을 닦아 준 그 아이의 손길 때문일 것이다.


#3

군대에 있을 때에 비를 맞은 기억은 정말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군대에는 우산이 없다. 판초우의만 지급된다. 입기도 힘들고 벗기도 불편한 그 우의가 있으면 그래도 비에 덜 젖을 수 있다. 군대 생활을 3등분 한다면 3분의 1은 경계 근무였고, 다른 3분의 1은 참호 공사를 비롯한 각종 작업이었으며, 나머지 3분의 1이 훈련이었다. 그 날은 무슨 훈련인지는 모르지만 훈련을 마치고 자대로 복귀하는 행군 날이었다. 화기분대 탄약수였던 나는 무거운 탄통을 들었다. 우의에서 떨어진 물이 팔을 타고 내려와 탄통의 금속 손잡이를 쥔 손바닥에 고이는 그 감촉이 지금도 기억난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어깨에 가로질러 맨 소총이 가슴 앞에서 덜렁거리고 방탄모에 맺힌 빗물이 안경에 떨어져 갑자기 시야가 흐려지면, 어깨를 짓누르는 무거운 군장을 한번 치켜 올리고 오른손에 쥔 탄통을 왼손으로 옮겨 들고 맨 손으로 안경의 물기를 쓱 닦고 다시 걷는다. 그 잠깐 걸음이 늦어졌다고 뒤에 선 사수가 욕을 내 뱉는다. 자신의 기관총은 분대원들이 돌아가면서 어깨에 메고 걷고, 자신은 총을 들지 않은 맨 몸으로 걸으면서 탄통을 든 내가 조금이라도 걸음이 느려지면 바로 걷어차거나 욕설을 날리곤 했다. 빗줄기는 점점 강해지고 몸은 점점 무거워지는 사이에 마침내 밥차가 도착했다. 우리는 왕복 2차선의 국도변에 양쪽으로 갈라져서 바닥에 주저 않아 배식 차례를 기다렸다. 


식판에 밥을 퍼서 놓자마자 빗물에 밥을 말은 모습이 되었다. 국도 빗물이 섞여 저절로 간조절을 해주었다. 김치는 빗물에 씻겨 덜 매운 모습으로 변했다. 도로변에 주저 앉아 퍼붓는 비를 고스란히 맞으며 먹는 밥은 참 뭐라 표현할 수 없는 맛이었다. 그 밥을 먹지 않으면 다시 반 나절 이상을 걸을 수 없었기에 빗물에 말은 밥을 꾸역꾸역 입 속으로 우겨 넣어야 했다. 평생 잊을 수 없는 밥 중 하나를 그 폭우 속에서 먹었다.


#4

마지막 기억은 사실 폭우 까지는 아니었고 그냥 비가 오락가락 했던 날이지만, 용역 깡패들이 쏘아대는 물대포 때문에 폭우랑 이미지가 겹쳐 떠올랐다. 2003년 여름이었고, 새만큼 물막이 공사를 급하게 서둘러서 원래 예정보다 마쳤다는 소식을 듣고, 전국에서 환경운동가 80여 명이 기습적으로 새벽에 방조제 공사 구역에 들어가 삽과 곡괭이로 물막이가 끝난 둑을 까서 다시 해수유통을 시킨 날이었다. 밤까지 시골 동네 곳곳에 흩어져 숨어있던 전국에서 모여든 활동가들은 자정 무렵 부안성당에 집결해 중요한 소지품들(전화기 같은)을 모두 잘 보관해두고 젖어도 부담이 없는 최소한의 옷차림에 우비를 입고 각자 비상식량으로 쵸코바를 두 개씩 지급 받았다. 마치 군사작전을 펼치듯 몰래 이동하여 사전에 협조를 얻은 작은 배 두 척에 나눠타고 방조제로 이동했다. 비가 오락가락 했고, 차가운 바닷바람이 세게 불어와 여름 밤이었는데도 몸이 덜덜 떨렸다. 방조제에 도착해서 삽질과 곡괭이질을 할 때는 오히려 열이 나서 좋았다. 가만히 있으면 추우니 더 열심히 곡괭이를 휘둘렀던 것 같다. 군대에서 열심히 진지 공사를 했던 덕분에 나는 삽질과 곡괭이질에 아주 자신이 있었다. 제대한 지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고 한참 힘이 좋은 시절이었으니, 지친 형들을 비키시라고 하고 아주 열심히 했던 기억이 난다. 몇 시간이나 삽질을 했을까 해가 뜰 무렵 마침내 방조제 한 쪽을 터서 해수유통을 다시 시킨 순간의 감동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다만 해가 뜨고 시공사 측에서 우리의 존재를 발견한 후로 전경들과 용역 깡패들이 몰려온 후로 악몽이 시작되었다. 용역들은 배를 두 척 정도 몰고 왔는데 그 중 한 척에서 물대포를 우리한테 쏘기 시작했다. 전경들은 우리를 한쪽으로 몰아넣어 피할 곳이 없게 만들었고, 그 사이 시공사에서 포크레인을 몰고 왔다. 우리가 용역들의 물대포와 주먹질과 발길질에 당하고 있는 사이 포크레인은 우리가 터 놓은 물길을 다시 막았다. 우리가 삽과 곡괭이로 몇 시간에 걸쳐 겨우 터 놓은 물길이었는데, 포크레인은 불과 몇 분도 걸리지 않아 다시 막아버렸다. 그리고 긴 시간 폭력에 노출된 상태로 버티기에 들어갔다. 여성 활동가들을 안쪽에 모아놓고 그 바깥으로 둥글게 둥글게 남성 활동가들이 스크럼을 짜고 깡패들의 폭력에 맞섰다. 전경들은 깡패들의 폭력은 두고 보면서 우리가 물길 쪽으로 다시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기만 했다. 주먹질과 발길질 그리고 바닷물을 퍼올려서 쏘는 세찬 물줄기의 물대포 때문에 긴 시간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맞고 버텼다. 우리가 이렇게 버티면 노무현 대통령이 자신이 공약을 지킬 거라고 생각했었다. 비로 우리가 이렇게 두들겨 맞아도 생명의 갯벌을 지킬 수 있다면 며칠이고 이 바다 한 가운데 좁은 방조제 위에 버티고 있을 거라고 다짐했다. 여성 활동가 두 명이 실신해서 해경의 배를 타고 실려 나갔다. 우리는 전날 저녁을 먹은 후로 쵸코바 겨우 2개로 버티고 있었다. 밤새 휘두른 삽질과 곡괭이질로 지치고 배가 고팠다. 그리고 해가 뜨자마자부터 긴 시간을 두들겨 맞고 밀려나기를 반복했다. 군산환경연합에서 우리가 먹을 빵과 물을 배에 실고 왔는데, 용역깡패들이 이걸 뺏어서 모두 바다에 버려버렸다. 우리는 그날 저녁까지 버티다가 결국 부안성당으로 철수했다. 그날 그 방조제에서 철수하면 절대 안 된다고 부르짖었었다. 새만금 공사를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공약을 대통령이 이행할 때까지 한 발자국도 못 나간다고 버티려고 했다. 그런데 누가 내린 결정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렇게 결정했다고 통보 받았다. 전국에서 모인 활동가들은 패잔병처럼 쓸쓸히 긴 거리를 걸어서 부안성당으로 향했다. 


