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서의 괴로움
오카자키 다케시 지음, 정수윤 옮김 / 정은문고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책을 읽기 전, 장서 때문에 괴로움을 겪는 저자가 이 장서를 정리하는 데 어떤 방법을 썼고, 독자들 또한 자기집 책들을 어떻게 처분  관리할지 일말의 도움을 줄 거라는 기대 아닌 기대를 하면서 책을 읽었다. 본인의 이야기와 일본의 장서가들( 젊은이, 노인, 저명 인사, 지금은 세상에 없는 작가 등 그리고 그들은 모두 남자)의 경험담을 수집하여 기사 연재한 것을 단행본으로 엮은 책이다.  책의 저자가 장서를 다량 보유할 수밖에 없고, 책이 사는 집에 얹혀 사람이 사는 모양새를 면할 수 없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데, 이 사람의 직업이 서평을 중심으로 다양한 저널 활동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 요즘 읽고 있는 빈서판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를 쓴 저자 스피븐 핑거는 책 한권을 쓰기 위해 수십 몇 트럭이나 되는 책이 필요했을 거야 필시...-  저자는 다 읽은 책도 다시 참고해야 해서, 책이 늘 곁에 있어야 할 이유가 있는 사람이지만, 서평이라던지, 책과 책 사이의 맥락을 엮는 일을 업으로 삼지도 않은 나같은 사람에게 책이 쌓인다. 중뿔난 수집벽이 없다고 생각했으나, 나 역시 까치처럼 모으기 좋아하는 본성이 있다보다. 팔자소관대로 살 수 없는 팔자라서, 가족들에게 책 때문에 미움과 협박을 받는다. 주기적으로 책을 처분한답시고, 얼마간 우스운 꼴을 피할 수 없는 행위들을 치러야 하고, 이 또한 운명임을 일찍 깨달았다.

챕터 마지막 마다  글의 교훈을 도출한 것이 재미있는데, 여기에 옮겨본다.

 

1. 책은 생각보다 무겁다. 2층에 너무 많이 쌓아두면 바닥을 뚫고 나가는 수가 있으니 주의하시길. (일본은 목조주택이 흔해서 더더욱 그런 듯)

2. 그 순간 자신에게 신선도가 떨어지는 책은 일단 손에서 놓을 것.

3. 헌책방에 출장매입을 부탁할 때는 어떤 책이 얼마나 있는지 명확히 전달해야 한다.

4. 책장은 서재를 타락시킨다. 필요한 책은 곧바로 손에 닿는 곳에 있는게 이상적.

5. 책은 상자 속에 넣어두면 죽는다.

6~8 책장은 지진에 약하다. 지진이 나면 책이 흉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도록. 또한 장서는 불에 잘 탄다. 집을 지을 때 장서의 무게를 계산해 준다.

9. 트렁크 룸을 빌렸다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 조만간 꽉 차버린다는 것을 유념하자.

10. 진정한 독서가는 서너 번 다시 읽는 책을 한 권이라도 많이 가진 사람이다.

11. 생활력과 수집력을 동시에 갖추려면 규칙적으로 생활해야 한다. 그래야 가족도 이해해 준다.

12. 종이책을 사랑하는 사람은 전자서적이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므로 장서의 괴로움을 해결하기 어렵다.

13. 수수한 순문학 작품은 팔아버리더라도 도서관에 가면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폐가 서고를 확인할 것.(대개 수수한 순문학 작가는 세상을 뜨면 사람들에게 잊혀 후세 독자로 이어지기 쉽지 않다. 이용자 요구에 따라 새 도서를 구입해야 하는 이상 책장 확보가 어려우니 폐가 서고에 보관하는 수밖에 없다. 오히려 이용자도 적은데 잘도 이만큼이나 모았구나 싶다) - '수수한' 순문학은 어떤 것일까? 이미 문학에 '순'이라는 수식 접두어가 붙었기 때문에, 굳이 '수수한'을 붙여서 중언부언할 특별한 의도가 있는 것인지 궁금... 도서관에서는 '폐가 서고'라는 용어는 안 쓰던데, '보존 서고' 정도로 번역해야 매끄러웠을 듯하다.-

 14. 장서를 한꺼번에 처분하고 싶다면 '1인 자택 헌책시장'을 추천! 잘 팔기 위한 핵심은 책값 매기기에 있다. (책값 잘 매기라는 건 다름 아니고,, 책을 팔아 돈을 더 벌고 싶다는 상스러운 마음을 갖지 않는 것이라는 맥락으로 읽히더라는..ㅎ)  

 

236쪽

앞으로 전자 미디어 도구가 나날이 진보하고 발전한다 해도 인쇄된 종이 다발인 '책'이란 미디어는 변함없으리라. 일례로 50년 후에도 오늘날 최신형 스마트폰이나 아이패드 혹은 전용 태블릿 단말기가 그대로 쓰이고 있을 리 만무하다. 그 기능이며 형태가 크게 달라져 있으리라.

새로운 미디어는 새로워서 뒤처진다. 내가 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난 뒤쯤에는 어떻게 뒤처질지 상상도 가지 않는다.

어쩐지 기차가 지나가면 소젖이 안 나온다고 철도 설치를 강경하게 반대하는 메이지시대의 완고한 낙동업자가 된 듯하니, 전자책 이야기는 그만두자.

하지만 이 시대의 정중앙을 돌파해 나가는 이는 언제나 소수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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