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가뭄
애너벨 크랩 지음, 황금진 옮김, 정희진 해제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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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화'라는 것은 일상다반사이다. 특히 큰아이에게 내는 화. 큰아이의 논술책을 매번 일일히 사줄 수가 없어서, 경제적 이유도 없지 않지만, 집에 원체 많은 책도 감당이 안 되는데 꼭 필요한 책이다 싶지 않으면 사주지 않으려고 하지만, 뭔가 계속 늘어나고 있기는 하다. 어쩔 수 없지 ㅠ 그때그때 인근도서관에서 대출을 해주거나 자기가 대출해서 갖고 갈 수 있도록 한다. 이번에는 내가 사당솔밭도서관에 책이 없어서 동작구 다른 도서관에서 상호대차로 책을 신청하였었다. 책이 언제 도착하는지 도서관에 두세번 전화를 하고 그렇게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 아이가 헛걸음을 하지 않도록, 회사에서는 처리해야 할 업무로 짬이 잘 안나기도 하거니와 개인적인 일로 통화를 하는 게 눈치가 보이기도 해서 점심 시간 기다렸다가 몰아서 전화로 처리를 했다. 아이가 6시쯤 들러 찾아가야 했는데, 이 아이는 해당도서가 아동도서이다보니 어린이자료실에서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나보다. 그런데 어린이자료실은 5시반이 되면 문을 닫는다. 3층에 종합자료실에서 상호대차한 책을 찾아야 하는게 상식이라는 것은 나한테만 상식으로 해당되는 내용이었고, 아이한테까지 3층으로 가서 찾아와야 한다는 것을 친절하고 자세하게 이엄마가 전달을 안 했었는 모양-그 말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오로지 내 탓이라고 생각한다.-  어렵게 도서관까지 갔다가 그냥 어린이자료실 문닫아서 그냥 논술 수업에 갔다고 했다. 덕분에 논술에 늦어서 라면파티가 있었는 먹지도 못하고 말았다고 하고 ㅠ  그래서 어제도 아이에게 무진장 화를 내버렸다. 옆에서 살뜰하게 챙겨 주지 못해서 다른 공간에서라도 고군분투하는 나의 노력을 무색하게 만들기 때문에. 라고 써놓고, 참 말도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가, 그렇다. 이런 문제 하나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것은 회사 업무를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그렇다. 비록 사소하지만 상처는 깊다. 바로 다음 날인 오늘 오후 1시에 생태탐방 1박 2일 캠프에 출발하는 그 아이. 준비물 안에 "좋아하는 반찬 싸오기"가 있었다. 아이는 롯데 비엔나 소세지를 올리브유만 넣고 칼집 넣어 볶은 것을 좋아해서 그거싸주고, 치킨 너겟도 준비했다. 무려 아침에 10분 더 일찍 일어나서! 그런데 오늘 정확히 12시 38분, 그러니까 집결지에서 출발 22분 전에 아이에게 전화가 왔다.  싸 놓은 반찬을 깜박하고 두고 나왔다고, 누군가 자기한테 갖다 줄 수 있냐고. 우리집 앞에서 이수역까지가는 6번 마을버스! 마을버스만으로도 20여분 걸린다. 그리고 집에 기동성 있는 누가 있다고 그것을 갖다 주나!

이 두 사건은 아주 가끔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1박 2일에 일어난 두 사건이다. 둘째는 어떠한가? 걔는 더 장난이 아니다. 양치질하는 게 세상에서 싫은 일로 첫째둘째 우열을 다투는 아이다. 양치질 하라고 하면 "쫌이따" 이러다가 어느결에 보면 이불 뒤집어 쓰고 자고 있다. 자고 있는 아이 입속에 칫솔을 우겨 넣고 닦아줘본 적도 많다. ㅠㅠ))  어제도 그랬다. 내가 방에 들어가니까 깊이 잠든 척 하고 있었다. 예의 칫솔을 넣고 상하좌우 박박!! 아이가 운다. 입에서 피가 난다며, 엄마 밉다며, 아 몰라 나는 네 기분 헤아릴 기분이 아니야! ㅠㅠ

 

아내 노동이란 어떤 것인지를 이 글에서는 생생하게 보여준다 다음과 같은 글에서

 