거의 24시간을 굶은 상태로 온 몸이 젖고 지친 상태로 간신히 도착한 부안성당에는 김밥이 기다리고 있었다. 미친 것처럼 김밥 두 줄을 양 손에 쥐고 먹기 시작했다. 물도 없이 김밥을 몇 줄이나 먹었는지 모르겠다. 일단 10줄을 넘길 때까지는 세기는 했었다. 그 뒤로는 세기도 귀찮아서 그냥 막 집어먹었다. 평생 잊을 수 없는 밥 중 또 하나는 이렇게 폭우는 아니지만, 비와 물대포에 대한 기억으로 연결된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와중에 퇴근시간이 가까워지자 또 비가 거세게 쏟아붓는다. 아직 어제만큼의 폭우는 아니지만 그래도 폭우라고 부를만한 모양새다. 오늘은 집에 가고 싶은데, 폭포나 급류가 되어버렸을 그 비탈길을 오를 걱정을 하니 퇴근하기가 싫어진다.




글을 쓰고 싶어졌다.
















지난 번에 우리 일터에서 제로 웨이스트 매장을 새로 열었기 때문에 가끔 매장 지킴이를 하게 되었다는 얘길 하면서 우리 매장에 소설가 최정화 님이 방문했었다고 전했었다. 이 책 앞쪽에 우리 매장 이야기가 나왔다. 내가 나온 것처럼 반갑고 기분이 좋았다.


작가는 삶의 태도를 바꾸면서 글도 자판을 두드리지 않고, 플라스틱 볼펜을 사용하지 않고 연필이나 만년필을 이용해 종이에 글씨를 써서 글을 쓴다고 했다. 이 부분을 읽으며 나도 문득 글씨를 쓰고 싶어졌다. 워낙 악필이라 글씨를 쓰는 걸 조금은 두려워하는 편인 내가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이 스스로 생각해도 의외였다.


내가 왜 이렇게 악필일까? 왜 나는 글씨를 쓰려고 볼펜을 쥐면 갑자기 조급한 마음이 드는 걸까? 나는 왜 글씨를 쓰는 걸 두려워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고 긴 시간 고민을 많이 했다. 그리고 최근에 어쩌면 그 답이 될 수도 있는 가능성 하나를 떠올렸다. 나는 어려서부터 눈이 나빴다. 그런데 부모님은 중학생이 될 때까지 안경을 맞춰주지 않았다. 심지어 친척 중에 안경원을 운영하는 분이 세 분이나 계셨는데도 그랬다. 나중에 들었던 이야기인데, 그 친척 중에 한 분이 너무 어려서부터 안경을 끼면 좋지 않다고 해서 중학생이 될 때까지 기다린 거였다고 했다. 그 말이 맞는지 어떤지는 모르겠으나 그 말 때문에 나는 잘 보이지 않는 시력으로 국민학교 시절을 보냈다. 중학교도 고등학교도 그랬지만 국민학교에서도 선생님들은 칠판에 수업 내용의 대부분을 적는 것이 기본이었다. 그리고 학생들은 당연히 그 내용을 모두 공책에 필기해야 했다. 그런데 교실의 중앙에 위치한 2분단과 3분단과 달리 창가와 복도 쪽에 위치한 1분단과 4분단에서는 칠판에 적힌 글씨들이 잘 보이지 않았다. 시력이 엄청 나빴기 때문인데, 중학생이 되어서 처음으로 안경을 써보기 전까지 나는 모든 사람들이 다 나처럼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나보다 훨씬 빨리 필기를 잘 하는 다른 학생들은 뭔가 다른 비법이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기도 했다. 어쨌든 1분단과 4분단에 앉았을 때의 나는 잘 보이지 않으니 필기를 잘 할 수가 없었고, 그래서 필기 속도가 매우 느렸다. 그런데 선생님은 학생들이 필기를 모두 마쳐야 칠판을 싹 지우고 다음 내용을 적을 수 있기 때문에 빨리 적으라고 재촉을 하기 마련이다. 


6년의 국민학교 생활 중에 유독 내 필기가 느리다고 나를 엄청 구박했던 선생이 한 명 있었다. 젊은 여성이었는데, 좀 매서운 인상이었다. 엄마는 언젠가 이런 말씀을 하셨다. 그 여선생이 자꾸 나에 대해 나쁘게 말하곤 했다는 거다. 조금만 것들도 트집을 잡아서 문제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 자리엔 아마도 다른 엄마들도 있었던 모양인데, 그 중 한 엄마가 슬쩍 (그러나 다른 엄마들 눈에 다 보이게) 봉투 하나를 그 선생 수첩 아래에 집어 넣었다고 했다. 그랬더니 그 선생이 갑자기 호들갑스럽게 웃으며 그 아이는 자기가 잘 돌보겠다고 걱정 마시라고 했다는 것이다. 엄마도 잠시 고민을 했다고 했다. 돈 몇 푼 찔러 넣어주면 잘 봐줄텐데, 그냥 무시하면 또 얼마나 애를 구박할 것인가 이러면서. 비록 가난했지만, 그래도 그때까지는 그 몇 푼을 준비 못할 상황은 아니었을 것이다. 나중에는 점점 더 나빠져서 정말 심각하게 가난한 상황이 되기는 했지만. 암튼 내 기억 속에 유독 나를 구박했던 그 선생은 세월이 한참 흘러서 엄마가 말씀하신 그 선생과 같은 사람이다. 사실 국민학교 6년 동안 나를 구박했던 유일한 선생이 그 사람이다. 다른 선생님들은 모두 내 장점을 칭찬하고, 내 태도를 인정해줬는데 그 선생 한테서만 그런 칭찬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그 선생이 내 느린 필기 속도를 계속 지적하고 구박했기 때문에 나는 무의식적으로 글씨를 빨리 써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게 된 것은 아닐까? 글시를 쓰려고 펜을 쥐면 나도 모르게 조급해지는 이 마음은 어렸을 때 그 지속적인 구박과 꾸지람 때문이 아닐까? 이건 어쩌면 일종의 트라우마가 되어 내 머리 속 깊숙한 곳에 자리잡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된다. 어떤가? 합리적인 의심이지 않는가?


