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그림사전 - 우리 아이 처음 만나는
하늘땅 기획, 박수지 그림, 김천용 사진, 박상수 감수 / 은하수미디어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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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몇일 전에 큰아이가 “엄마 터질 포, 자 어떻게 쓰는 거야?” 한다. 뜬금없이 ‘터질 포’가 궁금할까, 어디서 들은 것일까, 유치원에서 일곱 살 형들이 보는 마법천자문 때문인가... 무튼 답을 해 주려는데 터질 포라는 한자는 어떻게 쓰는 거였던지 상상도 안 되고, 다만 단서가 될 만한 부수 하나만(불火) 생각나는 거다.(맞냐고 묻지 않기, 아직도 터질 포의 정체를 밝혀내지 못함이여ㅠㅠ)  그래서 아이가 한참 어릴 때 사뒀던 먼지 켜켜이 앉은 이 한자 그림 사전을 꺼냈다. 터질 포는 없었다. 그렇지만 이게 계기가 되어서 아이가 이 그림 사전에 대문짝 만하게 나온 글자들을 써보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기가 물 수, 한 일, 두 이, 메 산, 이런 거 쓸 수 있다고 아는 척 한다. 유치원에서 2주에 한번씩 한자 쓰기 수업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프린트물 한 장에 글자 몇 개 따라 쓰기 해오는 게 다여서, 글자를 제대로 익힐 거라는 기대는 안 했는데, 비록 획수가 몇 안 되는 단순한 한자들 서너 개 아는 게 전부라고 해도 말이다. 

그래서 마찬가지로 아이가 한참 어릴 때 사뒀던 한자 노트를 꺼내 준다. 내가 옆에서 이런저런 코치를 해 주는 것에 살짝 짜증을 내는 아이라서 획수 순서 나온대로 따라 쓰면 된다고 일러주고, 좀 지켜 보다가 아이 등 뒤에서 쪼글치고 드러누웠다가 잠깐 잠이 든 것 같다. 이십여분 지난 것 같다. 둘째 아이가 내 등 위에서 널을 뛰는 와중에도 쪽잠자고 있었는데, 그 강도가 점점 심해서 일어났는데, 큰아이가 100칸짜리 노트 한 페이지에 한자를 제법 잘 써,,,아니 그렸다. 나는 아이에게 뭘 써보라고 한다거나 그려보라고 한다거나 하는데 주저하는 편이다. 내가 “이건 이렇게 써야 하는데, 왼쪽에서 오른쪽 위에서 아래야.” 라거나 하는 말들을 해 주면, 바로 아이가 안 하겠다고 하고 나와서 말이다. ^^;;

한자 그리기(?) 실력이 신통하게 느껴져서 내가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짓자, 아이가 뿌듯한 만면의 미소를 흘리며, 책 마지막 장 글자까지 써보겠다고 한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고 내일 하자고 달래서, 어제까지 3일 동안 한자를 그렸다.

아빠 보여 드리자고 하면서 아빠가 뭐라고 칭찬의 말씀을 해 주실지 기대에 찬 눈치다. 그러나 술을 드시고 들어오신 아빠는 아이가 노트를 가지고 가 디밀자, 보지도 않고, 응 그래, 하고 씻고 들어가 주무신다.

실망했다고 하기도 아무렇지도 않다고 하기도 그래도 만족한다고 하기도 어려운, 그런 아이의 표정이 묘하다. '기대하는 칭찬은 듣지 못해 다소 아쉽기는 하지만, 뭐 쩝... 그래도 나 자신에 대해 기뻐.' 이런 것이었나.  

어제는 비로소 술을 약간만 드시고 귀가하신 아빠에게 두번째로 노트를 보여 드렸는데,  "응, 그래" 하고는 화제를 전환한다. 

남편은 내가 호들갑을 떤다고 생각하고 균형감을 주겠다는 의도인가?  나는 잘한 것은 칭찬하는 게 동기부여라고 생각하고 말이다....잘 모르겠다... 아이가 신통한 일을 해낼 때, 어떻게 칭찬하고 받응해야 하는지도 부모로써 공부할 일이다.  알아얄 게 넘 많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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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11-12-16 0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터질 `폭`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