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은 영화관에서 시작되었다 시오노 나나미의 저작들 1
시오노 나나미 지음, 양억관 옮김 / 한길사 / 2002년 9월
평점 :
품절


10년전에 썼던 그러니까, 알라딘 리뷰로 써 올린 글을 다시 올린다. 뭐 잘썼다고 그런 수고를~,, 이 아니라, 어떤 시스템 오류가 작동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서재에서 뒤지면 나오는데, 책으로 검색하면 절대 딸려 나오지 않는 리뷰이기에 꺼내 놓는다. 아,, 그리고 보니, 알라딘에 리뷰를 올리기 시작한지 16년이 넘어간다. 2000년 2월 16일에 첫리뷰가 올려졌더라. 이제와 보니, 모종의 발전을 이뤘나 하고 보니까, 그다지 =.=;;

 

다만, 마치 일기라는 게 그러하듯  변화많은 생각과 일상의 기록물에 지나지 않은 것만 같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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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란 나이를 먹을수록 많이 보고 느껴야 한다. 젊은이의 감수성이란, 정신적인 나태에 빠진 어른들의 일시적인 항복 상태의 징표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예민하고 깊은 감수성은 진실로 어른들에게만 허락되는 신의 선물이 아닐까.”


어른 말을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나온다고 했지. 떡 얻어먹을려고 그러는 건 아니고, 연륜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 명쾌한 통찰력 때문에 귀담아 듣게 된다.


시오노 나나미가 자신처럼 생각하기를 강제한 것도 아닌데, 이 작가의 확신에 찬 발언,이 문장의 끝에는 일말의 주저함을 보여 주지 않는 문체에 넙쭉 “소데스까~” 하고 응수해줘버릴 것 같은 압도하는 뭔가가 있다. 그렇다고 뭐 대단한 걸 시종일관 말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퍽 쉽고 즐겁게 책장을 넘기게 된다고나 할까.


그녀는 영화를 소재로 참 많은 이야기를 했다. 사랑에 대해, 스타의 실상과 허상에 대해, 남녀간의 우정, 불륜, 학교 교육, 남창, 차별, 전쟁, 파워와 품격, 작가에 대해, 주거(의식주의 주)에 대해, 실업, 여가에 대해.


시오노 나나미의 글은 이 책이 처음인데, 이 에세이만 읽고도 어쩐지 그녀를 많이 안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에 대해서는 확실히 피력하고, 이건 이래서 좋은 반면 나쁘기도 하다. 저건 저렇기 때문에 이해해 줘야 한다 식의 옹호를 한다거나 두루뭉실하게 포용하지 않고, 어떤 이야기를 꺼내든지간에 주저하거나 머뭇거림이 없다. 아주 자신 만만하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부분은 다음과 같다.


작가로서의 스티븐 킹은 별로였지만, 영화 속에서 그가 그리는 작가상은 재밌었다고 하면서 이야기를 끌어내는 부분(왜냐 하면 그의 작품에 나오는 주인공은 늘 작가인데다가 제3자가 묘사하는 작가가 아니라 작가가 그리는 작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라르 드파르디외 주연의 프랑스 영화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 영화 이야기를 하면서 그녀는 자신의 과거 남자 이야기를 곁들인다. 이탈리아 와서 이제 막 눈을 반짝이며 유럽을 즐기기 시작하던 시절에 미남에다가 케임브리지 출신다운 예절을 갖춘 그, 그는 동쪽 베이루트에서 서쪽 런던까지 화려한 유럽 사회를 맛보게 해 주었다고,. 그러나 그녀에게 역사 이야기를 쓸 마음이 없느냐는 제안이 들어오고부터 그녀의 생활은 바뀌었다고 한다. 오전에는 도서관이나 고문서고에서 공부를 하고 오후에는 미술관에 다니면서 그녀는 사색했으며 사색의 내용을 이야기하고 싶어졌지만.... 이렇게 되고 보니 그 남자는 대단히 좋은 사람이긴 하였으나 대화 상대로서는 만족스럽지가 않았다고.... 그때 한 의대생을(그녀가 결혼한 이탈리아인 전 남편인 듯...) 만나고, 그는 가난한 학생이었지만 대화 상대로 더없이 좋았다고 .... 그리고 그녀는 이 의대생과 결혼을 한 것이다.


그렇지만 그녀는 이 책에서도 너무 제1급의 인물들을 사랑하는 것 같다. 그녀가 그냥 유명인이라면 무조건 좋아하기 때문에, 위인이나 영웅이 아니면 존경할 수 없다는 속물주의에 빠졌기 때문도 아닌, 그들에게서 피가 통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고,인간성에 대한 진정한 태도를 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진실로 상냥한 인물에게 더 많은 사람이 따르는 것도 당연한 귀결이라고 생각한다고.


괴테가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고...


"수수께끼 같은 로마 영웅의 이야기를 오늘날의 역사가들은 모두 만들어낸 것이라고 규정해버린다. 아마도 사실이 그럴 것이다. 그러나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그런 재미없는 걸 지적해서 뭘 하겠단 말인가. 그보다는 그런 멋진 이야기를 그냥 그대로 믿어주고 우리도 멋진 존재가 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천재가 아니라도 '멋진' 사람 정도는 되어 보자. 고 하면서 시오노 나나미는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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