암튼 그래서 이 책의 저 구절을 읽고 우리 매장에 있는 재질이 나무로 된 볼펜을 구매해서 공책에 글씨를 써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내 글씨지만 나조차 알아보기 어려운 악필로. 천천히 알아보기 쉽게 글씨를 써보려고 아무리 마음을 먹어도 손은 저절로 글씨를 날리며 빨리 움직였다. 이건 마치 내 손이 아닌 것처럼 내 머리의 명령을 듣지 않고, 혼자 제 멋대로 글씨를 날려서 적어갔다. 이게 참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구나 싶었다. 확실히 나는 손으로 글씨를 쓸 일이 거의 없는 삶을 살고 있구나 싶었다. 문서 작업도 모두 자판을 두드려서 하고, 가끔 쓰는 이런 잡다한 글도 모두 자판을 두드리니 밀이다. 한때는 나도 일기라는 것을 직접 적곤 했는데, 이제는 그런 것조차 휴대폰 앱에서 자판을 두드리거나 이런 온라인 공간에 두드려 놓으니 점점 글씨를 보기 좋게 적을 수 있는 기회는 사라지는 구나 싶다.


쉬운 일이 아니라도 포기하지는 않겠다. 앞으로 매일 단 10분이라도 공책에 직접 글씨를 써서 글을 쓰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매일 조금씩 노력하다 보면 내 글씨를 알아보는 일이 조금은 쉬워지지 않을까? 알아볼 수 없는 날려쓰는 글씨가 조금은 반듯하게 바뀌지 않을까. 그런 기대를 조금은 가져보며 이 글을 마친다. 쏟아붓던 폭우가 다시 조금 잠잠해졌다. 이 틈에 빨리 집에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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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2-08-18 01: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난주엔, 이번주에도 비가 많이 왔네요 어쩌다가 그렇게 됐는지... 그런데도 비가 안 와서 가뭄인 곳도 있더군요 거기는 좀 나아졌을지... 기후위기 무섭습니다 북극 빙하가 아주 빠르게 녹고 있답니다 남극도 다르지 않겠습니다 새벽에 그런 영상 잠깐 봤는데, 걱정입니다 집이 1층이고 예전에 물난리 난 적 있어서... 이번에도 그럴 뻔했어요

손으로 글씨 쓰는 것도 환경에 도움이 되는 거군요 그것보다 연필을 쓰는 게 중요하겠습니다 연필도 쓰기는 하는데... 저는 종이에 글 써요 종이는 달력 뒷면... 나중에 공책에 옮겨 쓰기는 해요 시간을 버리는... 글씨 빨리 쓰지 않고 천천히 쓰면 알아볼 수 있을 거예요


희선

감은빛 2022-09-01 15:23   좋아요 0 | URL
답이 많이 늦었습니다. 희선님.
최근 몇 년 사이에 계속 반복되고 있는 일이지만,
올해는 유난히 더 심하게 기후 재앙이 불어닥치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요.

지금 또 엄청난 태풍이 다가오고 있다고 하지요.
우리나라에 두번째로 큰 피해를 주었던 태풍 ‘매미‘와 비슷한 규모라고 합니다.
부디 태풍이 살짝 비켜가서 큰 피해가 없었으면 좋겠네요.

2022-09-01 15: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01 15: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01 15: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반바지 입고서 회사를 가도


"나이 사십이 넘은 사람이 반바지를 입고 다니나?"

순간 귀를 의심했다. 환경 운동 그 중에 에너지 운동하는 사람 입에서 나올 말인가? 내가 여기 일터에 들어온 후에 서울시에서 여는 쿨 패션쇼에 모델로도 초청(에너지 활동에 종사하는 시민이 모델을 맡아 달라는 취지) 받아서 나갔을 만큼 여름에 시원하게 입고 그만큼 냉방 에너지를 덜 쓰는 것이 중요한데, 한여름에 반바지를 입었다고 지적하다니! 사실 그 분에게 예전에도 여러 번 옷차림과 외모 지적을 받았다. 늘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다니는 나에게 공적으로 중요한 자리에는 옷을 좀 갖춰 입어 달라는 지적을 몇 해 전에 받았었다. 그 분이 몰라서 그렇지 나도 나름 어디 앞에 나서서 뭘 해야 하는 자리들, 이를테면 강의나 발표나 토론 등에 임할 때에는 그래도 좀 포멀한 느낌을 옷을 입고 다닌다. 정장은 아니지만, 그래도 가진 옷 중에서 가장 괜찮은 옷으로 맞춰 입는다. 그래서 그 지적을 받았을 때는 좀 억울했다. 그 후로도 여러 차례 외모 지적이 있었다. 특히 재작년 교통사고로 7개월을 휴직 했다가 다시 복직했을 당시에 머리카락과 수염을 길러서 나타났다고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여러 번 지적을 했다. 작년 가을 쯤부터 얼굴 흉터들이 좀 옅어져 가까이 그리고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잘 티가 나지 않게 된 후로 더는 수염을 기르지는 않고 있다. 그때부터 조금 태도가 바뀌기는 했지만, 여전히 잊을만하면 한번씩 머리는 언제까지 기를 거냐고 묻곤 한다. 한번만 물었으면 그러려니 할텐데, 여러 번 묻고 또 물으니 이건 '보기 싫으니 얼른 잘라라.' 라고 말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느낀다.


