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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10년 - 불황이라는 거대한 사막을 건너는 당신을 위한 생활경제 안내서
우석훈 지음 / 새로운현재(메가스터디북스)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저자는 아주 가까운 지인에게만 전수했던 '진짜' 노하우를 여기(책) 공개한다고 했다. 가슴 한켠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상처를 남기기 전에, 약간의 창피함 정도는 감수하자는, 정치가 실패한 불황의 시기에 개인의 선택은 옹졸해지지만 어쨌든 살아남자는, 폼 안 나고 모양새 빠지는 일이 되더라도 그렇게 살아남아 보자는 이야기.
진정성 면에서는 대박이다.
불황 10년, '나쁜 교육'이 치료되는 시기
중고등학교 수학을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기하학을 소개하고 기하학의 위상을 알려주는, 소위 수학 전반에 대한 오리엔테이션이 부족하다. 이 부분에 좀 더 많은 시간을 들여서, 예를 들면 수학사에 나오는 에피소드들을 들려주는 방식으로 오리엔테이션을 하면 수학이 좀 다른 식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학입시에 맞춰 앞부분을 뭉뚱그려 가르치면, 유클리드 평면에서 생겨나는 자연수나 실수에 관한 개념은 학생들에게 그냥 암기과목이 되어버리고 만다. 실제 우리나라의 수학 교육 과정을 좀더 철학적이며 기본에 해당하는 이 앞부분을 '알 사람만 이해해라' 그러고는 후다닥 지나치고 응용편이나 실전편인 방정식으로 들어가버리니, 그게 정상적으로 이해될 리... 기하학이 수학의 중심이라는 것을 명확히 하고 나면, 뒷부분이 좀 더 체계적으로 이해가 될 수 있다. 암기나 응용 기법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언어로서의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핵심인데, 이 앞부분을 대충 넘어가는 게 우리나라 수학교육이 부딪친 문제의 근본 이유일 것이다.
여기에 대해서 학생들이 스스로 이해할 수 있는 길을 생각해보자면, 나는 약간의 편법을 제시... 유클리드나 기하학을 아무리 이야기해도 사실 쉽고 편안하게 쓴 과학도서를 읽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다. 유클리드 우주관을 벗어나려고 했던 20세기 천문학에서 시작된 일련의 노력들, 예를 들면 빅뱅에 대한 이야기라거나 양자역학의 수많은 에피소드들을 즐겁게 읽다보면, 그와 연관된 유클리드 세계, 수학에 대해서 더 쉽게 이해할 가능성이 커진다. 다행히도 이 분야에서는 중고등학생들도 손에 잡을 수 있는 좋은 과학도서가 많다. 수학을 위해서 과학책을 먼저 읽는 게 좀 편법이기는 하지만, 다행히 수학책이나 과학책이나 다 양서들이라서, 어쨌든 읽어두면 평생 두고두고 도움이 된다. 이런 이야기의 기반이 튼튼하면, 하다못해 sf 등 장르 소설의 작가가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