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은 어떻게 내 삶을 구했는가
데이비드 실즈 지음, 김명남 옮김 / 책세상 / 2014년 11월
평점 :
품절


장서의 괴로움에서, ‘진정한 독서가는 서너 번 다시 읽는 책을 한 권이라도 많이 가진 사람이다.’라고 했다. 이 책도 내 속에는 희박한, ‘독서가의 본능’을 깨우는 책인 듯하다. 저자의 이야기에 구구절절 공감해서가 아니고, 재독을 하게 되면, 처음 읽었을 때와는 다르게 읽힐 여지가 많아서. 그리고 다소 솔직하고 야시시한 매력도 있고, 이 듣보잡인 독자에게 미국소설 작품에 대한 날렵 촌철살인의 비평을 해댈 때면, 당최 무슨 소리하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는데, 미지의 그 작품을 번역되어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지 조차 파악할 수 없는 그 작가의 작품을 읽어보고, 데이비드 실즈와 같은 느낌을 확인하고 싶어서 안달나게 하는 부분조차 있다.

그럼에도 내가 소리내서 웃을 수 있는(그러니까 웃으라고 쓴 글이라는 파악했던) 부분은 부시 대통령과 자신의 공통점을 말하는 부분 중 일부.

“그는(부시) 가난이 어떤 것인지 상상이 잘 안 된다고 말한 적이 있다. 나는 감수성이 나와 지나치게 다른 사람의 책을 잘 못 읽는 편이다.”

두 사람은 모두 응당 그 직함이라면 알아야 할 적어도 아는 척 해야 할 부분에 대해, 잘 모르고 있음 솔직하는 말하는 사람. 남에게서 보는 경멸스러운 모든 특징이 스스로에게서 경멸하는 특징임을 말하는 부분.

진정, 세상에서 무엇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나요’ 라고 답하는 부류의 사람이다.

자신이 브라운 대학을 나왔는데, 학교에서 그렇게 배웠다고 한다. 자신의 내면이나 외면에 집중하는 쉬운 방법보다는 안팎을 뒤집는 방법을 택하라고, 자신을 조롱하라고, 자신을 진지하게 여기면서도 그런 자신을 허물어뜨리라고. 같은 맥락인 듯하다.

그러면서 그는 

"글을 쓰는 방법은 화살이 바닥났을 때 자기 몸을 과녁에 던지는 것이다."(_에머슨) 라는 말을 인용한다. 에드먼드 윌슨의 '상처와 활'이라는 개념이 있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영웅 필록테테스 이야기. 뱀에 물린 상처 때문에 버림받았던 그는 결국 뛰어난 활 솜씨로 복권된다. 월슨은 작가들이 성장기에 겪었던 심리적 상처가 훗날 훌륭한 글을 남기는 요소로 작용하는 현상을 분석하면서 이 비유를 끌어다 썼다. 


 “내가 저널리스트 부모에게 가한 사소한 반항은 픽션 작가가 되는 것이었다. 더 나중에는, 별스러운 논픽션을 쓰는 작가가 되는 것이었다.”


“저명한 에세이스트이자 소설가인 딘티 무어는 <그린진스 씨의 아들>에서 아이를 낳는 것에 대한 양가감정을 극복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절실히 딸을 원한다. "남자아이는 조상의 형질을 물려받을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선행의 동기가 쉽사리 악행의 동기로 바뀔 수 있다는 사실, 우리를 위대하게 만드는 것이 결국에는 우리를 끔찍한 곤란에 빠뜨린다는 사실.

