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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수용소에서 (보급판, 반양장) - 빅터 프랭클의
빅터 프랭클 지음, 이시형 옮김 / 청아출판사 / 2017년 12월
평점 :
품절
1년을 꽁깃꽁깃해 공들였던 작업 드디어 끝났다. 그것이 끝났지만 끝나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것은 제출하고 25여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꿈에서는 그 일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 일과 사람 두 마리 토끼가 있다면, 두 마리를 토끼를 잡았느냐 놓쳤느냐로 평가를 하곤 하던데, 잡고 놓치고를 떠나 이 토끼 잡기의 과정과 결과가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를 따지고 볼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이라는 토끼에 관한 것은 꿈에서도 계속 되어 쉬고 있지만 쉬고 있지 않은 상태를 지속시키고 있고, 나머지 토끼 그러니까 함께 일을 하는 인간에 대한 것. 이번 일을 하면서 인간의 유형에 대해 그 본질에 대해 이나이가 먹도록 모르는 부분이 적잖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것은 좀 충격적인 경험이기도 했다. 사람이라는 토끼를 놓쳤다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좀 오만했던 게 어떤 유형의 사람이든 그 사람에게 애정을 느끼고 있으면 (애정을 느끼기까지 그 사람과 함께 보낸 시간과 경험이 수반된 것이니까) 그 사람의 어떤 모습도 내가 감당할 수 있고, 심지어 도움마저 줄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나라는 사람 보통 오만한 게 아니었다.) 이 사람이 나에게 등을 돌린 것은 아니니까, 놓친 것은 아닌데, 내가 등을 돌리고 싶은 거다. 이 일이 끝나면 상종도 하고 싶지 않았는데, 이런 감정은 시간이 흐르면서 누그러진다. '시간'이란 참 배알도 없다. ㅎㅎ
일이 끝나고 요즈음 찾아서 봤던 책들 가운데 몇 중에서도 좋았던 것은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이고 또 음 에니어그램의 지혜라는 두 책이었는데 이러한 저간의 사정 때문에 나에게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에니어그램은 세 가지 종류의 중심으로부터 시작한다. 본능 중심, 감정 중심, 사고 중심이다. 그리고 이 기초에서 9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8,9,1이 본능 중심, 2,3,4는 감정 중심, 5,6,7은 사고 중심이다. 각각 사용하는 에너지가 다르다는 것이다. 그리고 1~9번 유형의 성향 모두 다르다. 나는 본능과 감정 중심에 나의 본질이 있고, 그 친구는 사고 중심의 유형에 해당될 것 같지만, 알 수 없다. 좀더 극한 상황에 처해지면 아마 명확하게 그 유형이 보일 것이다.
죽음의 수용소에서,라는 이 책이 좋았던 것은 사람은 어떤 극한의 고통스러운 상황에서도 그 상황에서 느끼는 감정의 실체를 이해할 수 있고, 언어로 표현할 수 있다면 상황을 효과적으로 극복할 수 있고 덜 고통스러울 수 있다는 체험을 하였기 때문이다.
176쪽
인간에게 실제로 필요한 것은 긴장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가치 있는 목표, 자유 의지로 선택한 그 목표를 위해 위해 노력하고 투쟁하는 것이다.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어떻게 해서든지 긴장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자신이 성취해야 할 삶의 잠재적인 의미를 밖으로 불러내는 것이다.
229쪽
그렇다면 인간은 어떤 방법을 통해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샬롯 뷜러가 말했듯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인간의 삶이 궁극적으로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은 삶을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삶과 비교하며 공부하는 것뿐이다. "
물론 이런 전기적인 접근법에 생물학적인 접근법을 가미할 수도 있다.
나는 인생의 4분의 1을 종합병원의 신경정신과에서 근무했으며 그 동안 자신의 곤경을 인간적인 성취로 바꾸어놓은 환자들의 능력을 보아왔다. 그런 사례에 덧붙여서 인간이 시련 속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해 주는 실제적인 증거도 있다. 예일대학교 의과대학의 연구원들은 "베트남 전의 전쟁 포로 중에 포로생활의 엄청난 스트레스-고문과 질병, 영양 실조, 독방감금 등-에도 불구하고"
아무튼 언터처블 1%의 우정의 영화 음악인 Ludovico Einaudi의 음악만이 나를 살리던 100여일의 나날들을 보내고 드디어 조각 글을 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