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뜨겁게 - 버트란드 러셀 자서전
버트런드 러셀 지음, 송은경 옮김 / 사회평론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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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맛에 자서전을 읽는가 보다. 역시 실망시키지 않네!

 

급하게 메모하고 싶은 부분!  옮겨 놓고, 정리는 나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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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4년 여름, 의사의 답변(러셀이 30대 초반일 때 다섯살 연상의 첫아내가 불임이라는 판정)을 들은 후 앨리스와 함께 리치먼드 그린 공원을 거닐었던 그날 이후로 나는 아이를 갖고 싶은 욕구를 억누르려고 애써왔다. 그러나 그 욕망은 계속해서 커졌고, 결국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1921년 11월에 첫아이가 태어나자 나는 억압된 감정이 일시에 풀리는 것을 느꼈고, 그로부터 10년 동안의 부모의 삶이 주요 목적이 되었다. 나 자신도 겪어보았지만, 부모가 가지는 감정은 대단히 복잡하다. 그중에서도 으뜸은 자식에 대한 완전히 동물적인 감정과 귀여운 어린 것이 청년으로 커가는 것을 지켜보는 기쁨이다. 그 다음으로는 피해 갈 수 없는 의무감이 있는데, 그것은 회의주의자도 쉽사리 의문을 달지 못하는 일상생활의 목적을 제공해준다. 다음에는 매우 위험스러운 이기적 감정이 있다. 즉 내가 실패한 분야에서 자식이 성공하기를 바라는 마음, 내가 죽거나 노쇠하여 더는 노력해 볼 수 없게 된 일을 자식들이 계속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 그리고 여하튼 나는 자식들을 통해 생물학적으로 죽음을 면했고 따라서 나의 인생은 미래로 흘러들어가지 못하는 정체된 물 웅덩이로 덩그러니 남겨지는 게 아니라 전체 강물의 일부가 되어 흐를 것이라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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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행복의 정복>이라는 책을 발간했다. 이 책은 사회 및 경제 제도를 변혁시켜 어떤 것을 이룬다는 시각에서 벗어나, 한 개인이 기질 때문에 벌어지는 불행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에 대해 상식선에서 충고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었다. 이 책은 수준이 다른 세 부류의 독자들에게 각기 다르게 평가 받았다. 애초 소박한 독자들을 겨냥해 쓴 것이기도 했지만 어쨌거나 그들은 이책을 좋아했고, 많이 팔려 나갔다 . 

 

 

저자 후기

 

내가 믿는 것들

 

소년기 이후 내 삶의 진지한 부분은 서로 다른 두 개의 목적에 바쳐졌으며, 그 둘은 오랜 세월 따로 존재하다가 최근 몇 년 사이에 비로소 하나로 통합되었다. 우선 나는 인간이 과연 어떤 것을 이해할 수 있는지 없는지 파헤쳐보고 싶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좀더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들을 하고 싶었다. 38세까지는 첫 번째 과업에 모든 정력을 바쳤다. 회의주의로 고민했고, 그 결과 지식으로 알려진 대부분의 것들이 합리적 의혹에 노출되어 있다는 결론에 어쩔 수 없이 도달하게 되었다. 사람들로 하여금 종교적 믿음을 받아들이게 만드는 합리성, 내가 원한 것은 그런 류의 확실성이었다. 나는 다른 무엇보다 수학에서 확실성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스승들이 받아들이라고 말하는 수많은 수학적 증명들이 오류투성이임을 알았고, 수학에서 제대로 확실성을 찾아내려면 지금까지 안전하다고 여겨졌던 기초들보다 더 견고한 기초들에 입각한 새로운 종류의 수학에서나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작업이 진행될수록 코끼리와 거북이의 우화가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수학의 세계를 바쳐 주는 코끼리를 세웠으나 흔들리는 것을 발견하고, 코끼리가 넘어지지 않도록 바쳐 줄 거북이를 세우기 시작했다. 그러나 코끼리와 마찬가지로 거북이도 안전하지 못했고, 결국 20여년의 각고 끝에 수학적 지식의 의심의 여지없게 만드는 길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1차 세계대전 이후 나의 사고는 인류의 고통과 어리석음에 모아지게 되었다. 나는 어떤 고통이나 어리석음도 인간이 피할 수 없는 숙명은 아니라고 본다. 그리고 지혜와 끈기, 설득만 있으면 조만간 인류를 스스로 자초한 고통에서 끌고 나올 수 있다고 믿는다. 그 사이에 인류가 자멸해버리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러나 인간은 고통받기 위해 태어난다고 하는 견해를 숙명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에게 지금도 나는 절대로 동의할 수 없다. 과거와 현재의 불행한 원인을 확인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인간이 자연을 부당하게 지배하는 탓에 궁핍과 역병, 기근이 존재해 왔다. 인간이 동료 인간들에게 가지는 적의 때문에 전쟁과 억압과 고통이 존재해 왔다. 그리고 사람의 내면을 심각한 불일치 상태로 이끌어 외부의 온갖 번영을 무용하게 만들어 버리는 병적인 고통은 비관적인 신념들이 키워 온 것들이다. 우리의 세계에서 희망을 지키려면 지혜와 정력이 필요하다. 절망하는 사람들에게 흔히 부족한 것이 바로 정력이다.

