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의 심리학 - 말하지 않아도 네 마음을 어떻게 내가 느낄 수 있을까
요하임 바우어 지음, 이미옥 옮김 / 에코리브르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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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퇴근길, 오후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 때문에 교통이 원활하지가 못할 것이라고 충분히 예상했어야 했다.  어제 오후부터 몸에 한기가 느껴지고 감기 시초 현상이 진행되고 있어서, 지각머리가  마비된 탓도 있었다. 사람 많은 버스에서 자리 차지하고 겨우 앉게 된 것에 안도한 나머지 버스의 진행이 가다서다를 반복하고 있다는 것을 감지하지 못했다. 버스정류장이 아닌 봉천역 4번 출구쯤에서 버스가 멈춰 있었는데, 뒤에 있던 젊은 여자 승객이 기사 운전석까지 와서

"여기서 문 열어 주시면 안 될까요? 걷는 게 더 빠르겠네요." 하는 것이다.

그래서 지정 정류장이 아님에도 기사 분은 문을 열었고, 젊은 여자가 내리니까, 여기저기서 맞아 맞아 걷는 게 낫겠네 하면서 따라 내리는 것이다.

순간 나도 내려서 지하철 탈까 했지만, 지하도로 내려가는 천근만근한 내 다리 으슬으슬한 몸뚱아리. 다른 날도 아니고 오늘 같은 날은 그냥 누가 헬리콥터로 이 무거운 몸 꼭 집어 들어다가 집앞에 딱 내려 주었으면 싶은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 걷는 게 낫겠다고 한 당신의 판단이 그다지 많은 시간을 벌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을 시험해 보고 싶은 마음. 그들의 행렬이 내리곤 난 다음 버스전용차로가 시원하게 까지는 아니어도 원활하게 뚫리지도 모르는 일이라고. (대개가 그러하듯 내 판단이 틀렸다.) 내리는 행렬들을 외면하고 시선을 차창밖으로 돌리다. 그래서 평소에 30분 걸리는 거리를 2시간 남짓 걸려서 동네 정류장에서 내렸다.  

 

이 책에서 읽은 거울 현상이 떠올랐다. 뭔가, 따라하지만 내가 행동하는 일. 에 관한 이야기이다.

 

일상 생활에서 겪는 크고작은 난관은, 외부의 자극을 이해하고 그에 동의하면서도 한편으로 나의 정체성을 지켜야 하는 것 사이에서의 균형을 유지하기 힘들 때 발생한다.

 

직장과 가정에서 일어나는 거울 현상에 관해서 말하자면, 이런 말이 폐부를 찌른다. 감정이입 능력이 부족하면, 무능한 관리자가 되기 십상이다. 비효율성으로 고민하는 팀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체로 상사나 직원들의 감정이입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불균형이라는 상황은 당사자들이 의식하지 못할지라도 가족관계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흔히 불균형상태에 있는 가족관계는  경직된 구조를 띤다. 즉 가족 구성원 가운데 특정 사람은 늘 느껴야 하는 처지에 있고, 다른 사람은 감정 이입을 수용하는 역할만 맡는 것이다.

 

왜 이런 딜레마들이 벌어지는지, 그것은 많은 사람들이 성장 과정에서 감정을 의식적으로 인지할 기회를 충분히 갖지 못했을뿐더러, 감정적인 문제에 대해 서로 대화하는 법도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지 않을까.  내 상태는 어떤지 내 감정에 대해서 가늠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이 책을 통해 마련할 수 있다. 또한 대뇌의 작용은 어떻게 일어나는지 소상히 알려주는 책인데, 내 보기엔 꽉찬 별 다섯이다.

 

 

125쪽~126쪽

 

성장기가 한 사람에게 세 가지를 가능하게 해 줘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는 얘기다. 우선, 이 시기에 아이들은 자아라는 개념과 자존심을 가질 수 있어야 하고, 두 번째로 다른 사람들과 사귀고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마지막으로, 교육을 받고 직업인이 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 세가지 가운데 어느 한 가지도 저절로 해결되지는 않는다.

 

 

----> 청소년 가운데 대다수가 세가지 가운데 적어도 한 가지는 실패한다.

(대책: 신경에 관한 모든 연구에서 밝혀졌듯이, 인간의 신경생리학적 기본 장비는 오로지 인간 관계를 통해 발전할 수 있다. ...어른이 거울 반응을 보여줄 때에야 비로소 아이는 점차 자신이 누구인지 인지할 수 있다. 바로 이 같은 이유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자신의 특징과 개인적 성향이 반사되는 것을 볼 수 있을 때, 아이는 확고하고 변하지 않는 자존심을 발전시킬 수 있다.) 

 

 

149~150쪽

 

많은 사람들은 특정 인간관계에서 오해를 하거나, 혹은 함께 상대를 발견할 수 있는 결정적인 순간을 놓치고 만다. 하지만 거울 반응을 하고 다른 사람의 감정에 직감적으로 적절하게 반응하는 사람들도 그와 같은 문제에 부딪히고는 한다. 그리하여 많은 사람이 정신과의사를 찾아가는데, 이들은 모든 인간 관계에서 상대적으로 빨리 지쳐버리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상상에 부합해 공명을 보여 주는 능력이 있으며, 특히 다른 사람이 원하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아차리는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그처럼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가능하면 충족시켜주지만, 상대는 이에 대해 전혀 반응하지 않거나 너무 늦게 반응함으로써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또다른 유형으로는 다른 사람들보다 빨리 그리고 거의 중독된 것처럼 반응하지만, 그 때문에 인간 관계가 상대적으로 빨리 망가지는 체험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환자들은(환자란다??) 흔히 자신의 정체성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다. 요컨대 이들은 많은 것들에 관여하지만, 정작 자신이 누구인지 혹은 내적인 상태가 어떠한지를 알지 못한다. 이런 사람은 축구경기에 열광하는 사람들과 비슷하다. 즉 어떤 팀을 응원하는지도 모르는 채 마냥 좋아서 응원하는 사람과 비슷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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