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지음 / 창비 / 2011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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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자평까지 통틀어 리뷰만 삼백칠십여개가 달린 책이다. 이렇게 아우성이었던지라 2011년에 뽑은 올해의 책이었네... 그게 작년. 이렇게 책에 대해 몇 자 적는 일이 참 뒷북이다 싶지만, 어차피 이 서재는 나만의 운명적 시계로 굴러가는 것을...

 

완전 소중 작가 김애란님의 작품과 내가 만날 운명은 이렇게 늦은 2012년 가을이었던 것.

 

늙어가는 일의 애잔함을 십육세의 소년에게서 느낄 줄이야.

 

30대의 소년 부모들에게서 느낄 줄이야.

 

"나는 히라가나를 외웠지만 일본에 간 적이 한번도 없다. 얼칫 봐서 나의 독서는 지식에 대한 사랑이 아니라 지구가 망한 뒤에 혼자 살아남게 될 사람의 조바심처럼 보였다. 그나저나 필드 한번 나간 적 없는 골프는 그렇다 쳐도, 지구에 혼자 남은 사람이 사용하려 한 페미니즘이란 무엇이었을까."

 

"나를 낳은 이후, 누굴 제대로 이겨본 적 없는 아버지였다."

 

"연애를 글로 배워서 그런가?"

누군가 일본 애니메이션을 복 일본어를 독학한 친구에게 "네 말 속엔 노인과 야꾸자와 여고생의 말투가 다 섞여 잇다'고 촌평한 걸 듣고 깔깔댔었는데,,

 

"그러자 문득 무언가를 가지려고 하는 만큼, 가지지 않으려고 하는 것 또한 욕심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둘 중 하나를 선택했으면서 아무것도 안 가진 척하는 것도 기만일 수 있다고"

 

"갑자기 머릿속에 하느님께서 갑자기 이렇게 잘해주시는 이유는 내게서 뭔가 빼앗아가실 것이 남아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하느님이 '너한테 자식을 주겠다. 대신 두 가지 중 하나를 정해야 한다. 첫째 아프더라도 오래 산다. 둘째 짧게 나마 건강한 삶을 누린다' 그러면 어떡하나 꽤 오래 고민했거든요. 할아버지라면 어떡하시겠어요?

......

"아름아"

"네"

"그런 걸 선택할 수 있는 부모는 없어..... 넌 입버릇처럼 항상 네가 늙었다고 말하지. 그렇지만 그걸 선택할 수 있다고 믿는 거, 그게 바로 네 나이야. 질문 자체를 잘못하는 나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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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 2012-11-08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안 읽고 둔 책인데, 슬몃 읽고 싶어지던 참이었어요.
꼭 봐야겠어요. 많은 분들이 극찬하는 만큼 이유가 있을 듯 싶어요.
인용하신 부분은 띄엄띄엄 읽었어요. 다 읽고 보려고. ^_^

icaru 2012-11-08 13:30   좋아요 0 | URL
ㅋㅋ 준비해 두고 계신 거니까~ 이제 읽기만 하면 되는거네요!!
제가 요즘엔 책을 통 안 읽구 사는데, 이 책도 추석 즈음에 읽은 거구요. 근데,,, 지금까지도 잔향이 남아 있어서요. 저런 글을 쓰는 작가라며 참 사랑스러운 사람일거야 싶구, 작품과 작가를 분리시키지 못하겠더라고요 ^^.

모처럼 책 읽으며 훈훈했던 느낌! ㅎ

책읽는나무 2012-11-15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님이 올리신 문구가 다시 새록새록 영화 장면처럼 떠오르네요?
요즘 저도 책 안읽고 산지가 꽤 되네요.추석 쇠고 안읽은 것같기도 하고..ㅠ
날 덥다고 도서관 안가고,가을이라 날이 넘 좋다고 안가고,
이젠 날이 추워져서 안가고 있으니 독서도 따라서 손 놓게 되는 것같아요.
그래도 정말 추운 겨울이 돌아오면 이젠 방콕하면서 책이나 읽게 되겠죠?ㅋ
요즘엔 춥다고 집에 웅크리면서 사극 드라마 본다고 정신이 없네요.ㅠ
이글을 읽으니 이렇게 가슴 뭉클하면서 사랑스러운 소설을 읽고 싶단 생각이 문득 드네요.

몇달 전 '은교'를 읽었는데요.책 표지색이 참 이뻐서 베란다 햇빛에 책을 세우고 카메라로 찍으면서 놀았거든요.책의 자주색이 더 되살아나면서 너무 이쁜거에요.은교가 살아서 걸어나오는 듯한 착각이 들정도였어요.그럼서 한국소설들은 참 단아하고,예쁘단 생각이 들더라구요.(제가 너무 편애하고 있나요?ㅋ 아무래도 글의 표현기법이나 장면 묘사들이 정서적으로 가장 공감하기 쉽기 때문에 한국소설을 찾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고,요즘 작가들은 가까이 하기에 먼 당신이 아닌 친근하게 대중들에게 대면을 해주니 애틋한 정이 쌓일 수 있어 더욱더 작가들의 작품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되어 좋은 것같아요.얼마전 한 토크쇼에서 들국화 맴버들이 출연했는데 전인권이 박민규 작가를 보고 싶은 사람의 순위에 같이 적었었는데,박민규 작가가 진짜로 직접 출연하는줄 알고 깜짝 놀랐던적이 있었어요.물론 편지글로 대신하고 모습은 드러내지 않았지만,작가의 스토리를 그런 곳에서 듣는 것만으로도 친근하고 좋더라구요.^^)

헌데 안 읽은 소설들이 너무나도 많은데 한국소설의 수가 급등하게 줄고 있다는 신문기사를 보고 좀 뜨악했네요.책 좀 읽어야 하는데...문제로군요.ㅋㅋ

icaru 2012-11-16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은희경의 태연한 인생을 읽다가 말았어요. 적어도 김애란의 두근두근 내 인생을 읽은 다음에 은희경의 태연한 인생을 잡지 말았어야 했다는 생각..
김애란의 두근두근에서 풍겨오던... 그 인간적임, 따뜻함, 세세한 부분에 깃들인 독서 정보, 으하하하. 참 쫀득하면서도 씹는 맛이 있더라고요.
태연한 인생은 드라이 해서 좀 씁쓸..

은교 읽으셨구나! ㅎㅎㅎ 혹시 그 사진 오후4시에 찍으신 거 아닌가요? 늦가을 오후 4시에서 5시에 채광이 제일 좋아 사진이 운치있다고 들었던 듯...

근데,, 정말 한국 소설 수가 급등한데요? 이런,, 저도 안 읽은 좋은 작품 많은데,,,
어쩐지 저도 그런 세태에 일조한것 같구 그렇네요.
전, 단지... 주례사비평 같은 홍보 문구들에 조금은 질린 터라,,, 한국 소설들은 옥석을 가리기가 비교적 어렵더라고요.

김애란은 그중에서도 정말 주목할 만한 멋째이~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