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구스 1
존 파울즈 지음, 현준만 옮김 / 문학동네 / 199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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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모든 냉소주의는 현실에 대처해 나가지 못하는 데서 오는 - 한마디로 말해 무능력을 감추기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모든 노력을 경멸하는 데는 최대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당시 풋내기에 불과한 나로서는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67쪽
"사람들이 헤어질 때 어떤 상태가 되는지 알아요. 처음 일주일은 지옥처럼 괴롭겠죠. 그 다음 일주일은 아파할 거고요. 그리고는 잊기 시작하겠죠. 마치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식으로 그건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 있었던 일이야, 라구 말이에요. 그 다음엔 어깨를 으쓱 올리며 이렇게 말할 거예요. 그래, 이게 인생이야. 산다는 것 이런 거라구. 이런 일에 연연해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야. 그리고는 마치 아무것도 잃은 게 없는 사람처럼 행동하겠죠."
"난 잊지 못할 거야. 절대로 잊을 수 없을 거야."
"당신은 잊을 거예요. 나도 그럴 거고요."

204쪽
"당신 말이 맞소. 그자도 자기를 배반하지는 않았지. 하지만 수백만의 독일인들은 자신을 배반했소. 그게 비극이지. 한 사람이 악인이 될 용기를 가진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수백만의 사람이 선인이 될 용기를 가지지 못했다는 점이 중요한 거요."

226쪽
"진실은 언제나 냉혹한 거요. 하지만 그 진실의 본질과 의미는 결코 냉혹하지 않소."

237쪽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자기 자신 이외에는 누구도 대답할 수 없는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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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구스 2
존 파울즈 지음, 현준만 옮김 / 문학동네 / 199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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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쪽
사람의 눈은 인간의 육체 중에서 거짓이라는 걸 모르는 유일한 기관이 아닐까.

213~214쪽
"아무리 좋은 남자라도, 당신처럼 말예요, 날 이용하려 한다는 의심을 떨쳐버릴 수 없었죠. 다른 사람들은 모두 사랑과 욕망을 잘도 구별하는 것처럼 보였어요. 하지만 나만은 그럴 수 없었죠."
그녀는 머리를 손에 묻고 웅크린 자세가 되었다.
"미안해요. 하지만 난 비정상인 건 아녜요. 인내심을 갖고 날 기다려주기만 한다면요."
"언제까지라도 기다리겠소."

286쪽
전쟁이란 관계들을 보지 못하는 데서 기인한 정신병 같은 거요. 동료 인간에 대한 우리의 관계, 경제적, 역사적 상황에 대한 우리의 관계,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으로, 무(無), 죽음에 대한 우리의 관계들 말이오.  

---->  히가시노 게이고의 <방황하는 칼날>에서  관련 문구 P.60 : 별안간 사람이 살아 있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것은 단지 밥을 먹고 숨을 쉬는 것이 아니다. 주위의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의견을 주고받는 것이다. 사람은 커다란 기계에 있는 하나의 톱니바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사람이 죽는다는 것은 기계에서 톱니바퀴 하나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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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구스 3
존 파울즈 지음, 현준만 옮김 / 문학동네 / 199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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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모든 죽음은 살아남은 자에게 무시무시한 공범의 죄의식을 강요하는 법. 모든 죽음은 각기 다 다른 모습을 띠기에 그 죄의식은 돌이킬 수 없고, 그 슬픔은 가라앉지를 않는 법이다.

213쪽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자신과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 다시 말해 자기 자신의 거울과 같은 사람을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

269쪽
내가 미트포드를 싫어하는 것은, 이 남자가 천박하고 비열한 자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이상으로 나 자신이 가진 어떤 자질의 캐리커쳐 또는 연장을 이자에게서 찾아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내 속에 있는 어떤 종양 같은 게 이자에게서는 겉으로 드러나 있었다.

311쪽
"나도 예뻤으면 좋겠어요."
자신의 추함을 감추려는 듯 그녀는 목까지 담요를 끌어 올렸다.
"아름답다는 건 덤에 불과해. 선물을 싼 포장지처럼. 선물 그 자체는 아니지."
길게 침묵이 이어졌다. 거짓말도 때로는 쓸모가 있는 법이다. 그러나 그녀의 실망을 막을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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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잠 재의 꿈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30
기리노 나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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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회파 소설이라는 카테고리를 하나 더 만들어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최근에 미로 시리즈 두 권을 읽으면서, 네 권을 모두 다 읽은 셈.  

