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뜨거움
김미경 지음 / 21세기북스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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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음,,, 같이 티비를 보다가, 김미경이 나오면 남편은 채널을 돌리려 한다. 나하고 안맞는 순간이다. 열심히 살라고 독려하는게 싫단다. 저런 이야기를 꼭 들어야 힘이 나는가 싶은가보다. ...  왜 그렇게 생각하지...?ㅎ,,ㅎ)) 비속어 담아서 하는 입담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하는데, 나는...

 

어느 책에선가 작가 김형경이 이런 말을 했다. " 이제 나는 아마추어와 프로페셔널을 가르는 기준을 하나 가지고 있다. 아마추어가 인정받고 사랑받기 위해 일한다면 프로페셔널은 자기에게 유익하고 즐거운 일을 한다. 아마추어가 타인과 경쟁한다면 프로페셔널은 오직 자신과 경쟁한다. 아마추어가 끝까지 가 보자는 마음으로 덤빈다면 프로페셔널은 언제든 그 일에서 물러설 수 있다는 마음으로 임한다. 그 결정적인 차이는 내면에서 느끼는 결핍감 유무와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미경 피크를 달릴 때, 무릎팍 도사에 나왔던 프로를 시청했었다. 너무 재밌게 보고 있는데, 어느덧 다음주 2편 예고를 하고 있었다. 김미경 대학 시절을 이야기했었는데, 미팅에서 만난 남학생들이 하나같이 집안이 좋았는데, 알고보니, 원래 부자 그러니까, 할아버지에 할아버지 대부터 친일 하에 지주이거나 하더라는 이야기.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다시 읽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했고, 다음날 인터넷에서는 김미경 논문 표절 의혹이 이슈화되었고, 결국 그 다음주 무릎팍도사 김미경 2편은 방송되지 않았었다. (대한민국 근현대사 운운에서 ... 이거 안 되겠다 김미경 매장시켜버려야지 싶은 생각이 든 어르신들이 많았는 모양이다.)

책을 읽어보니, 논문 사건을 계기로, 강연은 줄줄이 취소, 회사도 반토막.. 지난 세월을 통틀어 가장 한가한 나날들을 보내면서 모든 게 다 없어져도 '시간'과 '살아 있는 나'는 남는 법이라는 것을 본다. 두 손이 자유로워지자 그 손으로 다른 일을 시작한다. 아이들을 위해 요리도 하고, 막내의 머리도 쓰다듬어 주고, 여유롭게 책장을 넘긴다.

 

 

205쪽

평소에도 나는 5분씩 진한 우울에 빠지곤 한다. 딱 5분. 그 이상은 물리적으로 힘들다. 강의, 회의, 인터뷰 등 짜여진 일정을 소화하다 보면 우울함 짬을 못내 저절로 밀려난다. 그런데 말 그대로 밀려나는 것이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루가 끝나고 밤이 되면 다시 5분 우울증이 찾아온다. 문제는 휴일이나 조금 한가한 시즌에도 이런 증상은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동안은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스러웠다. 내가 이상한 걸까, 뭔가 문제가 있는 걸까. 그때 한 스님이 내 고민을 듣고 이렇게 물었다.

“매일 5분씩은 우울했는데 십 년을 돌아보면 우울하세요, 웃음이 나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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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6-11-01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고백할께요. 크고 작은 여러 고비를 넘기는데 이 분 책이 한 몫 단단히 했음을...
저자 역시 자신의 고비를 넘기는데 다른 누군가의 책들이 큰 역할 하지 않았을까 생각하니, 이분과 저 같은 사람은 큰 차이가 있는 것 같다가도 어쩌면 비슷비슷한 인간들 아닌가 싶네요.

icaru 2016-11-02 20:19   좋아요 0 | URL
아....! 저와 같으시네요!!
저는 저분 강의할 때 곰살맞은 제스쳐가 참 좋아요... 남편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그 부분이 저는 좋아요 ㅎㅎㅎ 아, 정말 말씀처럼 그러네요. 자기 자신은 높은 곳에 상정해 두고 독자 혹은 청자와 대면하지 않는 것이요.... 고집있고, 소탈한 한 인간...
피아노 애들 레슨하는 게 제일 싫었다고 하고, 자기 자신과 가족에 대해 (남편을 제외하고) 모든 것을 오픈하고 화제로 삼는 것도 쉽지 않은 일 같고...
저분의 자녀 삼남매가 진짜 잘되었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들렸는데... ㅎㅎㅎ
 
아름다운 우리 고전 수필
박지원 외 지음, 손광성 외 엮음 / 을유문화사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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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사람이 살아가면서 하루에 착한 말을 한 가지라도 듣거나, 착한 행동을 한 가지라도 보거나, 아니면 스스로 착한 일을 한 가지라도 행한다면 그 날은 결코 헛되이 산 것이 아니라 할 것이다.


