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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쉬러 나가다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 한겨레출판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시놉시스
늙은 돼지 메이저가 그 생각을 떠올린 건 새 틀니를 받던 날이었다. 얼굴에 드러난 세월의 흔적만큼 현명한 돼지 메이저는 아침에 거울을 보다가 문득 그 돈이 떠올랐다. 메이저는 입이 귀에 걸릴만큼 큼지막한 웃음을 지으며 화장실을 나섰다. 그 시각 늙은 돼지 메이저의 옆집 이웃인 조지 볼링 역시 거울을 쳐다보며 새 틀니를 받을 생각을 하고 있었다. 조지 볼링은 뚱뚱한 외모 탓에 터비(나무통 tub를 연상시키는 외모탓에)라고 불리는 인간이었다. 그는 얼마 전에 경마를 통해 부인 몰래 비자금을 마련해두었는데, 그 돈을 자신의 정원 나무 아래 감추는 장면을 늙은 돼지 메이저에게 들키고 말았지만, 본인은 그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터비는 그날 아침 새 틀니를 받을 생각에 들떠있었다. 들뜬 마음은 곧이어 자신이 감춰놓은 돈을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졌다. 값비싼 식당에서 예쁜 여성과 식사를 할까? 내 주위에 그렇게 예쁜 여성이 없었지! 그럼 그렇게 예쁜 여성을 꼬시기 위한 뭔가 방법을 마련해야 할텐데. 뭐가 있을까? 향과 맛이 좋은 와인? 값비싼 자동차? 뭐가 되었든 숨겨둔 돈만으로는 무리다!
터비가 사치스러운 고민을 이어가고 있을 즈음 메이저는 일찌감치 집을 나서 이웃 터비의 차고 앞을 서성거렸다. 분명히 터비는 오늘 숨겨둔 돈을 찾을 것이다. 왜냐하면 터비도 오늘 새 틀니를 찾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새 틀니를 찾은 터비는 숨겨둔 돈을 찾아 어디론가 떠날 것이고, 메이저는 그를 따라 어디든 따라나설 생각이었다.
터비는 힐다의 무성의한 배웅을 무시하고 집 현관을 나섰다. 발걸음을 차고로 옮겨, 낡은 자동차의 시동을 걸었다. 차가 출발하자 메이저는 쾌액 소리를 지르며 황급히 몸을 피했다. 계산된 동작이었다. 터비는 당연히 차를 멈추었고, 키 낮은 관목들을 뭉개고 누운 메이저를 내려다보며 사과하고, 손을 뻗어 일으켜 주었다. 이때 한 블록 옆에 살고 있는 나폴레옹이 자전거를 타고 자나가다가 이 장면을 보았다. 젊고 튼튼한 돼지 나폴레옹은 늙은 돼지 메이저에 대한 인종차별이라고 생각했다. 나폴레옹은 곧바로 터비를 쏘아붙였고, 터비는 더 할말을 잊은채, 그의 말을 다 인정했다. 메이저는 합의금과 치료비를 요구했다. 나폴레옹은 거기서 일정부분은 자신의 몫으로 요구했다. 그리고 터비는 그 요구를 모두 받아들였다. 그 금액은 정확히 터비가 숨겨둔 돈의 액수와 같았다.
터비는 결국 나폴레옹과 메이저에게 설득당해 숨겨둔 비자금을 모두 내주고 말았다.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고향을 방문할 계획이었지만,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그리고 메이저는 그 돈을 오랫동안 계획해왔던 거사를 준비하는 자금으로 썼다. 나폴레옹은 그 돈의 일부를 거사를 준비하기 위해 사용했지만, 나머지 돈은 자신의 사욕을 위해 사용했다. 인간과 동물의 권리가 동등하다는 이른바 ‘동물권리선언’이 채택된지 백여년이 지났지만, 동물들 중에서 그 조항의 실질적인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나폴레옹처럼 중간에서 착취를 일삼는 친인간파 돼지들이 있으리라고는 대부분 상상도 하지 못했다.
메이저는 나이를 이기지 못하고 곧 영원히 잠이 들었지만, 나폴레옹은 그동안 쌓아왔던 혁명적 기반을 바탕으로 마침내 동물 혁명을 일으킨다. 오랜 세월을 공고히 이어져왔던 인간의 동물에 대한 지배권이 무너지고, 서류상의 평등이 아닌 실 생활에서의 평등이 정착되는 데 큰 영향을 미친 사건이다. 마침내 동물은 인간과 평등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것처럼 생각될 수도 있었으나, 혁명 직후의 오랜 혼란기를 거치면서 각 동물들은 다양한 입장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분파로 이루어진 혁명 2세대를 통해 새로운 시대를 맞게 된다.
제목 : 혁명기의 동물들
감독 : 감은빛
각본 : 감은빛
원작 : 조지오웰
주연 : 메이저, 조지 볼링, 나폴레옹
조연 : 힐다. 복서, 스노볼, 스퀼러 등
조지 오웰이 본격적으로 정치적 입장을 강하게 드러낸 ‘동물농장’이나 ‘1984’ 등의 소설을 쓰기 직전에 발표한 소설이다. 국내에는 아직까지 발표된 적이 없는 미지의 작품. 조지 오웰 특유의 섬세하면서도 현실을 꿰뚫는 시선이 드러나는 숨은 걸작이다.
‘동물농장’과 ‘1984’를 재미있게 읽은 독자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 전쟁의 기운이 만연한 시대에 자본주의와 국가주의의 불안과 개인의 소외를 드러낸 문제작이다. 역시 조지 오웰이란 말이 절로 나오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