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버지 나의 어머니
지아오 보 지음, 박지민 옮김 / 뜨란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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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행복은 소박한 만족에서부터 오는 것일 터인데, 작은 것에 만족하며 사는 것이 정말 쉽지가 않다. 가진 것을 지키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남보다 뒤처지지 않기 위해 눈알을 굴려야만 그럭저럭 벼텨낼 수 있는 일상을 지내면서 심신이 몹시도 지쳐옴을 느낀다.

이 즈음에 발견한 이 책. 나의 아버지 나의 어머니. 현재 부모님이 계신 곳, 내가 십대 후반까지 자라왔던 그 곳을 생각한다. 그리고 어머니와 아버지를 생각한다. 이 책을 엮은 사진작가 지아오 보의 아버지처럼, 우리의 아버지는 식구들의 생계를 꾸리기 위해 못박힌 투박한 손으로 일을 해 오셨고, 지아오 보의 어머니처럼 어려운 살림 가운데서도 소박한 사랑으로 자식들 곁을 지켜 준 어머니가 계셨다.

사진 속 두 내외의 주름진 얼굴, 단촐한 살림이 나의 시골에 계신 그분들을 떠오르게 한다. 지아오 보의 아버지는 어린 아들에게 목공일을 가르치면서 이렇게 말한다.

'목공이 되려면 3년 동안 톱질을 해야 한다. 그 세월은 톱질을 배우는 데 필요한 게 아니라 두 가지 도리를 깨닫는데 쓰이는 시간이다. 첫째는 두 사람이 서로 도와야만 하나의 일을 완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인내심을 배우는 것이다. 일을 하다가 뜻대로 되지 않고 재미가 없어도 온 정성을 다해 열심히 해야 한다. 이 두 가지만 깨우치면 다른 모든 일을 어떻게 하든 해 낼 수가 있다. 일에는 사람이 할 수 없는 게 있고, 하지 않는 게 있다. 그러므로 할 수 없는 일은 하지 않되, 할 수 있는 일은 그냥 열심히 하다보면 다 된다.'

그리고 지아오 보에게는 환갑을 바라보는 정신 지체자 큰형이 있다. 어머니는 벌써부터 큰 형의 수의를 준비하고 계셨다.

'네 형은 일생을 살아오느라 너무나 많이 힘들었다 게다가 자식도 없이 외롭게 살지 않느냐 그 애가 이 세상에서 누릴 수 있는 기쁨이란 게 뭐가 있는지 모르겠다. 그러니 이 에미가 아끼고 안타까워하지 않는다면 누가 네 형을 위해 주겠느냐?'

그밖에 할아버지는 태산에 오른 적이 한번도 없어서, 그 대신 아버지가 할아버지의 초상을 가슴을 안고 태산 정상에 오르는 사진, 지아오 보의 마을에서는 부부가 잠을 잘 때 서로 발바닥을 맞대고 자는데 지아오 보의 어머니 아버지가 발바닥을 맞대고 자는 모습을 담은 사진도 내 마음에 깊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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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한 조직이 빠지기 쉬운 5가지 함정 - 지혜로운 CEO 4 지혜로운 CEO 4
페트릭 렌시오니 지음, 서진영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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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대구에서, 너무나 어이없고도 비극적인 일이 일어났었다. '만약에 이랬더라면' 하는 말처럼 부질없는 말이 없지만 그래도 한마디한다면, 만약에 1085호차가 중앙역을 정차하지 않고 통과했더라면, 기관사가 사령탑의 지시에 따라 마스터키를 뽑아들고 혼자 나가지만 않았더라면, 정말정말 이렇게까지 큰 비극을 불러오지 않았을 텐데 하는 것 말이다.

직업상 긴급하거나(119대원들처럼) 혹은 공공의 서비스(지하철관계 공사업체처럼)를 제공해야 하는 팀의 팀원들은 오로지 가족에서나 찾아볼 수 있을 법한 신뢰와 결속을 다져나가며 다 함께 생활하고, 다 함께 일한다. 그런 신뢰를 바탕으로 그들은 일분 일초가 급박한 상황에서 어떤 조치를 취하는 것이 최선인지 머뭇거림없이 집중적인 토론을 벌이고 신속하게 행동에 옮길 수 있다. 그런데 대구 지하철의 경우, 팀웍의 실패로 말미암아 비극이 더 커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정말 그런 환상적인 팀웍을 이룬다는 것이, 단순이 개개인의 노력만으로는 되는 것도 아니고, 리더가 골머리만 싸매고 있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다. 이 책에서 보여지는 강력한 팀웍을 만드는 방법은 어쩌면 놀랄 만큼 단순하다. 그러나 그것을 실천하기란 무척 힘이 들어 보인다. 구성원들 간의 신뢰, 충돌 , 헌신, 책임 그리고 결과에 대한 집중의 다섯 단계가 필요하다.