69  군자는 일을 감당할 능력이 없다고 해서 그 사람을 모욕하지 않으며, 무식하다고 해서 그 사람을 부끄럽게 만들지 않는다. 그래서 군자에게는 원망이 적은 것이다.


70 문을 닫고 마음에 드는 책을 읽는 것, 문을 열고 마음에 맞는 손님을 맞는 것, 문을 나서서 마음에 드는 경치를 찾아가는 것, 이것이야말로 사람이 추구해야 할 세 가지 즐거움이 아니겠는가.      

                                                                                              <야언-신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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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 - 한국 사회를 움직이는 새로운 명령
한윤형.최태섭.김정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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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8~9 이 글에 등장하는 청년들이 시도 때도 없이 듣는 그 이야기. 네가 원한 일이잖아. 네가 원해서 하는 일이기에 비록 배는 좀 고프더라도 당당해야 하고 기뻐해야 한다. 그럴수록 더 창의적이 되고 열정을 바쳐야 한다. 비록 지금 세상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내가 하는 일이 얼마나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인지를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주지시켜야 한다. 이 책에 나오는 일화를 예로 들면, 자신이 나태해지면 ‘병원의 응급실을 구경해서라도’ 자신을 자극해야 한다. 그것이 배부른 돼지이기를 거부하고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기로 작정한 예술가들이 걸어야 하는 운명이다. 그러나 이 책은 고발한다. 배고픈 돼지이기를 거부한 소크라테스들이 맞닥뜨리니 현실이 ‘배고픈 돼지의 삶’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신자유주의가 유토피아라고 아름답게 약속한 그 미학적인 세상은 배고픈 돼지들이 울부짖는 지옥이었다. 도토리가 아니라 고기반찬을 달라고 노래했던 달빛 요정처럼, 악덕 기업주와 하나도 다를 바 없는 진보 정당과 시민 단체의 현실처럼, 밤새 야근을 하고 코피를 쏟더라도 탓해야 하는 것은 노동 구조가 아니라 약해 빠진 자신의 ‘간’인 것처럼. (...) 배부른 돼지 시절로 돌아가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배고프더라도 소크라테스로 살자는 말은 더더욱 아니다. 그렇다고 착각했지만 현실은 그냥 배고픈 돼지였을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 책을 통해 교훈을 얻는다. 여전히 문제의 핵심은 노동 구조이다.

83 “이거 실화예요. 회사 분위기 안 좋고, 펀딩 안 되고, 뭐 그런 상황이었는데, 갑자기 가방 하나 맨 애가 문을 열더니 사무실에 들어왔어요. 고개도 제대로 못 들고 ‘영화하고 싶어서 왔습니다! 돈 안 주셔도 괜찮습니다!’라고 외치더라고요. 근데 현실은 드라마나 영화가 아니거든요. 사람들은 그런 일에 감동받지 않아요. 그 애를 쳐다보는 스태프들의 심경은, ‘저런 녀석들 때문에 내가 돈도 못 받고......;’ 였죠. 영화판에 애들은 자꾸 들어와요. 정작 끝까지 가는 사람은 잘 없는데, 계속 유입이 돼요.”

101 회사는 팀장급 이상이 아니면 자기 회사의 인재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만 자기네 사람으로 봅니다. 그 밑으로는 그냥 단순이력으로 생각하죠. 결국 팀장들하고만 대화하고, 그들에게 아랫사람 관리를 시키고, 그 밑으로는 마음에 안 들면 갈아 버립니다. (...)

120 다른 영역에서도 흔히 있는 일이지만, 소위 보수적인 조직들이 나름 ‘규모의 합리성’을 가지고 있어서 내부적으로는 ‘진보 단체’들보다 훨씬 진보적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있다.

