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석의 반지하 자취방 친구들이 좋다
습지생태보고서 - 2판
최규석 글 그림 / 거북이북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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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이런 젊은 만화가가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과 감사함을 동시에 느끼며 읽은 만화.

최규석이라는 내 또래의 만화가가 경향신문에 2년동안 연재한 만화이다. 이 작품을 처음 봤을때는 연재가 거의 끝나갈 무렵이었다.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그림도 괜찮고 내용도 마음에 들었고 특히 대사가 참 인상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일부러 찾아서 보게 되었다.

두 번째로 이 작품을 읽었을 때는 이미 연재가 끝난 시점이었다. 경향신문 홈페이지를 찾아가서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었다. 혼자서 낄낄대며 웃기도하고, 괜히 혼자 얼굴을 붉히기도 하고, 뭔가 짠한 기분에 창밖 밤하늘을 내다보기도 하면서 만화를 다 읽고나서 든 생각은 '이 만화 정말 오랜만에 만난 제대로 된 작품이다!'였다.

온라인상에서 창바뀌는 시간 기다려가며 마우스 스크롤바를 내려가며 읽던 만화를 책으로 다시 읽게 되니 만화를 제대로 즐기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 역시 만화는 방바닥에 뒹굴거리면서 봐야 제맛이지!' 책으로 보니 그림도 자세히 하나하나 다시 보게 되고, 긴 지문도 여유롭게 읽을 수 있어 좋았다. 마지막에 수록된 '습지생태보고서에 대한 보고서'도 재밌었다. 작품에 나온 친구들의 모델인 실제 작가의 친구들을 소개해놓은 글을 읽게 되어 좋았고, 또 작가가 실제로 살아왔던 '습지(반지하 단칸방)생활'에 대한 간략한 소개도 좋았다.

책으로 읽으니 각각의 에피소드들을 한번에 비교해볼수 있어서 또 좋았는데, 가장 재밌는 에피소드가 뭘까 생각해보았다. 두어개의 에피소드가 막상막하로 재밌었기에, 우열을 가리기가 힘들었다. 작가는 생각지도 못했던 사물을 의인화해서 기발한 사건을 만들어내는 재주가 있는 듯하다. 재일 재밌었던 것은 아무래도 '잘끄자'인 것 같다. 그 기발한 재치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내 기억에 연재분에서는 보지 못했던 것 같은, 책에서는 프롤로그에 실린 '비애'도 무척 재밌었다!

이 책은 살아가면서 문득 '내가 삶에 찌들어버린 건 아닐까?'라는 의심이 들때, 너무 힘들다고 생각될때 펼쳐보면 좋을 그런 책이다. 이 책은 지금 이순간에도 어딘가에서 이런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 우리시대 젊은이들에 대한 유쾌하고 기발하고 진지하고 따뜻한 보고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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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8-18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헤~ 덕분에 잘 읽었어요. 저는 대충 올려놓고 마음에 안들어서 수정하고 중간에 한 문단 추가했어요.^^

다이조부 2011-01-04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인장님은 30대 초중반 이군요~ ㅋ

최규석을 거리에서 실제로 우연히 본 적이 있어요. 제가 한 번 뵌적 있는 분이랑

같이 있길래 그 분한테 인사하니까 자기 친구라면서 소개하더라구요! 아 저는 최규석씨

작품을 본 적이 있어서 만화 잘보고 있다고 하니까 하하하 난 유명인 하면서 기분좋게

웃던 최규석씨 가 잊혀지지 않네요! ㅋㅋㅋ

감은빛 2011-01-04 18:21   좋아요 0 | URL
아, 여기서 나이가 드러나는 군요! ^^

최규석씨가 노동운동가를 주인공으로 만화를 계획 중이어서,
제가 잘 아는 선배님을 한동안 쫓아다니면서 취재했다고 하더라구요.
그 선배님은 늘 기륭현장에 계셨기 때문에,
최규석씨를 기륭 현장에서 한번 봤습니다.

정작 그 선배님은 최규석씨에 대해 아는 바가 없어서,
제게 그 친구 유명하냐? 그림은 잘 그리냐? 등등 물어보시는 모습이 재밌었습니다.
 
몬스터 1
우라사와 나오키 지음, 박연 옮김 / 세주문화 / 199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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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소개가 필요없을 정도로 유명한 우라사와 나오키의 작품이다. 무척 유명한 작품이라 진작부터 마음에 두고 있었지만 정작 제대로 읽을 기회가 없어서 오랫동안 읽지 못했다. 이 작품을 처음 접한 계기가 내게는 조금 인상적이었다.
 