먼저 1단계인 '신뢰'까지는 어느 정도 수월해 보인다. 팀원 서로의 개인사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인간적인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말이다. 그런데 다음 단계부터가 좀처럼 쉽지 않다. 바로 '충돌 및 책임'인데 각별히 친한 동료들끼리는 상대의 책임을 정확하게 추궁하는 것이 힘들어 주저하게 된다. 그러나 이런 머뭇거림은 오히려 그 관계를 쇠퇴하게 만든다. 팀원들은 기대에 어긋난 행동을 하고 집단의 수칙을 어기는 동료들을 서로 원망하기 시작할 것이기 때문이다. 훌륭한 팀의 구성원들은 상대의 업무 수행에 높은 기대를 갖고 있음을 증명함으로써 서로의 관계를 개선한다.

이 책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리더가 현명하게 팀원들이 이러한 각 단계를 밟아 나갈 수 있도록 분위기를 주도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고, 이 책에는 팀의 리더들 혹은 그 리더를 이끄는 CEO들이 알아두면 좋을 팀을 이끌고 중재해 나가는 방법적 측면들이 상세하게 제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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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못 버리는 사람 - 풍수와 함께 하는 잡동사니 청소
캐런 킹스턴 지음, 최이정 옮김 / 도솔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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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사람들이 종종 하는 말 가운데 나는 잘 납득할 수 없었던 말이 하나 있다. 바로 이런 말, '이사다니는 데 큰 짐이 되기 때문에, 가급적 다 읽은(필요가 다한) 책은 다른 사람에게 줘 버린다.' 라는 말. 이 말엔 '소명을 다한 책은 이제 필요없는 짐짝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는 의미와 '내 인생 유전을 무겁게 하는 책들을 다른 사람에게 줘버림으로써 타인을 유용하게 만든다'는 홍익 인간 이념 같은 게 담겨 있다.

나에게 있어 책이란, 언제 어느 때고 필요하면 다시 들춰보고, 언제나 변치 않는 그 자리에서 오락거리와 지식과 영감을 주는 무엇, 소유하고 있으면 소중한 자산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런 나의 고집스런 책 수집 계획에 약간의 수정 노선을 고려하게 만든 책이 이 책이다.

집안의 서가에 꽃혀 있는 책이란 기본적으로 자신이 갖고 있는 생각과 신념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즉, 책꽃이에 낡은 책들이 많이 꽃혀 있다면 나의 생각과 신념은 그 속에 갖힌 것이 되며, 나를 에워싸고 있는 케케묵은 낡은 책들처럼 나의 에너지도 케케묵은 낡은 에너지가 된다는 것이다. 만일 사실이 그렇다면, 나는 굳이 오래된 책들과 읽다가 접어 둔 책들에 집착하며 연연할 필요가 없다. 독서의 목적은 즐겁고 의미 있는 인생을 위한 것이었는데, 그것이 지나쳐 낡고 정체된 에너지에 품으려 하는 습관으로 꼴지워진다면 아니될 말이다.

자신이 사는 공간에 물건을 쌓아두는 걸 좋아하는 걸 취향 문제로 본다면 누가 뭐랄 사람없다. 그런데 문제는 정리가 되지 않은 방식으로 물건들이 뒤섞여 있어 그런 취향을 고수한 본인 스스로가 항상 허둥대며 살아야하는 불편함과 혼돈이 있다면 그건 재고해 봐야 할 것이다.

저자는 사람들이 자기 소유물을 잘 버리지 않는데는 여러 가지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다음에 그 물건이 필요할지 모르니까 보관의 차원에서, 혹은 물건의 일부분이 자신의 추억과 관련이 된 경우, (예를 들어 소중한 친구에게서 받았던 선물 같은 것.) 혹은 왠지 빈 공간은 허전하다는 생각 들어서, 혹은 주변에 나를 바쁘게 하고 혹은 자극하게 만드는 잡동사니들로 가득 채우고 나서야 마음의 안정을 얻는 경우 등등 말이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사람들이 쓸모 없는 물건에 집착하는 것은 버리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버리는 과정에서 그들이 부딪치게 될 감정이 두렵고, 나중에 후회하게 될까봐 두렵다. 그러나 그 물건들을 버려야만 더 많은 사랑이 햇살처럼 쏟아질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물건을 쌓아두고 사는 나 자신이 현명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리고 잡동사니를 청소하면 삶의 목적이 좀더 분명해질 것처럼 느껴졌다. 인생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특히, 자기 수양에 힘쓰는 사람이라면 정기적으로 자신의 환경을 주기적으로 새롭게 창조하고, 돌아볼 필요가 있다. 잡동사니를 버림으로써 나는 자유로운 내가 될 수 있는데 어찌 이를 주저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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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 - 지적 망국론 + 현대 교양론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이정환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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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 내내 이기죽거리고 있는 내 입을 본다. 이 책에서 도쿄대생의 문제가 아니라 적어도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아야 할 과학 지식으로 당연시하며 다카시가 언급한 과학적 상식들이, 나는 비로소 처음 듣거나 모르고 있었거나 한 것들이라서 무식을 절감하게 되었고, 바로 그 것이 내 입술을 씰룩거리게 만들었나보다. 하지만 이기죽거린다고 능사는 아니리라. 그의 치밀하게 준비된 자료를 보면 어쩔 수 없는 자극들을 받게 된다. 위약적이고 일시적인 플라시보와 같은 성격의 것이긴 해도, 그의 글은 평범한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도, 무언가를 열심히 읽는다는 행위에 동기를 부여를 확실히 해 주곤 한다.