148 수렵이나 채집을 하며 살던 시기에는, 인간이 초과 작업을 해서 식량을 쌓아 두어 봤자 쓸 곳이 없었기 때문에(시간이 지나면 그냥 썩을 것이다) 무리하게 일을 해야 할 필요가 없었다. 이렇게 천성에는 없는 ‘근면함’을 만들기 위해, 우리는 자신의 일에 의미를 부여한다. 이것이야말로 ‘열정 노동’이 작동하는 완벽한 방식 아니겠는가?

207 저 멀리 이국땅의 시위에 민감하게 반응한 일은 특이한 사건이었다. 그들은 ‘프랑스의 고등학생과 대학생들은 한국 학생들과는 달리 사회의식이 투철하다’고 말했다. 어느 매체가 이런 시선을 갖고 한국의 대학생에게 시위에 대해 질문하자 그 학생은 이렇게 답변했다. “나도 학자금 대출이 없었다면 시위할 수 있었다.”

212~213 김대중 정부 때 구속된 김영삼 정부도 많았고, 노무현 정부 때 자살한 노동자 역시 그 이전보다 많았다. 이른바 민주 정부 10년에 대한 평가 논쟁에서 의견이 극명하게 갈리는 부분도 바로 노동 분야이다.

222 노동 계급의 약화와 자영업자의 범람은 서로가 서로를 원인으로 지지하면서 한국 사회의 보수성을 실천적, 역동적으로 구성해 나가고 있다. (...) 박노자가 지적한 자영업자의 높은 비율 외에도, 부동산 투기가 자산 축적의 중요한 방식이었던 현실, 교육 투자를 통한 학벌 계급의 취득이 자녀를 ‘인간답게’ 부양하는 유일한 방식이었던 현실은 우리의 보수성을 유물론의 차원에서 구성해 온 것이 아닌가?


227 자동차 부품 업체인 발레오는 모국인 프랑스와 유럽에서는 자체 윤리 강령에 따라 노동조합과 대화를 하지만 한국에서는 퀵 서비스로 해고 통보를 하고 이에 대해 노동자들이 반발하면 일방적으로 공장을 청산한다. 발레오 한국 노동자들이 프랑스 노동조합과 좌파들의 협력 속에 유럽까지 가서 원정 투쟁을 벌였지만 1년이 넘도록 회사 경영진들은 그들과의 만남을 거부하고 있다. 해외 기업이 국내 시장에 진출하면 새로운 표준이 생기고 개혁에 도움이 될 거라는 논리는 한미 FTA를 추진했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력과 그 측근 그룹의 생각이기도 했다. 그러나 서비스나 상품의 품질 수준에서라면 모를까, 그러한 경쟁이 기업의 정치적 성격을 반전시킬 가능성은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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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동 사람들
정아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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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투리 시간 짬짬히 재미있게 읽었다. 다큐작가가 쓴 소설 같은 느낌. 작가도 내또래지만, 등장인물마다 장이 바뀌면서 서술시점도 바뀌는데 제목이 곧 등장 인물 이름이며, 그 옆에 괄호하고 생년이 표시되어 있다. 그런데 대다수 인물이 1978~ 1971 등등으로  현실에서 내가 만나는 아이친구 부모들의 생년과 겹친다. (게다가 가깝게 지내는 둘째아이 친구네는 이 소설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잠실(엘스아파트)로 내년 하반기에 이사를 간다고 한다.)

이 소설의 키워드는 교육이다. 5층 주공을 허물고 세워진 리센츠 엘스 등으로 명명되는 대단위 잠실 아파트 단지를 배경을 한 이야기이다. 툭하면 머리가 아프다고 했던 해성 엄마의 아들은 사실은 꾀병일 뿐이었고, 서영과 원조교제를 하던 지환아빠는 아내에게 발각됐지만 세컨드 운운하는 부부싸움으로 끝났고, 몇몇 엄마들의 충동질로 담임반 아이들의 집단 등교 거부에 비관해 음독자살을 시도한 교사는 결국 죽지 않았고, 비극적인 결말로 이르지 않았다.  

즉, 스토리를 파국으로 치닫게 하여 이야기를 쭈욱 밀고 나가는 형식이 아니라서, 진짜 우리가 보는 이웃들의 이야기 같기도 하다.

 

누가 말했더라,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부모의 재력과 시간을 갉아먹으며 성장하는 아이들...

이 나라를 이루고 있는 수많은 힘들의 우열은 어떻게 결정되었으며,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계급을 재생산한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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