작년 가을 중요한 시상식에서 일터를 대표해 내가 상을 받으러 나갈 일이 있었다. 당시는 긴 머리카락을 묶고 모자를 눌러쓰고 다니고 있었다. 난 두상이 예쁘지 않은데, 모자를 쓰지 않고 그냥 머리칼을 묶은 상태에서는 예쁘지 않은 머리 형태가 고스란히 드러나서 늘 모자를 썼다. 그리고 그 시상식에는 기자들도 많이 오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서 이뤄지는 행사라 모자를 쓰지 않고 그냥 나가기는 싫었다. 그렇다고 머리카락을 묶지 않고 풀고 다니기에도 좀 문제가 있었다. 처음 머리카락을 기를 당시부터 한번도 머리카락을 다듬지 않고 길러서 길이가 제멋대로였고, 반곱슬이라 여기저기 뻗쳐서 보기에 예쁘지 않았다. 그래서 어지간하면 임원들 중에 누군가가 시상식에서 상을 받아주길 원했지만, 다들 그날은 시간이 안 된다며, 나보고 나가라고 했다. 이래저래 고민을 거듭하다가 나는 결국 모자를 눌러 쓴 채로 시상대에 섰고, 기념 사진을 찍었다. 분명 누군가는 그 장면을 보고 속으로 욕을 했을지도 모른다. 예의도 없이 모자를 눌러쓰고 상을 받으러 나왔다고. 


올해 봄 단발로 머리카락을 자른 후에는 그 고민은 사라졌다. 결코 잘 생겼다고 말할 수 있는 얼굴은 아니지만, 다행히도 단발머리가 내 길쭉한 얼굴형에는 나름 어울리는 느낌이다. 물론 다른 사람들 눈에는 어떻게 보이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 눈에는 그럭저럭 괜찮다고 느낀다. 여기저기 뻗치는 반곱슬도 단발에는 그럭저럭 잘 어울리는 듯하다. 단발로 머리스타일을 바꾼 후에는 별다른 고민 없이 강의도, 발표도, 토론도 나가고 있다. 우연히 마주치는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놀란 반응을 보인다. 그렇다면 그 분은 적어도 2년 동안은 나랑 만나지 못한 사람일 확률이 높다. 아, 작년에 묶은 머리스타일을 보고 올해 단발을 본 사람들 중 일부가 놀라긴 했었다.


암튼 반바지 얘기하다가 수염과 머리카락 이야기로 넘어왔는데, 다시 반바지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처음 일했던 환경단체에서 좀 황당한 경험을 했다. 나이가 많은 선배 활동가에게 청바지를 입고 다닌다고 잔소리를 들었던 거였다. 정장바지나 기지바지를 입고 다니라고 했다. 정장은 아예 입지 않고, 기지바지도 전혀 없었다. 그 선배 활동가가 뭐라고 하던 말던 나는 계속 청바지를 입고 다녔지만, 그래도 좀 눈치가 보이는 자리에는 면바지를 입고 다녔다. 어떤 토론회 자리에 청바지를 입고 나갔다가 나중에 누군가에게 "네가 유시민이냐?"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실 유시민은 청바지가 아닌 백바지를 입고 국회에 출근했었다. 그러니 청바지 자체를 비난했다기 보다는 정장이 아닌 캐주얼한 옷차림에 대해 지적한 것이겠지.


그해 그 환경단체에 있을 때에도 여름에는 반바지를 입었다. 그리고 다음 해 다른 단체에서 일할 때에도 여름에는 반바지를 입고 다녔다. 하루는 시청에 방문해 간부급 공무원과 대화를 나눌 일이 있었는데, 젊은 사람이 늘어진 티셔츠에 반바지를 입고 등장했기 때문에 그 간부급 공무원과 그 아래 주무관들은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마치 학생 다루듯 내게 반말로 말을 하길래, 내가 정색을 하고 그들의 태도를 문제삼았던 적이 있었다. 특히 그들의 주장에 헛점이 많았기 때문에 내가 조곤조곤 짚었던 지적들에 그들은 변명도 하지 못했었다.


앞서 잠시 언급했었던 서울시가 주최한 쿨 패션쇼 당시에도 반바지에 얽힌 이야기가 있었다. 서울시 공무원이었는지 아니면 외주로 그 패션쇼를 맡은 업체 직원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행사 담당자였던 여성이 패션쇼에 내가 가진 반팔 셔츠와 반바지를 입고 올 것을 요구하면서 적절한 옷인지 판단해야 하니 집에서 반팔셔츠와 반바지를 놓고 사진을 찍어 보내라고 했다. 그러면서 반팔과 반바지여도 나름 포멀한 느낌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참, 반팔 반바지인데 포멀한 느낌을 요구하다니. 아주 다행스럽게도 학원 강사였던 시절에 입던 반팔 와이셔츠가 두세벌 남아 있어서 상의는 오케이 판정을 받았는데 반바지는 둘 다 캐주얼 느낌이라 곤란하다는 답을 받았다. 나는 속으로 쿨 패션인데 뭐 그런 걸 다 따지나 싶어서 좀 기분이 상했다. 암튼 이것 때문에 반바지를 새로 사고 싶지도 않았고, 사러 갈 시간 여유도 없다고 전달했다. 결국 담당자는 둘 중 하나를 입으라고 명령하듯 말했다. 그러고 나중에 쿨 패션쇼 당일 현장에서 다른 모델들의 옷차림을 보니 그 담당자가 말했던 것과는 달랐다. 내 반바지 보다 더 캐주얼한 반바지들을 전문 모델들이 입고 다니는 걸 봤으니. 당일 또 하나의 불만은 키가 크고 늘씬한 전문 모델들이 여러명 있어서 우리처럼 평범한 시민들은 같은 무대에 서기가 많이 불편했다는 점이다. 게다가 그들은 전문적으로 훈련받은 워킹을 보여줬으나, 우리는 그냥 평범하게 걸었을 뿐이니 누가 보더라도 비교가 될 수 밖에 없었다. 또 현장에서 즉석으로 나와 대학생 한 명을 연인 컨셉으로 묶어서 무대에 내 보내는 상황을 연출했는데, 당시에는 그래도 지금보다는 훨씬 어려 보이기는 했지만, 30대 후반의 아저씨와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성을 연인이라고 했으니, 그 여성이 얼마나 기분이 나빴을까 싶다. 물론 그분은 그런 티를 전혀 내지 않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표정 연기를 펼쳤고, 연인이라는 컨셉을 강조하기 위한 몇 가지 동작들(얼굴의 땀을 닦아준다거나, 팔짱을 끼거나 등)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어서 나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한 이삼주 정도 전이었는데, 점심무렵 엄청 더운 날에 정장을 입고 길을 걷는 사람들을 여럿 보았다. 그냥 반바지에 반팔 티셔츠만 입고 있는 나도 땀이 줄줄 흐르는 날씨였는데, 그 분들은 정장 재킷을 벗으면 속에 입은 와이셔츠와 속옷은 다 젖어 있지 않았을까? 제발 한 여름에는 좀 시원하게 입고 다니면 좋겠다. 그렇게 정장 재킷까지 차려 입고 에어컨을 켜는 것보다는 모두가 같이 반팔, 반바지 입고 선풍기 켜면 좋지 않은가.