내 인생의 후반부는 인류의 역사상 가장 힘든 시기에 속했다. 온당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부당하고 밝혀졌다.

(...) 사회 정치적 문제들과 관련해 내가 해온 일들이 큰 중요성을 지녔던 것처럼 말하고 싶지는 않다. 이를테면 공산주의처럼, 독단적이고 엄격한 신조를 수단으로 큰 효과를 발휘하는 것은 비교적 쉬운 일이다. 그러나 나는 독단적이거나 엄격한 것이 인류에게 필요한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그뿐만 아니라 인간 삶의 일부나 어떤 측면만을 다루는 편파적인 신조를 진심으로 믿을 수도 없다. 모든 것은 제도에 달려 있으며, 좋은 제도가 필연적로 황금시대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반면에, 마음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는 탓에 상대적으로 제도를 경시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두 견해 중 어느 것도 받아들일 수 없다. 제도가 사람을 빚어내고 사람이 제도를 변형시킨다. 양쪽에서 나란히 개혁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개인들이 적정선의 주도권과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으려면 만인을 하나의 엄격한 틀에 억지로 밀어넣어서는 안 된다. 다른 비유로 말하자면, 모두를 하나의 군대로 훈련시켜서는 안 된다.

이제 나의 작업도 막바지에 이르렀으니 전체적으로 개관할 때가 온 것 같다. 나는 얼마나 성공했으며 얼마나 실패했는가? 나는 어릴 적부터 나 자신이 위대하고 열정적인 과업에 헌신하리라 생각했다. 75년 전쯤에, 티르가르텐에서 차갑게 반짝이는 3월의 태양 아래 녹아내리는 눈길을 홀로 걸으며 나는 두 종류의 책을 쓰기로 결심했다. 하나는 추상적인 것에서 출발하여점차 구체적인 쪽으로 다가가는 것이고, 또 하는 구체적인 것에서 출발하여 추상적인 쪽으로 다가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순수 이론과 현실 사회 철락의 결합으로 그 둘을 마침내 종합할 생각이었다. 최후의 종합에 대해서는 아직도 정리가 되지 않지만, 그것 외에는 마음먹은 대로 책들을 써왔다. 나의 저서들은 갈채와 칭찬을 받았고 많은 사람들의 생각에 영향을 끼쳤다. 여기까지 본다면 나는 성공한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실패한 부분도 있는데, 외적 실패와 내적 실패 두 부분으로 나눠 볼 수 있다.

외적 실패 생략...

내적 실패는 세상의 입장에서는 별로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나의 정신적 삶을 끊임없는 전투 상태로 만들어 왔다. 처음에는 플라톤적 영원한 세계에 가까운 종교적 믿음에서 출발했다. 그 세계에서는 수학이 마치 단테의 <천국> 마지막 편처럼 아름답게 빛을 발했다. 그러나 나는 결국 영원한 세계는 하찮은 것이다. 수학은 동일한 것을 다른 언어로 말하는 기술에 부로가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나는 자유롭고 용기 있는 사람이야말로 싸우지 않고 세계를 정복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시작했다. 고통스럽고 끔찍한 전쟁을 지원하게 된 것이다. 이런 측면들에서 본다면 실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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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8-02-09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아... 좋네요. 전 러셀책 딱 한 권 읽어봐서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기는 했는대요. 찾아읽지는 못 했거든요.

icaru 2018-02-21 09:31   좋아요 0 | URL
아항 네넵 읽어볼 만한 것 같아요~ 여러가지 면에서
뒷부분은 페이소스까지 안겨 주었어여 ㅠ‘‘‘

그리구, 사생활 면에서는 가십을 삼을 만한 지점도 있는 듯해요 ㅋ 보니까, 당대의 여성들은 환영하지 않는 인물이었든가봐요~ 결혼을 네번정도 한 것에서도 뭔가를 미루어볼 수 있을 듯, 이런 부분은 본인이 하는 이야기는 사건의 일면일 뿐이라..!

서니데이 2018-02-15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icaru님, 즐거운 설연휴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icaru 2018-02-21 09:27   좋아요 1 | URL
명절 다 지나 답 인사를 올리다니, 송구하네요~ 이렇게나 다정한 서니데이 님 올해도 좋은 일 많으실 거여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