얼굴에 흩날리는 비를 읽은 다음, 천사에게 버림 받은 밤을 읽을 때는 '나쁜 남자에게 매혹됨', 이라는 유사성을 발견했는데, 천사에게 버림 받은 밤을 읽은 다음에 바로 물의 잠 재의 꿈을 읽자니, '십대 여자를 성적 착취함'이라는 유사성으로 묶인다.  

소득이라면, 미로의 출생 배경, 즉 그의 친부모가 누구였는지를 알게 되었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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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하는 칼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바움 / 2008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의 장점이자 단점은 한번 잡으면 제 자식도 몰라보는 수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한번 잡으면 그 자리에서 끝을 봐야겠단 생각이 들 만큼 몰입도가 엄청난데, 상황은 별로 그럴 수 있는 여건이 아니라서, 달라붙은 아이들을 매몰차게 떼어내게 된다는 슬픈 이야기;;  

항상 무언가 교훈을 남기려는 그러니까, 그의 작품은 주제의식이 투철한 편이다.  

이번에는  칼날이 방황을 한댄다. 정의의 칼날 경찰과 사법부는 범인들을 쫒는 과정에서 부조리함을 느낀다. 범인 가이지를 찾아내는 일은 곧 나가미네가 가이지를 복수할 기회를 빼앗게 되는 것이고, 경찰이 나서서 자식을 빼앗긴 부모의 원한을 불완전한 상태로 봉인시키는 일이 되기에.   

그래서 이 형사들은 스스로 정의가 무엇인지 생각할 필요도 없고, 그런 문제에 대해 토론할 필요도 없다고 스스로 다그치고 있다. 형사인 이상.  

 미성년자가 저지르는 악랄한 범죄에 대한 것. 20세 미만의 나이가 갱생의 여지가 있다는 이유로 법은 그들을 보호한다.  그러나 이 법에는 피해자의 입장이 철저히 배재되어 있다.

128쪽 

 아쓰야를 죽임으로써 복수가 허무한 일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복수를 한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그래도 그는 또 하나의 짐승을 방치해 둘 수 없다. 그것은 에마에 대한 배신이다. 그녀를 괴롭힌 짐승에게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사람은 자신 밖에 없다.  

자신에게 죄를 심판할 권리가 없다는 것은 그도 잘 알고 있다. 그것은 법원의 일이다. 그런데 법원은 범죄자를 제대로 심판하는가? 아니다. 법원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신문과 텔레비전을 통해 재판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어떤 사건에 어떤 판결이 내려졌는지 그도 조금은 알고 있다. 그것을 보면 법원은 범죄자에게 정당한 심판을 내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오히려 법원은 범죄자를 구해준다. 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갱생할 기회를 주고, 증오하는 사람들의 시선에서 범죄자를 숨겨준다.
그것을 형벌이라고 할 수 있을까? 더구나 그 기간은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짧다. 한 사람의 인생을 빼앗았음에도 불구하고 범죄자는 인생을 빼앗기지 않는다. 더구나 아쓰야와 마찬가지로 가이지도 미성년자이리라. 에마를 죽음에 이르게 한 일이 의도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면, 어쩌면 교도소에도 가지 않을지 모른다.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어디 있는가. 그 인간쓰레기들이 빼앗은 것은 에마의 인생만이 아니다. 그들은 에마를 사랑했던 모든 사람들의 인생에 치유할 수 없는 깊은 상처를 남겼다.

217쪽 

다키아키는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다. 체스는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처음에는 모든 말을 다 가지고 있지. 그대로 있으면 평온하게 지낼 수 있지만 게임인 이상 그런 건 허용되지 않아. 어떻게든 움직여서, 자기의 진지에서 나가지 않으면 안 되지. 그리고 많이 움직일수록 상대 말을 쓰러뜨릴 수도 있지만 그만큼 자기도 말을 잃어버릴 수밖에 없어. 그런 면이 사람의 인생과 똑같지 않니? 또 상대의 말을 빼앗았다고 해서 자기 것으로 만들 수도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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