DJ DOC의 [DOC와 춤을] 이란 노래는 1997년에 나왔다. 노래 가사 중 “청바지 입고서 회사에 가도 깔끔하기만 하면 괜찮을 텐데. 여름 교복이 반바지라면 깔끔하고 시원해 괜찮을 텐데.” 라는 부분이 있었는데, 사실 당시로선 반바지 입고 일터에 출근하는 건 상상도 못할 시절이 아니었을까 싶다. 하지만 지금은 2022년이고,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심각한 상황이라면 일터에 청바지 뿐 아니라 반바지 입고 출근해도 괜찮지 않을까?


















파친코 번역본을 기다리다가 그냥 원서로 읽자 라는 생각이 들어서 장바구니에 넣었는데, 계속 결제를 미루다가 지난 주에야 결제하고 책을 받았다. 매일 조금씩 읽어야지 라는 생각은 역시 지키기가 쉽지 않다. 주말 동안 다른 책을 읽느라 이 책은 펼쳐보지 못했다. 원서의 한계는 역시 독해시간이다. 한 문장을 여러 번 반복해서 읽느라 시간이 엄청 오래 걸린다. 나중에 모르는 단어들을 찾아보기도 해야 하고. 역시 언어의 한계를 극복하기는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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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22-07-25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름엔 가볍게 입을 수 있어야 해요!!! 안 그러면 에어컨 더 틀어야 하고, 출퇴근길 힘들고, 옷 쓰레기 늘고... 여전히 관성에 젖어서 진짜 중요한 게 무엇인지 놓치는 건 그들인 것 같아요. 특히나 환경을 생각한다면 더 더욱 말이죠!! 반바지랑 얇은 반팔 티셔츠가 얼마나 시원하고 편한데... 게다가 요즘은 살짝 격식 차린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말이죠. 옷 사줄 것도 아니면서 함부로 지적질이네요ㅠㅠ

감은빛 2022-08-09 18:15   좋아요 1 | URL
답이 많이 늦었네요. 꼬마요정님.
정말 상식인데, 왜 다들 반바지를 못 입게 할까요?
너무나 안타깝네요.
말씀처럼 자기가 옷을 사줄 것도 아니면서. ㅎㅎㅎㅎ

건강 조심하세요. 꼬마요정님

청아 2022-07-25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가족이라면 모를까 아니, 가족간에도 계속 그러면 힘들어지거든요. 매번 대거리할 수도 없고 황당하셨겠네요. 더구나 환경단체에서 일하는 분이 그러셨다는게 신기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스스로의 오류를 발견하는게 그만큼 쉽지 않은 일이고 또 그래서 꾸준히 찾아내야한다는 생각도 듭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은빛 2022-08-09 18:15   좋아요 1 | URL
네, 미미님. 가족이라도 힘들죠.
그래서 저도 늘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답이 좀 늦었네요. 더위에 건강 조심하세요.

레삭매냐 2022-07-25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도 회사에서 반바지를 입는답니다.

긴 바지 입고 이 여름을 어케 날지
생각만 해도 답답합니다.

감은빛 2022-08-09 18:17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반바지가 절대 필요합니다.
저는 이제 긴바지 입고 출근을 못 하겠어요.
물론 글에도 적었듯이 발표나 강의 등이 있는 날엔
제일 얇은 옷으로 긴바지 입습니다.

레삭매냐님. 답이 좀 늦었네요.
더위에 건강 조심하세요!

yamoo 2022-07-27 0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회사에 반바지를 입고 가면 한 소리 들어요.

그래서 출근할 때와 퇴근할 때 반바지 입고 긴바지는 사무실에서만 입는다는...ㅎㅎ

파친코...이거 절판되기 직전에 구매해서 읽으려고 했는데, 책이 어디가서 쳐박혀있는지 찾을 수가 없어요..ㅠㅠ

감은빛 2022-08-09 18:18   좋아요 0 | URL
허! 야무님 회사도 그러는 군요. ㅠㅠ
그럼 반바지 입고 가셔서 화장실에거 갈아입으시는 건가요?
에휴, 진짜 너무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파친코, 절판되기 전에 구해놓으셨군요.
저는 영어판을 사놓고 조금 읽다가 미뤄두고 있어요. ㅎㅎ
당연히 사기 전에 이렇게 될 거라고 예상은 했습니다. ㅎㅎ

얄라알라 2022-09-12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은빛님이 말씀하신 그 분, 지적질에 결코 게으름이 없으신 그 분, 이 글을 읽기만 했어도 불쾌감과 그분을 향한 반감이 올라옵니다

저는 파친코 원서로 몇 번 반복해서 읽었어요^^
챕터 마다 정리하다가 나중에는 쉬엄했지만 참 귀한 경험이었습니다. 감은빛님께서도 완독하시기를 화이팅

감은빛 2022-09-15 13:12   좋아요 1 | URL
얄라알라님. 안녕하세요.
원서로 몇 번이나 반복해서 읽으셨다니! 대단하시네요!
저는 조금씩 야금야금 읽다가 최근에는 다른 책 읽느라 잠시 중단했네요.
확실히 원서를 읽는 것은 쉽지가 않네요.
한번에 오래 읽지를 못하겠어요.
얄라알라님의 응원을 받았으니 꼭 완독해야겠어요.
고맙습니다!
 

에어컨 없이 여름 나기


며칠 전 일터의 직속상관께서 함께 일하는 동료 활동가와 내게 아주 오랜만에 점심을 사주셨다. 당연히 날씨 이야기와 기후변화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었는데, 그 분이 우리에게 집에 에어컨이 있는 지를 물었다. 동료 활동가는 친구랑 함께 지내는데, 방이 구조가 독특해서 비교적 시원한 편이라고 아직은 에어컨을 구입하지 않았다고 했다. 다만 올해는 유난히 더워서 사야지 생각은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자 그 분이 이제는 에어컨이 필수라고, 이런 날씨에는 에어컨 없으면 못 견딜거라고 했다. 본인도 평생 환경운동을 해오신 분이지만 불과 이삼년 전에 도저히 버티지 못하고 에어컨을 샀다고 했다. 내 기억에는 아마 가장 더웠던 2018년에 구매하셨던 것 같다. 당시에 본인이 환경운동가로서의 고집을 포기하고 에어컨을 샀다고 말씀하셨던 기억이 난다. 암튼 그러고 내게로 시선을 돌렸다. 나도 아직은 에어컨이 없다고 답했다. 그러니 또 목소리를 높이며, 안된다고 한반도는 더이상 에어컨 없이 여름을 날 수 있는 기후가 아니라고 강조하셨다. 나 역시 그 말씀에 동의하지만, 그래도 올해 여름까지는 버텨보는 걸로 생각 중이다. 


