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못 버리는 사람 - 풍수와 함께 하는 잡동사니 청소, 2008 원서개정판
캐런 킹스턴 지음, 최지현 옮김 / 도솔 / 201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주변 사람들이 종종 하는 말 가운데 나는 잘 납득할 수 없었던 말이 하나 있다. 바로 이런 말, '이사다니는 데 큰 짐이 되기 때문에, 가급적 다 읽은(필요가 다한) 책은 다른 사람에게 줘 버린다.' 라는 말. 이 말엔 '소명을 다한 책은 이제 필요없는 짐짝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는 의미와 '내 인생 유전을 무겁게 하는 책들을 다른 사람에게 줘버림으로써 타인을 유용하게 만든다'는 홍익 인간 이념 같은 게 담겨 있다.

나에게 있어 책이란, 언제 어느 때고 필요하면 다시 들춰보고, 언제나 변치 않는 그 자리에서 오락거리와 지식과 영감을 주는 무엇, 소유하고 있으면 소중한 자산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런 나의 고집스런 책 수집 계획에 약간의 수정 노선을 고려하게 만든 책이 이 책이다.

집안의 서가에 꽃혀 있는 책이란 기본적으로 자신이 갖고 있는 생각과 신념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즉, 책꽃이에 낡은 책들이 많이 꽃혀 있다면 나의 생각과 신념은 그 속에 갖힌 것이 되며, 나를 에워싸고 있는 케케묵은 낡은 책들처럼 나의 에너지도 케케묵은 낡은 에너지가 된다는 것이다. 만일 사실이 그렇다면, 나는 굳이 오래된 책들과 읽다가 접어 둔 책들에 집착하며 연연할 필요가 없다. 독서의 목적은 즐겁고 의미 있는 인생을 위한 것이었는데, 그것이 지나쳐 낡고 정체된 에너지에 품으려 하는 습관으로 꼴지워진다면 아니될 말이다.

자신이 사는 공간에 물건을 쌓아두는 걸 좋아하는 걸 취향 문제로 본다면 누가 뭐랄 사람없다. 그런데 문제는 정리가 되지 않은 방식으로 물건들이 뒤섞여 있어 그런 취향을 고수한 본인 스스로가 항상 허둥대며 살아야하는 불편함과 혼돈이 있다면 그건 재고해 봐야 할 것이다.

저자는 사람들이 자기 소유물을 잘 버리지 않는데는 여러 가지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다음에 그 물건이 필요할지 모르니까 보관의 차원에서, 혹은 물건의 일부분이 자신의 추억과 관련이 된 경우, (예를 들어 소중한 친구에게서 받았던 선물 같은 것.) 혹은 왠지 빈 공간은 허전하다는 생각 들어서, 혹은 주변에 나를 바쁘게 하고 혹은 자극하게 만드는 잡동사니들로 가득 채우고 나서야 마음의 안정을 얻는 경우 등등 말이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사람들이 쓸모 없는 물건에 집착하는 것은 버리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버리는 과정에서 그들이 부딪치게 될 감정이 두렵고, 나중에 후회하게 될까봐 두렵다. 그러나 그 물건들을 버려야만 더 많은 사랑이 햇살처럼 쏟아질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물건을 쌓아두고 사는 나 자신이 현명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리고 잡동사니를 청소하면 삶의 목적이 좀더 분명해질 것처럼 느껴졌다. 인생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특히, 자기 수양에 힘쓰는 사람이라면 정기적으로 자신의 환경을 주기적으로 새롭게 창조하고, 돌아볼 필요가 있다. 잡동사니를 버림으로써 나는 자유로운 내가 될 수 있는데 어찌 이를 주저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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