" 생기 넘치지만 종종 정신없기도 한 환경에서 활달한 소규모팀을 이끌 분을 찾습니다. 팀원들이 가끔 갑자기 이랬다저랬다 변덕을 부리고 사회적 기술이 변칙적이며, 일부러 옹졸하게 굴고 대놓고 반항을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지원자는 어른스럽고 참을성이 뛰어나야만 합니다.  또한 청소, 세탁, 학습 지도, 가벼운 유지 보수에서 어려운 유지 보수까지, 온갖 조달 업무, 안전과 보건, 작업 치료, 영양, 도덕적 지침과 상담, 교통 편의 제공, 기술 교육, 팀 내 인적 자원 관리, 아웃소싱, 멘토링, 중재, 교육과 위생을 책임져야 합니다. 탁월한 운동 조절 능력과 침착한 성격이 필수 조건입니다. 창의적인 경험과 실제 사용 가능한 획기적인 방법, 예를 들면 특히 뭔가를 만들어 내는 능력이 있으면 좋습니다. 왜냐 하면 기초적인 가정용품으로 10분 안에 그럴듯한 배트맨 의상을 만들어야 할 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일은 반복해야 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정식 업무 평가는 극히 드물며, 절망적인 순간에 지원자가 정기적을 자체 평가를 할  수도 있습니다. 월급은 이름 뿐일 것입니다. "

 

258쪽

노르웨이 상황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선택권이 보장되고 장려책(육아 휴직의 제정 형태가 안 쓰면 사라지는 식으로 만듦)과 초보 부모일 때부터 육아에 참여할 기회만 주어지면, 남녀 모두 육아를 잘  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아버지가 부모기 초기 단계에 휴직을 하면 장기적으로 볼 때 더욱 적극적인 부모가 된다는 증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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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4 19: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28 15: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28 15: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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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8 15: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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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7-02-24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평일에 애들한테 화내고,주말엔 남편한테 화내고~~그러곤 난 왜 이럴까?? 생각하다가 바로 졸고.....너무 피곤해요.피곤해ㅜㅜ
자주 만나는 지인을 만나면 전 늘 내가 애들한테 화를 낸 내모습을 생중계하기 바쁘거든요.
그러면서 스트레스를 풀곤 하는데 이카루님의 글을 읽다보면 스트레스를 풀어드리고 싶고~~나도 막 맞장구 치면서 제스트레스를 막 쏟아내고픈 충동이 입니다ㅋㅋ

icaru 2017-02-28 15:19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오랜만에 아이 친구들 엄마들 하고 따로 만나면 자신의 아이들 고발하기 바빠요.. .성토의 장이 되어버리죠~ 성적이나 그런 부분은 민감해서 서로 이야기 안 하지만, 아이가 나를 어떻게 속상하게 만들어버렸는지 서로 겪은 일들을 위로하면서 털어내요!! 책나무님 하고도 그게 되는구만요!! ㅋㅋㅋ

2017-02-25 00: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28 15: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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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7-02-25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그래서, 엄마 밖에 할 수 없는 역할이기도 한 것 같아요. 엄마 아니면 누가 해줄까요. 자는 아이 깨워 이 닦게 하는 일, 상처가되면서도 반복 재생해내는 일...그래서 엄마는 힘들고 본인 돌보는 것은 잊고 사나봐요. 그러다 보면 나이만 훌쩍...ㅠㅠ
그러면서도 어느 날 문득 훌쩍 자라있는 아이를 보면, 그래도 그동안 내가 헛살진 않았다 싶기도 하고, 그렇더라고요.
저도 나중에 아이가 어른이 되어서 엄마 얼굴 떠올릴때, 잔뜩 화난 얼굴부터 떠오르면 어떡하나, 그게 두렵습니다.

icaru 2017-02-28 15:34   좋아요 0 | URL
아... ! 나인 님의 글은 항상 뭐랄까요~ 저로 하여금 뒤를 돌아보고 앞을 해석하게 한다고나 할까요! ㅎㅎㅎ
나를 돌보는 것은 잊고 산다는 말이 참 찡하게 와닿아요! 나 자신에 대해서라면 이제 와서 돌보고 가꾼들 ~ 싶기도 한 거예요! 참나... ㅋ
두 녀석 보면서 또 가끔은 저도 그런 생각을 해요. 아 그래도 이만큼은 키워놨네! 그러면서 생전 들지 않던 생각- 어른들께 감사하다는-도 하고요! 이런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