오늘이 목요일인데, 어제까지 월,화,수 3일 동안 집에서 잠을 자지 못했다. "못했다." 라고 표현한 건 내 의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 더위에 집에서 잠을 자는 일은 쉽지 않다. 에어컨이 없어서 열대야의 더위 때문에 잠을 설치는 날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위가 기승을 부릴 거라고 예고되었던 지난 주말에는 일부러 에어컨이 있는 친한 후배 집에 가서 이틀을 지내고 돌아왔다. 어차피 열대야로 더운 날엔 본인도 에어컨을 켤 확률이 높으니, 혼자 에어컨을 켜는 것 보다는 둘이 있을 때 켜야 효과도 좋고, 죄책감도 덜 수 있다는 이유로 편하게 놀러오라고 했던 후배였다. 사실 "아예 한 달을 우리 집에서 지낼래요?" 라는 상당히 귀가 솔깃한 제안을 받았으나, 그래도 남의 집에서 한 달씩이나 얹혀 살 수는 없다고 생각해 고개를 가로 저었다.


이번 주는 본의 아니게 계속 집에서 잠을 자지 못했다. 월요일과 화요일에는 큰 아이가 갑자기 장염으로 병원에 입원하는 바람에, 애들 엄마가 병원에서 이틀 밤을 큰 아이와 지내고, 내가 혼자 집에 남은 작은 아이와 지내느라 아이들 집에서 잤다. 아이들이 파주로 이사간 후에는 우리 집으로 오려고 하지 않아서 함께 자는 일이 드물었다. 애들 엄마가 해외 출장이나 지방 출장으로 집을 비우는 날 외에는 거의 없었으니까. 이틀 모두 저녁 늦게 일을 마치고 파주까지 이동하느라 아주 늦은 시간에야 집에 도착했고, 작은 아이와 놀 시간이 별로 없었다.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과 좋아하는 만화 이야기 등을 재잘재잘 떠드는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그 짧은 시간은 내게는 너무 소중했다. 아이는 계속 자라고, 언젠가는 더이상 나에게 저렇게 재잘대며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을테니까. 아이들이 자라면서 계속 더 해주지 못하는 일이 생기는 일이 섭섭하다. 언제부턴가 머리를 묶어 달라고 요청하지 않는 아이들. 문득 생각나서 머리를 묶어 줄까 하고 물어보면 고개를 저으며 그냥 자기가 묶겠다고 답한다. 분명 내가 묶어주면 더 예쁘게 묶어줄 수 있는데 라고 생각을 하면서도 그냥 본인이 하도록 둘 수 밖에 없다. 스스로 하겠다는 일을 억지로 부모가 해주는 건 좋지 않은 태도다.


큰 아이는 사실 이틀씩이나 입원할 정도는 아니었다고 생각되지만, 암튼 병원에서 그럭저럭 잘 지냈다고 한다. 애들 엄마가 바쁜 때에 병원에 있느라 시간을 뺏기고, 불편한 간이 침대에서 자느라 불편했을 것이다. 사실 그래서 내가 병원에서 자려고 생각했는데, 함께 병실을 쓰는 다른 엄마가 나를 불편해 할 거라고 여겨서 본인이 병원을 선택한 것 같다.


파주 집은 우리 집만큼 덥지 않아서 에어컨을 켜지 않고 선풍기 만으로도 충분히 쾌적하게 잘 수 있었다. 우리 집이었다면 잠시도 선풍기를 멈출 수 없었겠지만, 그 집에선 새벽에 조금 춥다고 여겨 선풍기를 껐다가, 나중에 더위를 느껴 다시 켜기를 반복하기도 했다. 문제는 고양이였다.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고양이 두 마리. 몇 해 전 그 고양이들이 함께 생활하기 시작하면서 내가 그 집에서 잘 때마다 고양이라는 존재들 때문에 낯선 상황들을 경험하긴 했지만, 지금까지는 대체로 방문을 열어두고 잔 적은 없어서 이 아이들 때문에 잠을 깬 적이 많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더워서 문을 열어두고 잤더니 두 녀석 중에 나랑 좀 더 친한 한 녀석이 계속 내 곁을 오가며 잠을 깨웠다. 뺨이나 이마를 혀로 핥거나, 머리카락을 밟고 지나가거나, 손이나 무릎, 발가락 등을 아프지 않게 살짝 깨물거나, 내 배 위로 올라와 한참을 가만히 있거나, 내 귀 옆에 웅크리고 앉아 갸르릉 대거나 하는 등의 행동을 수시로 했다. 차라리 가만히 옆에 있었으면 그러려니 하고 같이 잤을텐데, 한참 옆에 있다가도 금방 거실로 나갔다가 얼마 후에 다시 돌아와서 위 행동들을 반복해대니 자꾸 잠을 깰 수 밖에 없었다. 


아, 그래 마음은 알겠는데, 나 너무 피곤하니까 좀 그만 건드리면 안 되겠니. 좀 안 깨고 자고 싶은데, 이 녀석은 자꾸 내 얼굴을 핥거나 귀 옆에서 갸르릉 대며 잠을 깨웠다. 내가 잠결에 쓰다듬어 주면 가만히 갸르릉 대기만 하는데, 귀찮아서 돌아누으면 손이나 발쪽으로 와서 살짝 깨물곤 한다. 다행히 아프지 않게 깨물지만, 그 날까로운 이빨의 감촉은 잠을 깨우기에는 충분하다. 여름에는 이 녀석 때문에 이 집에서 자는 일이 쉽지 않구나 하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행히 다른 한 마리는 내게 별로 관심이 없다. 다른 녀석 보다 몇 달 늦게 이 집에 온 그 아이는 성격도 좀 달라서 상대적으로 인간들에게 먼저 다가가지 않는 편이며, 특히 초기에 나하고 함께 지낸 시간이 좀 적어서 그런 것 같다.