 대학시절 그러니까 군대를 다녀와서 복학한 후에 나는 복수전공을 위해 다른 캠퍼스에서 학교를 다녔다. 원래가 혼자 다니는 편이라 아는 이 하나없는 낯선 캠퍼스의 생활도 괜찮으리라 여겼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새로운 과에 적응하지 못하고 겉돌고 있기만 하고 있었다. 슬슬 새로운 자극이 사라지고 정이 안가는 새 캠퍼스에 싫증이 나고 있을 즈음 수업을 빼먹고 만화방에서 보낸 적이 몇번 있었다.
 
 그때 우연히 만난 선배가 읽고 있던 만화가 이 '몬스터'였다. 그 선배 말이 '사회학도라면 당연히 읽어야할 작품이다!'였다. 그래서 두어권을 읽었었는데, 그 뒤로 다시 만화방에 안가면서 앞의 내용을 그냥 잊고 말았다.
 
 당시 선배의 그 진지한 말투가 내게는 조금은 우습기도 하고 또 얼마나 대단한 작품일까 하는 호기심도 들었다. 가끔 아는 이들에게 그 얘길 했더니 그들은 나보다 먼저 다 읽어버렸다. 암튼 그렇게 몇 년인가가 훌쩍 지나간 후에야 다시 처음부터 이 작품을 읽게 되었다.
 
 너무 기대를 많이 가졌기 때문이었을까? 다 읽고 나자마자 첫 느낌은 실망이었다. 물론 무척 재미있었다. 치밀하고 잘 짜여진 전개에 군더더기없는 묘사가 좋았다. 그리고 읽는 내내 인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점도 좋았다.
 
 그렇지만 지나치게 무거운 분위기와 뒤로 갈수록 긴장감이 서서히 떨어지는 점이 아쉬웠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마지막 부분이 좀 실망스러웠다. 정확하게 뭐라고 표현할 수는 없지만 어쩐지 이건 완결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작가가 의도적으로 그러한 결말을 설정했을지는 모르지만 그랬다면 더욱 실망이다. 잔뜩 판을 벌려놓고는 어쩐지 완전히 추스리지 못하고 어정쩡하게 접어버린 듯한 느낌이 남는다.
 
 그리고 작가의 다른 작품 '20세기 소년'의 경우에도 조금 짜증스럽다는 느낌이 든다. 무척이나 치밀하고 꼼꼼한 구성과 전개는 좋지만 너무 독자들에게 정보를 던져주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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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뒤흔든 공산당 선언 세계를 뒤흔든 선언 1
데이비드 보일 지음, 유강은 옮김 / 그린비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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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아이비 프레스에서 기획출간된 시리즈물 중의 한권인 데이비드 보일의 'Communist Manifesto'를 옮긴 책이다.

그린비 출판사에서는 이 시리즈물의 다른 책들도 출간했다. [세계를 뒤흔든 독립선언서], [세계를 뒤흔든 시민 불복종], [세계를 뒤흔든 침묵의 봄]이 그것들이다. 개인적으로 무척 흥미있고 잘 된 기획이라 생각되고, 이 기획이 그린비 출판사를 통해 국내에 소개된 것이 무척 반갑고 기쁘다!

맑스와 엥겔스의 [공산당 선언] 원문과 [선언]이 작성되는 당시의 시대상황, 맑스와 엥겔스 개인의 삶 등을 소개하고 있으며, [선언]이 출간된 이후 빠리꼬뮨에서부터 베를린장벽이 무너진 이후에 이르기까지 이 책이 세계에 미친 영향을 하나하나 자세하게 밝혀주고 있다.

대학에 들어가서 맑스를 알게되고 나서 줄곧 느꼈던 압박 중에 하나는 언젠가는 [자본, das Capital]을 한번 읽어야 할텐데 언제 읽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결국 나와 내 주위의 선배들이나 동기들 중 누구도 [자본]을 완전히 다 읽은 사람은 보지 못했지만, 그땐 [자본]을 읽지 않으면 세상을 바로 보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존경했던 교수님도 대학원시절 독일어 원서로 [자본]을 다 읽었기에 지금의 자신이 있었다고 종종 얘기하곤 했었다.