 

우리가 품은 야망에는 반드시 비극적 결함이 따라 붙는다. 우리는 누구나 스스로의 몰락을 가져오는 데 이끌리고야 만다. 실즈는 <달라일러>-이게 작품인지, 뭔지 알 수 없는데, 앞뒤 문맥으로 봤을 때는 라디오 프로그램 이름인듯-를 언급한다. 진행자 달라일라에게 어떤 남자에게 끌리냐고 묻자, 이렇게 대답한다. " 눈치 빠르고, 영리하고, 재미있어야 해요. 그리고 연쇄살인범이어야 하고요. 나는 십대 때부터 결국에 내 가슴을 찢어놓을 남자만 고르곤 했죠." (달라일러의 자식들 세명은 직접 낳았고, 아홉명은 입양했다. 그들은 대부분 아프리카계 미국인이거나, 아프리카 출신이거나, 히스패닉 혈통이고, 그녀는 세번 이혼했다고 한다. ) -우리는 스스로 자신의 무덤을 판다. 우리를 살게 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우리를 병들게 한다. 성공은 자기 탐닉을 낳는다. 효과적으로 달콤쌉쌀했던 것이 독으로 변한다. 경계해야 해.

 

관련 명구

프로이트 : " 살아 있는 것은 다시 죽기를 바란다. 그들에게는 삶 충동도 있지만, 죽음 충동도 있다."

쿤데라 : "누구든 더 높은 것을 추구하는 사람은 언젠가 현기증을 느끼게 된다. 현기증이란 무엇일까? 추락을 두려워하는 마음? 아니다. 현기증은 추락을 두려워하는 마음과는 다르다. 그것은 우리 발밑에서 우리를 우혹하고 꾀는 공허의 목소리다. 그것은 추락하고자 하는 욕망이고, 우리는 그  욕망에 대해 겁이 나서 스스로를 보호한다. "

 

자기 눈에 끔찍한 것들 때문에 오히려 남들 눈에 뻔히 보이는 곳에 숨어 있어야 한다고 회상한다.

 

"결혼, 아이, 집, 친구, 경력. 나 같은 사람에게 이런 것은 썩어가는 잔교에 붙은 따개비와 같다. 비밀을 간직한 사람에게는 비밀의 힘이 어떻게든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쳐서 그가 누리는 인생의 가치를 결정하는 게 아닐까. 삶에서 사랑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감정적 자산이 많을수록, 비밀을 들켰을 때 잃을 것이 더 많다."

 

작가들은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낱말을 결합하여 문장과 단락과 시와 이야기와 책을 만들어내는 마술을 부린다고 할 수 있다. 어쩌면 그들은 자신들의 다양한 경험으로부터 패턴들을 생성해냄을써 글의 구조를 만든다고 말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버니지아 울프가 장면과 인물을 구상할 때, 그녀는 다음과 같이 패턴을 인식했다.

"따로 떨어져 있는 어떤 것들을 결합하고 있다는것을 강하게 느꼈으며... 쓰면서 나는 내가, 무엇이 무엇에 속하고 있는지 발견하고 있는 것처럼 느꼈다.... 이런 느낌으로부터나는 철학이라고 부를 만한 개념에 도달할 수 있었다. 어쨌든 그것은 내가 소유하게 된 항구적인 관념이 되었다. 무의식적으로 영위하는 일상사에도 어떤 패턴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나는, 미안하지만, 신경 말단을 노출시키지 않는 책은 전혀 읽지 못한다. "

 

"책의 모든 단어가 저자의 '창작물'이 아니라 인용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떠올랐을 것이다. 그런 형태의 책으로 내가 주장하려는 바는 '현실'에 사중으로 인용부호를 치는 것이다.

 

* 앞에서 길게 주저리주저리했지만, 각설하고 강조하면, 이 책은 내 인생의 책에 속할 것이라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후에 재인쇄되는 책이 천의무봉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내 눈에 걸려 들었던 오타 두 개. 기록한다.

 

136쪽 맨아랫줄     캐나가 출신의 문예 비평가.-> 캐나다 출신의 문예 비평가

165쪽 5째줄      모든 뒤, 각각의 파편이 -> 모은 뒤, 각각의 파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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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23 23: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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