수요일인 어제는 비가 제법 많이 왔다. 어제 아침 파주에서 서울로 출근하면서 버스로 자유로를 지나 왔는데, 푹우를 버스가 가르며 나아가는 모습이 무척 위태로워 보였다. 비는 조금 잦아들었다가 다시 쎄게 내리기를 반복했다. 어제는 오후부터 저녁까지 제로웨이스트 매장을 지키는 날이었는데, 퇴근 시간이 다 되어 친한 후배에게 연락이 왔다. 감자전을 구울테니 오라는 연락이었다. 매장을 봐야해서 조금 늦게 간다고 전했다. 평소 저녁 시간에는 매장에 손님이 좀 오는 편인데, 어제는 비 때문인지 손님이 없었다. 저녁 먹을 시간이 지나 배도 고팠고, 감자전이 기다린다고 생각하니 마음은 이미 거기로 가 있었는데, 손님이 없어도 정해진 시간까지 매장은 열어두어야 하니 좀 답답했다.


마감 시간이 되어 매장 문을 닫고 서둘러 후배네 집으로 갔다. 손흥민이 출전하는 토트넘과 케이리그 대표 선수들의 이벤트 경기를 보면서 감자전을 열심히 먹고 놀았다. 늦은 시간까지 놀다가 잘 먹고 잘 놀았다 이러며 집으로 가려는데, 후배가 그냥 자고 가시라고 했다. 사실 그 집이 일터와의 거리도 더 가깝고 에어컨도 있으니 굳이 찜통 같은 집으로 돌아갈 이유는 없었다. 


오늘은 아직까지 별 일이 없으니 아마도 오랜만에 집에서 자게 되겠지. 점심 시간에 고심을 거듭하여 한 달 이상 묵혀두었던 알라딘 장바구니를 비웠다. 30만원에서 20만원으로, 다시 10만원 대 선으로 결제 금액을 줄이며 책들을 넣었다 뺐다를 반복했다. 이번 달에는 여름 휴가 교통비와 숙소 비용들을 선결제해서 이미 지출이 예산을 넘겼고, 휴가 가서도 지출이 상당히 클 것이기 때문에 완전 적자인 달인데, 어떻게든 책값을 줄여보려고 했으나, 읽고 싶은 책들이 너무 많다.


암튼 오늘 결제한 책들이 저녁에 도착할테니, 오늘은 선풍기 바람 쐬면서 책을 읽어야지. 빨리 퇴근시간이 되기를. 빨리 책이 오기를. 


0.1 웨이스트


몇 달전부터 일주일에 두 세번 정도 제로웨이스트 매장을 보고 있다. 일터에서 태양광발전 사업 뿐 아니라 에너지 절약 제품과 제로웨이스트 제품을 판매하는 매장을 내며 사업을 확장한 것이다. 매장은 환경과 에너지를 주제로 한 거점으로서 물품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과 상담 등의 다양한 활동이 이뤄지는 곳으로 운영 중이다. 매장을 총괄 관리하는 매니저님을 새로 채용했지만, 매니저님이 근로 시간을 모두 채워도 매장 운영 시간을 다 커버할 수 없기 때문에 나머지 시간을 자발적인 자원활동가들이 채워야 한다. 나는 일터에서 활동비를 받는 활동가로서 자발적인지 비자발적인지 모를 노동을 매장에 투여해야 할 상황이었다. 


암튼 그래서 아주 오랜만에 물품을 판매하는 일을 다시 해보고 있다.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대학 입학식도 하기 전에 아버지 지인이 운영하는 큰 슈퍼마켓에서 일했던 것과 군대가기 전에 짧은 기간 편의점 야간 일을 했던 것 등이 실제로 무언가를 판매하는 일을 했던 것이었는데, 20년 이상의 긴 시간이 지나 다시 비슷한 종류의 일을 맡은 것이다.


제로웨이스트 매장은 일반적인 슈퍼마켓이나 소매점과는 여러모로 많이 다르다. 취급하는 상품이 대부분 포장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바코드를 찍어서 간편하게 결제할 수 없다. 그래서 포스기에서 고객이 가져온 상품을 찾아내는 일이 쉽지 않다. 지금은 조금 익숙해지긴 했는데, 처음에는 엄청 버벅거리며, 계산대 앞에 계신 손님께 "죄송합니다만, 제가 좀 서툴러서 조금 시간이 걸립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를 계속 말해야 했다.


매장을 맡은 날에는 손님들이 얼마나 오고, 매출이 얼마나 나오느냐에 따라 내 기분이 크게 좌우되는 걸 느꼈다. 특히 어제처럼 하루 종일 비가 오는 날에는 정말 손님이 없는 편이라 기분이 크게 다운되었었다. 손님이 오고 이것 저것 질문도 하고 작은 거라도 하나 구매하면 내 기분이 다시 좋아졌다. 꼭 구매를 하지 않더라도 매장에 들어와 둘러보고 어떤 제품에 관심을 갖기만 해도 기분이 괜찮았다. 그런데 정말 몇 시간을 앉아 있어도 손님이 한 명도 안 들어오는 날엔 힘이 많이 빠졌다.


어제 오후부터 오늘 오전까지 총 11시간을 매장을 지켰는데, 그 동안 들어온 손님은 단 두 명이었다. 한 분은 몇 개의 제품을 구매하셨지만, 다른 한 분은 나와 몇 분 동안 상담만 하고 구매는 하지 않고 가셨다. 이런 날엔 참 힘이 많이 빠진다.


어제 동료 활동가가 갑자기 소설가 최정화 님을 아느냐고 물었다. 잠시 생각해봤으나 들어본 기억이 없는 이름이었다. 그는 자신이 매장을 맡은 날 이 소설가가 오셔서 제법 많은 제품을 사가셨었다고 말하며, 자신이 제로웨이스트에 대한 책을 쓰고 있다는 말도 했었다고 전했다. 우리 매장 제품들과 매장 안 모습 등도 사진을 찍어가서 활용해도 되냐는 허락을 구했었다고. 어디에 활용하시는지 궁금했는데 그걸 물어보지는 못했다고 했다.


궁금해서 검색해보니 최근에 [비닐봉지는 안 주셔도 돼요] 라는 책을 냈더라.
