비록 [자본]을 읽지 못했지만 그 책에서 맑스가 하고자 했던 주요한 내용들은 잘 알고있다고 생각하면서 그 압박에서 벗어나보고자 했다. 그리고 내용과 분량의 압박때문에 [자본]을 읽지 못했지만, [선언]이라면 도전해볼만하할거야 라면서 선배의 소개로 [공산당 선언]을 읽었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다시 이 책을 읽었다. 우연히 접하게 된 이 책을 사게된 이유는 [선언] 원문보다는 함께 실려있는 [선언]이 미친 영향에 대한 부분이 인상적이기 때문이었다. 맑스와 엥겔스의 손에서 [선언]이 탄생된 이래, 16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혁명의 역사를 시기별로 잘 정리해 놓았으며, 특히 각 시대의 혁명가들이 [선언]을 어떻게 평가하고, 실현했으며 또 어떻게 왜곡하고, 좌절시켰는지를 잘 설명해 주고 있어서 무척 흥미로웠다. 아주 자세하지는 않지만 [선언]이후 전세계에서 일어난 거의 모든 공산주의, 무정부주의, 노동자, 혁명가들의 크고작은 움직임들을 정리해주었다는 점에서 이 책을 칭찬받을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맨 처음 읽을때는 중간에 끼워진 [선언]의 원문 번역부분은 그냥 안읽고 지나쳤지만(예전에 이미 읽었기에), 나중에 다시 읽어보니 원문의 번역도 매끄럽게 잘 되어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첨부된 '수유+너머'의 고병권씨의 해제도 무척 좋았으며 부록으로 실린 국내에 출간된 [선언] 관련 책들의 소개와 가볼만한 사이트 소개도 책을 참 정성스럽게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만큼 멋졌다.

책을 다 읽고나서 맑스와 엥겔스 그들이 지금 이 시대에 살았다면 어떤 생각으로 무엇을 할지 궁금해졌다. 맑스의 예상보다 자본주의는 훨씬더 뛰어난 생명력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살아남았으며 지금 자본가들은 신자유주의의 가혹하고 잔혹한 칼바람으로 전세계의 민중들을 억압하고 있는데, 지금이야말로 맑스와 엥겔스의 뛰어난 통찰력과 행동력이 필요한 시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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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 1 - 소장판
아다치 미츠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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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일본 최고의 작가 아다치 미츠루의 작품

아다치 미츠루라는 작가는 재미있는 점이 많은데, 우선 그의 만화에는 주인공들이 다 비슷하게 생겼다. 아주 간결한 그림체라서 그럴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놀라운 점은 그렇게 간결한 그림이지만 등장인물들의 표정이나 심리가 더 잘 전달된다는 점이다. '여백의 미'라고 해야할까? 간결한 그림들로 쓸데없이 복잡하기만 한 그림보다 훨씬 더 설득력있는 장면을 만들어내는 작가가 바로 아다치 미츠루이다. 

그리고 그의 만화에는 작가의 개입이 무척 많다. 작가가 스스로 등장하는 장면도 많고 등장인물들이 독백처럼 작가의 말을 전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작가의 개입은 적절한 웃음과 흥미로운 설명으로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전개에 신선한 재미를 준다.

또한 그는 늘 스포츠와 사랑이라는 주제로 만화를 그려서 그의 만화들을 스포츠만화라고 부를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작품들 중에 스포츠 장면들이 많이 들어가있지는 않다. 그래서 과연 스포츠만화라고 부를 수 있을까 싶다. '터치'와 'H2'에선 야구, '러프'에선 수영, '카츠'에선 권투, 최근 연재하고 있는 '크로스 게임'에선 다시 야구를 소재로 하고 있다. 대부분의 그의 작품들에서 이러한 스포츠는 장면이 많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해당 스포츠의 가장 근본이 되는 핵심적인 요소들을 잘 집어내어 흥미로운 얘기들을 펼쳐간다.

마지막으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반복되는 복선과 암시, 수많은 명대사들이다. 읽다보면 유난히 반복적으로 계속되는 메세지들이 느껴진다. 하나하나가 모두 뒤에 전개될 내용을 미리 예고하는 복선과 암시들이다. 작가는 이러한 장치들을 무척 잘 사용하고 있다. 게다가 별 비중없는 인물들에게서 가끔씩 터져나오는 명대사들은 작품을 읽는 또하나의 재미가 될 것이다.

제목 H2는 남자주인공인 '히로'와 '히데오'의 이니셜이다. 그리고 여주인공인 '히까리'와 '하루까'의 이니셜이기도 하다. 얘기의 큰 틀은 히로와 히까리의 얘기이지만 그 안에 히데오와 히까리의 얘기, 그리고 히로와 하루까의 얘기가 함께 있다.

남들보다 성장이 늦어 키가 작았던 히로는 중 1때 가장 친한 친구인 히데오와 소꼽친구인 히까리를 소개시켜준다. 그리고 일년 반이 지나 2학년 말이 되었을 때 히로의 키는 히까리를 따라잡고 비로소 히로의 첫사랑이 시작된다. 하지만 이미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와 사귀고 있는 히까리.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다만 그의 사춘기가 1년 반이 늦은 것일뿐.

히까리는 오랫동안 알고 지냈던 소꼽친구 히로가 늘 키작은 꼬마라고 여겨왔다. 그래서 히로에게 연애편지를 전해달라는 친구의 말을 웃음으로 넘겨버린다. 하지만 어느날 운동을 마치고 땀을 씻고 있는 히로를 바라보면서 그가 성정하여 이미 어엿한 남자가 되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남자친구인 히데오와는 다른 감정을 히로에게 느끼게 된다.