이 책에서 다카시는 일본의 교육 현실을 명문이라는 도쿄대를 중심으로 해서 비판하고 그 대안을 살펴보고 있다. 정말 자신이 독서광답게 다양한 자료들을 언급해가며 도쿄대의 몰락 원인을 이야기한다. 그는 말한다. 오늘날의 사회를 움직이는 것은 '스페셜 리스트'들이 아니라 '높은 수준의 제너럴리스트'라고. 전문 분야의 기술에 대한 이해력을 갖추면서 사회 전체를 보는 안목까지 갖춘 교양인을 양성할 수 있는 교육이 오늘날에 취해야 할 인재 교육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교양을 쌓는 데 요긴한 기술 중에 하나가 독서이다.

사회를 움직이는 핵이 되어야겠다는 거창한 야심 같은 건 없다. 헌데 다카시가 이 책 내내 논리적이고 분석적으로 입증하고 있는 학문의 필요성과, 열심히 독서하는 행위에 대한 권장은 독자로 하여금 다음과 같은 사실을 수긍하게 했다. 인생을 풍요롭게 살고 싶은 소인에게도 독서는 꼭 필요한 행위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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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어주는 남자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 세계사 / 199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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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날개로 소설가의 약력을 본다. 법대 교수다. 법학 전공자가 소설이라니, 이거이거 혹, 범죄 심리물이 아닐까 하는 뚱딴지 같은 생각도 해 보았다. 얼핏 유사한 제목의 프랑스 소설 <밑줄 긋는 남자> 때문이었을까. 가볍게 통통 튀는 내용이 전개되리라 여겼는데, 독일 소설인 이 <책 읽어 주는 남자>는 황달에 걸려버린 병약한 15세 소년과 그보다 스무살 정도의 연상의 여인과의 정상적이라 할 수 없는 애정 행각부터 전개된다. 음 만만치 않은 이야기들이 쏟아질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시점인 1950년대 말에서 60년대 즈음이다. 전쟁 세대와 전후 세대와의 갈등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는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나치즘이나 역사적인 사건에 대한 회상의 문제이기보다는 인간의 자존심과 약점 그리고 한 사람의 인생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만남이란 무엇인가를 보여 주려 하는 것이 이 소설의 중심에 있다고 본다.

소년의 연상의 애인 한나는 자신이 글을 읽지도 쓰지도 못하는 문맹이라는 것을 소년에게 끝까지 숨기려 하였다. 모든 사건의 발단은 여기에서 시작된 것이 아닐까. 자신이 문맹이라는 것에 대해 그녀는 대단한 수치심을 갖고 있다. 그리고 훗날 자신의 인생의 결정적인 순간에 이 사실을 감추려 하다가 그녀는 종신형을 선고받기까지 한다.

제목이 책 읽어주는 남자인 것도 여인이 문맹이라는 사실과 관련된다. (소년은 그녀에게 사랑 행위의 일종으로 책을 읽어 주었던 것이다.)이 책은 3부로 나뉘어져 있고, 그 부분들은 각각의 큰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주인공 소년과 한나(그보다 훨씬 나이 많은 여인)의 사랑과 그녀의 사라짐, 2부는 한나가 소년을 만나기 전 과거와 관련된 기소 사건으로 몇 년 후 법정에 서게 된 것과, 그 법정을 참관하게 된 대학생의 소년, 3부는 교도소에 있는 그녀를 위해 책 내용을 녹음해 보내 주는 주인공.

소년일 당시의 여인에 대한 사랑은 무조건적인 헌신이었다. 그러나 이제 외적으로는 어느 정도 성공을 한 상태의 성인이 된 소년 남자는 교도소에 있는 첫사랑의 여인에게 책 내용을 녹음한 테이프만을 보내 줄 뿐, 면회는 고사하고 편지 한 장 보내지 않는다. 왜? 소년은 그렇게 함으로써 여인을 과거 속에 묶어놓고, 그 이상화된 모습만을 사랑하려 하는 것이다. 결국 여인은 석방 예정일 새벽에 목을 매달아 자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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