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 사랑과 사회
정이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거 정말 낭패로세...

이 책에 붙은 여러 님들의 멋진 리뷰를 읽고는,

내가 한껏 기대를 해버렸던 모양인지,

아무튼, 여러 님들은 정말 리뷰를 잘 쓰신다.

아니면 정이현이라는 이쁜 작가에게 호의적이시다. ^^

 

(그렇담 난 책날개에서 보인 그녀가 이뻐서 좀 박하게 굴며, 읽었는가? 그랬을지도 모르는 일..)


책의 내용이 생각했던 것과 다르다.

뭔가 좀 어긋나 버린 것 같은 느낌.

난 뭘 생각했던 걸까. 여러 님들의 리뷰를 읽으면서

도데체 난 이 책의 내용이 어떠하리라고 혼자 꿈꾸고 있었던 걸까.

 

주인공들이 꼭 착해야 하는 법은 없다. 하지만

욕망의 개인 전략에 따라 사고하고 행동하는 그녀들일지라도

일말의 기찬 상상력이 그녀들의 무기이기를

그런 앗싸한 면이 있는 나쁜 여자들을 .... 나는 보고 싶었던 거다....

기만하고 결국 되로 주고 말로 받는 형국으로 기만당하는 것 같은...

그 여자들에게서 고개가 스윽 하고 반대 쪽으로 돌려진다.


그래도 여러 단편 중에서 감정 이입을 할 수 있는 여주인공 하나쯤 만들어 주면

좋았을텐데...

그러니까 나는 소설 속에서 조차 내가 보고 싶어하는 것만 보려하는 것이다.


아무리 하늘 아래 새로울 것은 아무것도 없다지만,

여자와 남자가 만나서 만들어내는 로맨스, 결혼, 가족이라는 체제가 이리도

구태의연하냐...( 이건 작가 탓하는 건 아니다....)

이 작품도 좋게 말해 고발 문학이라고 봐야 할까.

그러니까,  21세기 정이현판 <도시의 흉년> 쯤...

 

워낙 최근 우리 나라 작가들의 소설을 읽은 게 없다보니,

뭐라 비교해서 말할 밑천은 좀 딸리는데... 

놀라운 건 그렇게나 읽은 게 없는 나같은 사람 눈에도 다른 소설에서 본 것 같은

플롯이 있다는 것이다.

일테면 김영하의 <오빠가 돌아왔다>의 콩가루 집안이나,

이 책의 <소녀 시대>나 비슷해 보이는 것.


 

설상가상으로 소설보다 더 느낌이 좋지 않았던 것은 이광호의 해설이다.

“그러니까 이 소설의 사회적 위상과 이 소설이 60년대 70년대 여성성의 변천사적인 면에서 차지하는 의미는 정말이지 대단~ 어쩌구 말이죠...."투의..."이  이 소설집 단편 하나하나에는 블러블러~ 한 블러블러~ 이중 장치가 있었다지 뭔가“ 라고 설득당하는 느낌.

 

이 독자가 착하게 끄덕거리며 “오호라 그런 의미가 있었구나! 하며 끝에 와서

탄복할 줄 알았나.

 

억어지로 끼워 맞추나 싶은 ‘진정성’과 ‘여성성’과 ‘악녀’라는 말의

홍수 속에서 또 한번 고개를 외로 틀어버린다.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05-03-02 01: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3-02 02: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3-02 08: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잉크냄새 2005-03-02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순이 언니님 리뷰를 쭈욱 읽어왔지만 이렇게 혹독하게 비판받은 작가와 글은 처음인것 같네요.^^

icaru 2005-03-02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01:06에 속삭이신 님.. 님은 오늘 어떤 출발이셨을까나~ 몹시도 궁금해지네요..저도 당분간 책 한 줄 못 읽는 생활이 시작됩니다. 몇일만 달게 참을까 합니다~ 그러니 님도 오래 못 들어올 것 같다는 말씀은 하지도 마세요 ^^

02:01에 속삭이신 님... 전 님의 하루 시간대가 몹시 궁금하답니다. 올해 골몰하고 계신 일도 어떤 건지 많이 궁금하고요~ 하지만 님이 말씀해 주실 때까지 ‘기다릴거예요...’
한참 부족한 글도 너무 오바하는 글도 어느 글 하나 빼시지 않고 읽어 주시는 님께. 늘 고마운 마음이지요.. 음~그런데 이 책...그렇게 엉망이 아닌지도 몰라요...
저 리뷰는 밤에 써서 감정의 과잉이고요...,또 제가 무척 고대하며 책을 읽었는데 기대에 부흥해 주질 않았고.... 그래서요..


08:36에 속삭이신 님 아하...그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군요... 무슨 실태 보고서 읽는 거 같았거든요 음.... (그랬군...흠흠흠..) 님의 리뷰도 전에 인상적으로 읽었었거든요...리뷰쓰면서 다시 읽었지요... 님의 리뷰는 뭐랄까 상냥했거든요...작품에 대해서도, 작가에 대해서도....거기에 트렁크가 좋았다고 쓰셨었지요~ 푸드득 날아오르는 새의 날개짓이 느껴지는...아아..

잉크냄새 님...
그러게요...보기드물게...혹평이죠... 어지간하면...좋게좋게 말하는데... 근데... 이런 모양새로밖에 말할 수 없었던 속사정인즉슨.... 음... 작품에 기대를 걸었었기 때문이죠... 아마...아무 사전지식없이 우연히 읽게 된 책이었더라면.. “흠 뭐 이런 내용의 책도 있구먼...나쁘진 않구먼...”했을지도 몰라요...

비로그인 2005-03-02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읽으셨구나..저도 이거 읽긴 했는데 영 별로더라구요. 속도감 있는 문장 제외하곤 사고의 반전이나 문학적인 감동은 그닥 찾아볼 수 없었던 듯 해요. 크흐..씹을 땐 좀 씹어줘야죠..크흐..

호밀밭 2005-03-02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정이현의 소설 요즘 다른 곳에 실린 것을 읽었는데 너무 평범해진 느낌이 들어요. 이 소설집은 신선하고 느낌이 괜찮았는데. 미사여구가 많지 않은 문장이라는 점은 좋지만 깊이가 안 느껴져서 아쉬움이 있어요. 님의 리뷰 읽으며 반성도 하고 가요. 가끔 그 작가의 친척도 아니면서 칭찬만 잔뜩 하곤 하는데 그건 제가 착해서가 아니라 비판할 능력이 안 갖추어져서 그런 것 같아요. 님의 톡쏘는 리뷰 잘 읽고 가요.

2005-03-03 04: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kleinsusun 2005-03-03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낭만적 사랑과 사회>. 책장에서 쿨쿨 자고 있는데... 저도 리뷰 읽고 샀는데 왠지 읽기가 싫더라구요. 근데....복순이 언니님의 리뷰를 보니 읽고 싶어요. 어떤 책인데 언니를 화나게 했나 보려구요.ㅋㅋ

2005-03-08 08: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03-10 0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도 이 책 읽었군요...맞아요맞아요 제말이 그말이에요...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없다는...너무 튀기만 하믄 어디다쓰겠슴둥...그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