고교 최고의 타자로 1학년때부터 야구명문고교의 4번타자를 맡고 있는 히데오는 가장 친한 친구인 히로와 여자친구인 히까리를 확실하게 믿고 있지만 히까리와의 사이에서 왠지 모를 불안감을 느낀다. 같은 학교에서 함께 활약하던 중학 최고의 투수였던 히로는 이제 다른 학교로 진학하여 라이벌이 되었고, 야구에서도 사랑에서도 히데오는 히로와의 피할 수 없는 대결을 펼쳐야만 한다.

야구를 좋아하는 하루까는 야구부가 없는 학교에 신생 야구부를 만드는데, 우연히 중학 최고 투수였던 히로를 만나 함께 야구를 하게 된다. 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자연스럽게 히로에게 호감을 느끼지만 히로의 1년 반 늦은 첫사랑이 히까리임을 알게된다.

아다치 미츠루는 작품마다 멋진 조연들도 많이 등장시킨다. 이번 작품에도 역시 멋진 조연들이 많이 등장하지만, 그중에 가장 인상적인 인물은 역시 '노다'이다. 히로의 마누라. 야구에서 흔히 투수에 대한 포수의 위치를 재미있게 표현한 말이지만, 작품에서 노다의 역할을 확실하게 설명해주는 말인것 같다.

일본에서는 애니로 만들어진데 이어서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도 많은 팬이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우연히 알게된 사실, 델리스파이스의 '고백'이란 노래가 H2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 노래를 들으며 다시한번 이 만화를 읽어본다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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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12 - 애장판, 완결
카츠라 마사카즈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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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소녀 비디오」의 작가 마사카츠 카츠라의 작품이다.

이 만화를 보게 된건 전적으로 「전영소녀 비디오」때문이다. 이젠 정확히 기억도 나지 않는 학창시절 어느 시점에 나는 우연히 「전영소녀 비디오」라는 만화를 보게되었고, 비디오에서 튀어나온 묘한 분위기의 '아이'에게 푹 빠졌던 적이 있었다.

같은 작가의 만화라기에 주저없이 보게 되었고, 전영소녀때보다 한층 나아진 그림과 스토리라인이 좋았다. 어설픈 SF를 벗어나 사춘기 소년 소녀의 가슴졸이는 사랑 얘기라는 좀 더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내용으로 전영소녀에 비해 더 설득력이 느껴졌다. 그래서 나도  학창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까지 느끼며 읽게되었다.

주인공의 순수함과 우유부단함, 그리고 '이오리'의 사랑스러운 모습들, '테라타니'와 '고시나에'의 멋진 우정, '이츠키'의 발랄하고 용기있는 모습, '이즈미'의 적극적인 모습, '아소'의 연약하지만 강한 모습 등이 잘 표현되었으며, 이런 요소들이 잘 결합하여 전체적인 긴장도를 높이고, 작품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해준다.

작품의 절정은 뭐니뭐니해도 크리스마스 이브의 고백이라고 할 수 있다. 나중에 본 애니메이션 <아이즈 퓨어>에서도 그래서인지 크리스마스 이브 장면을 위주로 만들어졌고, 개인적인 생각에는 <아이즈 퓨어>의 각색이 꽤 마음에 들어서 어떤 의미에서는 원작보다 더 깔끔한 전개를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된다.

한가지 불만은 주인공의 고백 이후 후반의 전개가 다소 깔끔하지 못한 것 같다는 점이다. 답답한 전개도 마음에 안들고, 억지스러운 결말도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무엇을 얘기하고 싶은지 작가의 의도는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너무 질질 끌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고백 장면 전과 후를 비교해보면 확실히 집중력이 많이 떨어진 듯한 인상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이 작품은 두가지 결말이 있다고 한다. 하나는 작가가 처음 연재할 때의 결말이고 또 다른 하나는 단행본으로 출판되면서 작가가 수정한 결말이다. 나는 두번째 결말밖에 보지 못했다. 첫번째 결말은 일본에서 연재된 내용으로 확인 할 수 밖에 없는데, 무엇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어떻게 고쳤는지 좀 궁금하다.

마지막으로 박수를 보내고 싶은 건, 한 여자를 위한 주인공의 변한없는 마음이다. 온갖 괜찮은 여자들이 계속해서 주인공에게 반하고 덤벼드는 비현실적인 조건들 속에서도 주인공은 끝까지 자신의 사랑을 지켜낸다. 결말에 비춰볼때 고백이란 단지 말 한마디로 표현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사랑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진정한 고백이라는 것을 작가가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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