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kg짜리 희망 덩어리
안나 가발다 지음, 김남주 옮김 / 문학세계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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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원회에서 만든 애니메이션 별별이야기를 보았다. 마지막이야기 ‘사람이 되어라’는 박재동 시나리오&감독의 것으로, 고등 학교 3학년 학생들에 대한 것이다.
이들은 아직 동물의 형상을 하고 있다. 급훈도 "대학 가서 사람되자"이다.  주인공 원철이도 원숭이 형상을 한 학생인데, 곤충들을 채집하고 관찰하는 것을 너무 좋아해 별명이 '곤충박사'이다. 그러던 어느날, 원철이가 아끼는 장수하늘소를 따라 숲으로 들어갔다가 장수하늘소의 친구들을 만나고 거기서 깨달음을 얻어 원철이는 사람이 되었다. 사람이 되어 학교에 등교를 한 날, 선생님은 원철에게 다시 원숭이로 돌아가라고 강압적으로 말한다. 좋은 대학에 가서 사람이 되야지, 다른 루트로 사람이 되어선 안 된다는....  원철이는 그 길로 학교를 나와 다시 곤충들이 있는 숲으로 가는데, 선생님이 아버지를 대동하고 원철이를 학교로 데려가기 위해 숲에 온다.
아버지는 원철이에게 사정한다. 제발 대학 가서 사람이 되라고, "대학 못나오면 사람 취급 못받는다. 나도 고등학교만 졸업해서 지금까지 동창회에도 못 나가봤다“고...울먹울먹하면서   아버지는 사람의 형상이 가면이었음을 보여주며 가면을 벗고 원숭이 얼굴을 내보여 준다. 원철이는 그저 곤충에 대해 연구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지만, 아버지의 절규 때문에 다시 원숭이형상을 하고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학교로 돌아간다.

이 <35킬로짜리 희망덩어리>도 위의 애니메이션과 같은 맥락의 이야기라고 생각된다. 다만 이 작품은 고3생이 아니라, 다만 제도권 학교에는 적응을 못하는 13살짜리 아이이고, 위의 애니메이션보다는 비관적이지 않게 이야기를 끌고 갔다는 차이가 있을까.

체육과 학과 공부를 잘 못하고 그래서, 학교라는 곳을 가기 두려워 하는 이 소년도 정말 잘 하는 것이 있다. 목공일과 고장난 기계를 다루는 일이다. 하지만 이렇게 기계에 대한 재능을 제대로 발현하기 위해서는 학교라는 곳은 꼭 거쳐야 한다고 부모님은 말씀하시니... 소년은 다시 풀이 죽는다.

부모들은 아이를 통해서 세상을 본다. 그렇게 아이에게 큰 시대를 거는 것이 아이에게 얼마나 부담이 되는지 모르고 있다. 

가발 브랜드를 연상시키는 이름을 가진 작가, 안나 가발다. 내가 읽는 그녀의 두 번째 작품이다. <나는 그녀를 사랑했네>에 나오던 시아버지처럼. 이 책에서도 주인공 소년은 민감하고 세상으로부터 상처 입기 쉬운 존재이다. 이러한 존재가 세상과 마찰음을 내면서도 차츰 그럭저럭 조우해 나가는 방식을 이 소설은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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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6-05-18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icaru님, 오랜만~~ ^^
이 리뷰를 보고서 불현듯 읽은 기억이 나서 찾아보았더니 저는 2008년에 읽었네요. 올해 새롭게 단장되어 나왔군요.저도 icaru님과 똑같이 안나 가발다의 책은 이것과 <나는 그녀를 사랑했네>, 두권을 읽었고요.
지금 보니 다분히 스포를 포함하고 있는 제 리뷰를 다시 읽어보니, 행복하고 싶으면 행복해지기 위한 일을 하라는 할아버지 말씀이 적혀있네요. 좋은 책이었는데, 그 책을 읽은 2008년이나 지금이나 저는 별로 달라진게 없는 것 같아요. 저는 아마도 xx kg 짜리 불만 덩어리인가봐요 ㅠㅠ

icaru 2016-05-19 08:59   좋아요 0 | URL
너어무 반갑습니다@@!!
서재이웃님들과 댓글을 나눈지가 너무너무 오래되어~ 대화 나누는 방법을 잊어가던 차였는데,,, 가뭄에 단비처럼 똑똑! 문 두드려 주시공!
역시 인생은 타이밍 ㅎㅎ (지가 지금 뭔소리인지..)

그런데 사실은요~ 제가 다운되었을 때, 의식적으로 도모하는 취미중 하나가 지난 리뷰 훑어보는 것인데요. 이 리뷰는 2005년인가에 그러니까, 11년도 전에 쓴 리뷰였는데, 개정판이 나와서 긁어왔어요 ㅎㅎ;;;;;;;

나인 님이 `xx kg 짜리 불만 덩어리` 오오 전혀 당치도 아니한 말씀,, 아니아니 아니시옵니다! ㅎㅎ



단발머리 2016-05-27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니매이션 `사람이 되어라` 이야기 너무 마음에 와닿네요.
경쟁 위주, 대학 입시만을 위한 교육을 우리는 너무 당연한 듯 받아들이고 사는 것 같아요.
하지만 주인공처럼 숲으로 갈 용기도 없구요.
그 때까지만 참자, 참자, 하는데, 아이들이 불쌍하기는 합니다. 에구...

icaru 2016-06-08 09:56   좋아요 0 | URL
저는 애들 키울 때, 이것저것 듣고보는 것에 휘둘릴 때마다 박혜란 씨의 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을 떠올리는데요.
아이들이 커서 자기들 인생을 행복하게 살 수만 있다면, 지금 내가 어떻게 해야 하나 그런 생각요... 참 어려운 이야기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