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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괴로워 - 우리 시대 엄마를 인터뷰하다
이경아 지음 / 동녘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엄마는 괴로워, 이 책 읽고, 그래서 괴로운 마음을 조금은 덜어냈느냐 하면, 글쎄 원인 규명을 들었고 대안들을 가지고 체계에 굴하지 않는 엄마들의 모습을 읽었음에도 어찌 마음은 여전히 무겁다. 하필이면 이 책을 읽던 시기에 대치동 학원가의 모습을 담았다는 드라마 아내의 자격을 열심히 보았더란 말이다. 저건 다른 세상 이야기야, 라고 말하는 것은 우리 아이는 저 아이들과 경쟁이 될 턱이 없어. 라고 말하는 것의 다른 버전이기도 해서 씁쓸하기도 했던 나날들.
이 책의 서두를 보면, 아이의 성적 때문에 근심하는 엄마들이 읽었으면 좋겠다고 써 있다. 아이 성적이 엄마를 괴롭히는 건 아이 때문도 엄마 때문도 아니고. 현대 사회가 '자본주의식 생산성'이라는 제한된 가치에 붙들려 우리들의 삶과 아이들을 대하는 방식을 왜곡시켰기 때문이라는 것.
엄마가 자녀 교육에 대한 책임을 맡게 되는 것은 사회가 근대화되는 과정에서 나타난 큰 시대 변화라고 이야기한다. 진보에 대한 믿음이 증가한 근대 사회에서는 세계가 통제의 대상이 되었고, 사람 역시 특정한 방식으로 제조할 수 있는 것이 된 것이다. 또한 사회적 지위가 태생적인 것에서 유동적인 것이 되면서 교육은 출세 수단으로서 그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그 결과 인생의 출발점에 있는 어린 아이에 대한 교육이 중요한 합리적 이성의 영역이 되었다. 또한 아이와 교육이 중요해지자 아이를 돌보는 일의 노동 강도가 높아졌고 아무에게나 아이를 맡길 수 없게 되었다. 이에 따라 자녀 교육의 몫이 엄마들에게 집중되는 변화가 일어난 것.
엄마는 아이를 또 하나의 세계로 마주하고 존중하는 보살핌의 주체이기 때문에 여기에서 엄마 특유의 성찰이 생성되어 나올 수 있다. 체계와 아이 '사이'에 있는 엄마 특유의 존재 위치로 인해 체계의 명령에 일치하지 않는 행위들이 생성될 수 있는 것이다. 그들은 한편으로는 아이를 경쟁력 있는 자원으로 가공시키는 휴먼 엔지니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아이라는 존재를 있는 그대로 승인하고 사랑하는 엄마이기도 하다. 현대적 엄마의 역할은 이 양쪽으로부터의 요구에 다 반응하고 책임져야 한다는 점에서 갈등과 분열을 내포하고 있다. 그녀들은 체계로부터의 요구와 아이로부터의 요구 사이에 끼여 있으며, 매 순간 양쪽 요구의 절박함을 재어 어디에 더 비중을 둘 것인지를 계산하고 선택하는 고도의 성찰성을 요구받고 있는 것이다.
육아 상황에서 이 두 가지는 대립하기 일쑤이고, 양립하는 지점을 잘 찾아낸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엄마가 괴롭다는 것도 다름 아닌 이 지점에서 나오는 이야기인 것이다.
이 책에 나오는 엄마들은 다양한 상황에서 각자 처한 환경에 맞게 아이를 키워내고 있는 현장의 이야기를 그대로 들려 준다. 엄마들의 생각도 저마다 다르고, 아이의 성향도 물론 다르다. 아이 교육에 올인한 엄마가 키워보니, 아이는 자신의 분신이 아니더라는 말, 가정 도우미 일을 하면서 힘들게 아이들의 학원비를 대는데, 적어도 아이들이 비뚤어게 자라지는 않을 거라는 어느 엄마의 말.
장애 아이를 키운 경험을 통해 ‘장애아 부모회’ 활동에 참여하게 된 엄마, 열린 교육을 고민하면서 대안학교를 손수 만들어내는 엄마들, 아이들 공부에 좀더 신경쓰지 않는다는 남편의 비난에도 흔들리지 않고 마을 도서관을 만들어 운영하는 엄마, 남편과 별거 상태로 두 아이를 키우면서 품앗이 육아법을 전도하는 일에서 사명감을 느끼는 엄마.
최선을 다하되, 실체없는 그것으로부터 휘둘리지는 말자는 것이다. 또한 대안이랄 게 딱히 보이지 않는 이 상황에서 그럼에도 오늘도 우리 엄마들 의샤의샤 해 보자고, 마무리하고 싶다. 스트레스 있기? 없기? 없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