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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단과 퇴행, 이명박 정부 3년 백서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전국교수노동조합.학술단체협의회 엮음 / 메이데이 / 2011년 4월
평점 :
촛불이 맺어준 인연
지난 주말 예전 일터 동료의 결혼식에 갔다가, 아주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을 만났다. 한동안 못 만났던 터라 나는 곧바로 알아보지 못하고, 약간 낯이 익다는 느낌만 받았는데, 그쪽에서는 먼저 알아보고, 큰 애에게 말을 걸어왔다. 그새 많이 컸다고 말을 건네며 웃는 그 얼굴을 보고, 그제서야 생각났다. 그날 촛불의 기억들도 함께 따라왔다.
2008년 봄 촛불집회는 개인적으로 무척 독특한 경험이었다. 바로 작년까지만해도 늘 집회나 시위의 주최측이었다. 특히 ‘광우병 수입 쇠고기 반대’라는 같은 주제를 놓고 벌어졌던, ‘한미FTA 반대 촛불 집회’의 경우 주최측으로서 음향장비를 옮기고, 설치하고, 참여자들을 섭외하거나, 홍보하고, 현장에서 여러 가지 돌발사항에 대비하여 늘 자리를 지켜야했다. 그런데 직업활동가를 그만두고 첫 해에 자발적인 시민들의 참여로 촛불집회가 벌어진다고 하니, 부담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당시에 4살이었던 아이와 아내와 함께 참여했던 촛불집회 초기에 그 분들을 만났다. 주말에 결혼했던 동료의 선배부부라고 했다. 정성스레 싸오신 김밥을 나눠주시기도 하고, 거리행진때는 함께 걷기도 하고, 집회를 마치고 함께 늦은 식사를 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그 동료를 통해 소개받았지만, 나중에는 우리끼리 촛불집회에서 만나게 되었다. 그렇게 자주 만났는데, 점점 경찰의 진압이 과격해지기 시작하면서 거의 만나지 못하게 되었다. 아내와 아이는 더 이상 나오지 못하게 하고, 주로 나 혼자 나갔다가 밤을 새고 곧바로 사무실로 출근하여, 책상에 엎드려 잠시 눈을 붙이곤 했다. 그리고 다시는 만나지 못할 줄 알았는데, 결혼식장에서 마주친 것이다.
결혼식장에서 돌아오면서 우리가 인연을 맺게 된 건 전적으로 이명박 정권 덕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2008년의 촛불집회가 없었다면, 아마 만나지 못했을테니까 말이다. 자연스레 요즘 읽고 있는 책 『독단과 퇴행, 이명박 정부 3년 백서』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졌다.
독단과 퇴행
이 정부를 설명하는 단어로 ‘독단’과 ‘퇴행’만큼 적절한 단어도 없어 보인다. 촛불에서 흔히 부르짖었던 ‘독재’는 솔직히 너무 오버였고, ‘폭력’은 노무현 정권때도 덜하지 않았으니, 그리 변별력이 없다. 아! 가장 적절한 단어를 뽑으라면 아마 ‘아둔함’이 아닐까도 싶은데. 뇌 용량이 2메가 밖에 안되어서 그렇다는 2MB는 그런 의미에서 너무나도 적절한 표현이라 생각된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지난 3년간의 이명박 정권에서 있었던 숱한 일들을 총 정리한 책이다. 무려 18명의 교수님들이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렸다.(아, 문화연대 최준영 사무처장은 교수가 아니구나!)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이 몇 명 있어서 반가운 마음에 읽었지만, 역시 교수님들이 쓴 글이라 쉽게 읽히지는 않는다. 하긴 누가 쓰더라도 이 주제에 대한 글은 쉽게 읽히지는 않을 것 같다.
강정구 선생님의 글을 읽으며서 새삼 이 땅의 전쟁 발발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보았고, 경제에 대한 글들은 솔직히 이해못하고 넘어가는 부분이 많았다. 노동 분야에서는 김성희 선생님의 글을 읽으며 비정규직에 대한 몇몇 지표들을 통해 심각성을 다시 한번 깨달았고, 정치분야 배성인 선생님의 글을 읽으며 이 정권의 일관적인 비민주적 태도에 대해 기억을 더듬어 볼 수 있었다. 인권, 언론, 교육 분야 글들을 분개해가며 읽었고, 여성과 문화 분야는 조금 어렵게 읽었다. 마지막으로 가장 관심을 가지고 보았던 환경 분야. 4대강 사업에 대한 비판이어서 대부분은 알고 있던 내용을 머릿속에서 정리해가며 읽었다. ‘일괄수주방식(일명 턴키 방식)’에 대한 내용은 잘 몰랐던 부분이라 자세히 살펴봤다. 물론 대충은 그러한 사정이었을거라고 당연하게 생각했던 부분이지만, 새삼 확인하고 나니, 열이 오른다!
사실 그래서 자꾸만 뉴스를 외면하게 되고(얼굴만 봐도 욕이 나온다!), 일부러 신경을 안쓰게 되었던 것 같다. 욕하기 싫어서, 열받기 싫어서 일부러 우리가 외면하고 있는 사이에, 저들은 더욱 신이 나서 저들만의 세상을 만들고, 배를 불려가는게 아닌가 싶다!
책을 다 읽고 한가지 결심을 한다. 이제부터는 일부러 신문, 뉴스를 외면하지는 말아야겠다. 그리고 하나하나 다 꼭꼭 머릿속에 기억해두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