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공지영 지음 / 오픈하우스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70쪽
왜 그랬는지 나는 모른다. 다만 나는 생각했다. 천국이 있다면 혹 이런 느낌은 아닐까, 짧은 인연, 상대방이 잘된들 내게는 아무런 대가가 없는 인연에도 지극히 마음을 쏟아주는, 그래도 당신들에게는 아무런 보탬도 뺄 것도 없어서 결국은 보탬이 되고야 마는 그런.

80쪽
철저한 자기 본위의 생활은 대인관계에 있어서 극히 비정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 비정한 자기 본위의 생활에 틈이 생기거나 흠결이 생기면 수도는 끝장이 나고 선객은 태타(兌惰)에 사로잡힌 무위도식배가 되고 만다. 자기 자신에게 철저하게 비정해야만 견성의 길이 열리는 것이다. ....비정 속에서 비정을 씹으면서도 끝내 비정을 낳지 않으려는 몸부림. 생명을 걸고 생명을 찾으려는 비정한 영혼의 편력이 바로 선객들의 생태다.
진실로 이타적이기 위해서는 진실로 이기적이어야 할 뿐이다. 모순의 극한에는 조화가 있기 때문일까.  
                 지허 스님, 선방 일기 
 

108쪽
나는 저 젊은이들의 앞날이 밝으리라 장담할 수 없다. 세상은 수도원이 아닌 것이다. 나 역시 다시 젊어지고 싶지는 않다. 젊다는 것은 인간에게 주어진 형벌이라고 나는 아직도 주관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너무나 많은 가능성이 있다는 원칙과, 그것은 어디나 가능성일 뿐 우리가 택할 길은 몇 개 안 된다는 현실과의 괴리가 괴로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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