이 책의 소개 내용 중에 0(제로) 웨이스트가 아니라 0.1(영쩜일) 웨이스트를 실천하려고 노력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뭐든 단번에 잘 해내기는 어렵다. 평생 과 포장된 제품들을 사용하면서 그게 당연하다고만 여긴 사람들에게 제로 웨이스트는 낯설고 어렵고 불편하다. 왜 그래야 하는지를 머리로는 알지만, 공감하지는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 매장에 들어왔다가 나가는 수많은 분들 중에 대다수는 이 매장의 여러 물품들이 신기하고 기특하지만, 굳이 우리 집에서 이걸 사용할 필요는 못 느낀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작가가 굳이 0.1 웨이스트라고 말하는 이유를 잘 알 것 같다. 당장 바로 제로까지 가지 못하더라도, 0.1이라도 가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 소설가를 검색했다가 이 분이 한때 환경잡지 월간 [작은것이 아름답다]에서 일했다는 걸 봤다. 소설가로 등단하기 전이라고 적혀 있던데, 시기로 보면 내가 그 잡지에서 일했던 시기보다는 이후일 것으로 추정했다. 어쩌면 일터에서 동료로 일했을 수도 있었을 인연이었다는 생각에, 일했던 시기는 달랐지만 같은 일터에서 일했던 인연이라는 생각에 아주 약간 친밀감을 느꼈다. 다음에 만약 내가 매장을 맡은 날에 이 분이 다시 방문하시면 책 잘 읽었다는 이야기와 함께 저 잡지사에 일했던 시절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잠시 생각해봤다.


암튼 꼭 읽어야 할 책이라 아까 비운 장바구니에 이 책도 포함시켰다. 즉, 오늘 저녁에 읽을 수 있다는 이야기. 시간을 두고 이 분이 쓴 소설들도 하나씩 찾아 읽어야지. 회의 시간을 기다리며 글을 두드리기 시작했는데, 어느새 회의 시간이 다 되었다. 얼른 회의 마치고, 얼른 퇴근해서 책 읽으러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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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7-14 15: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하 퇴근은 모든 직장인의 꿈. 저는 출근하자마자부터 퇴근이 그리워요. ㅎㅎ 날이 너무 더워 건강해치기 딱인데 너무 무리하지마세요. 내몸에 대해 가지는 자신감만큼 쓸데없는게 없다는걸 요즘 아프고나서 느끼네요. 뭘 할래도 일단 건강해야하니까요. 제로 웨이스트가게덕분에 만나는 또 새로운 인연들이 있네요.

감은빛 2022-07-18 13:21   좋아요 0 | URL
그렇죠. 바람돌이님.
출근하자마자 퇴근하고 싶어지는 날들이네요. ㅜㅜ
덥고, 피곤하고, 일은 잘 안 풀리고 여러모로 힘든 날들입니다.

확실히 나이가 들었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더라구요.
여기저기 돌아가면서 아프고, 특별히 원인도 없고
그냥 시간이 좀 지나면 저절로 낫기도 하고 한동안 안 낫기도 하고
이런 제 몸에 익숙해지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고맙습니다!

꼬마요정 2022-07-14 22: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퇴근하면 시간이 어찌나 잘 가는지... 지금도 벌써 열 시네요ㅠㅠ 운동 갔다 와서 밥 먹고 좀 노닥거리다보면 이 시간이네요ㅠㅠ 오늘 꼭 다 읽고 싶은 책이 있었는데, 아마 읽다가 까무룩 잠들 듯 해요. 그럼 뭐 내일 읽죠 ㅎㅎ

제로웨이스트 가게!! 저희집 근처에도 있으면 좋겠어요. 쓰레기 거의 안 나오게 살고 싶은데 참 어렵습니다. 그래도 저도 늘 장바구니랑 식기통 들고 다녀요. 비닐 안 쓰고 음식 포장 하려구요. 하나씩 하다보면 제로 웨이스트가 될까요? 노력해보렵니다^^ 더운데 힘내세요!!!

감은빛 2022-07-18 14:12   좋아요 1 | URL
퇴근하고 운동까지 다녀오셨으니, 시간이 빨리 갈 수 밖에 없겠어요.
꼬마요정님. 부지런히 운동하시는 모습 좋아 보입니다.

장바구니랑 식기통을 들고 다닐 정도면 잘 실천하고 계신거죠.
저는 평소에는 통까지는 안 들고 다니고, 집 근처에서 포장할 경우에만 갖고 가요.
손수건, 텀블러, 장바구니는 평소 갖고 다니는데, 반찬통까지는 좀 불편하더라구요.
꼬마요정님. 멋지십니다! ^^

꼬마요정 2022-07-18 15:25   좋아요 0 | URL
맞아요!! 손수건 진짜 필수!! 저는 손수건 2장씩 들고 다녀요. 진짜 쓸모가 많아요^^ (근데 그러면서 손수건을 너무 많이 샀다는...ㅠㅠ)

희선 2022-07-16 02: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희집은 에어컨 없어요 그게 있어야 한다는 생각도 안 하는군요 전기요금 많이 나올 걸 생각하니... 서울 경기보다 밑에 지방이 덜 더울지, 더울 때는 비슷할지... 아주 더운 곳은 어쩔 수 없을지도 모르겠군요 고양이가 왔다 갔다 하다니... 가만히 있으면 괜찮아도 깨물면 잠이 깨겠습니다 그래도 그 모습 귀여울 것 같네요

감은빛 님 여름 건강 잘 챙기시기 바랍니다


희선

감은빛 2022-07-18 14:14   좋아요 1 | URL
희선님도 에어컨 없이 지내시는군요.
지난 6월부터 열대야 때문에 힘들지 않으셨나요?
저는 머리로는 버틸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몸은 좀 힘들었거든요.

희선님께서도 여름철 건강 잘 챙기세요.
다시 확산하고 있는 코로나도 조심하시구요.

yamoo 2022-07-18 0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어컨 없이 여름나기를 해 봤는데, 정말 죽음이었어요.
가장 더운 해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낮기온이 38도까지 올라가는 상황에서 선풍기 하나로 낮을 버티기가 그렇게 힘든줄은 몰랐습니다. 누워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무력하게 있었던 게 생각나네요..ㅎㅎ

감은빛 2022-07-18 14:16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야무님.
바로 어제 아무것도 못하고 누워서 무력하게 있던 제 모습이 생각나네요.
저는 그래도 선풍기 두 대로 버팁니다.
양쪽에서 켜놓고, 바람이 교차하는 지점에 있으면 꽤 시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