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잘 키운다는 것 - 소아정신과 최고 명의가 들려주는 아이들의 심리와 인성발달 아이를 잘 키운다는 것 1
노경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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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자기 담임반(중2)에서 치른 교내 논술 경시대회인지 수행평가인지 하는 답안지를 집에 가져와서 채점하고 있었다. 담당 과목은 과학이지만, 반에서 잘 쓴 답안 2개를 추려야 하는 것은 담임 몫이라고 한다. 옆에서 슬쩍 보다가 깜짝 놀라게 하는 답안을 보았다. 일단 1500자 원고지 두 장의 상단 하단 여백 그렇게 네 군데 큰 글씨로 이렇게 써 있었다.




“선생님, 다 읽어 보기는 하는 건가요?”

“글씨만 보고 읽기 싫다고 빼놓지 마세요!!!”

“설마 읽지도 않고, 글씨 잘 쓰는 여자아이들 거 뽑는 건 아닌가요?”

“반드시! 반드시! 반드시!  절대! 절대! 절대! 절대! 꼭! 꼭! 꼭! 꼭! 꼭! 읽을 것!!!”


하두 악을 품어대면서 읽으라고 썼길래, 나도 한번 읽어봤는데, 글씨가 사선으로 날아다녀서 내용 파악하는 데 애로사항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논제는 “지역이기주의”와 “관용”에 관한 것이었는데, 이 아이의 답안은 해결점이나 지향하는 바는 전혀 없고, 우리 사회가 썩을대로 썩었다. 양심도 없다. g20개국 중에서 꼴찌다. 수치다. 형편없다. 한심하다. 국회의원들 완전 개싸움, 저런 뭣만도 못한 ***, 과 같은 내용들로 1500자 원고지 두 장을 빼곡하게 채웠다.

흔히 기성 세대들이 정치판을 향해, 혹은 한국인들의 근성을 비하해 말할 때 쓰는 그것들을 그대로 모두 모아 답안에 옮겨 온 것이었다.




“이 아이는 좀 무섭다, 어떤 아이니?”




과학, 영어 영재반에 있는 아이이고, 평가나 점수에 목숨 걸다시피 기를 쓰며 하고, 본인에게 아주 조금이라도 손해가 난다고 판단되면, 엄청나게 항의하고, 점수와 관계 없는 대외 행사를 참여시키려 하면, 뭔가 부당하다는 얼굴로 매사에 임해서, 좀 힘든 아이라고 했다.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해도, 종례 끝나기 무섭게 학원 뺑뺑이 돌아야 한다고 해서 터럭 만큼도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는 아이. 밤열시든, 자정을 넘긴 시간이든 가리지 않고 미안한 기색도 없이, 핸드폰 문자로 학급 전달 사항을 확인하는 것이나, 수업 내용 질문을 하고, 답변해 주면, 인사 답문자도 없이 그것으로 땡.
한번은 문자에 답변을 안 했더니, 학교에 가서 자기 문자를 왜 씹으시는거냐며 항의를 했다는;; 

그러니까, 공부가 세상 전부인 줄 아는 아이인거다.

이렇게 좀 별난 아이들의 얘기를 들으면, 그들의 부모는 어떤 분들일까 호기심이 일어난다. 그래서 물었더니, 어머니를 학교 행사 때문에 뵌 적이 있는데, ‘그 어머니에 그 아들’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일례로, 어머님들이 순번 정해서 도우미 활동을 해 주시는 행사가 있었는데, 어머님들끼리 각자 스케줄에 맞게 가능한 담당 날짜를 정하기 위해 1지망, 2지망, 3지망으로 희망 날짜를 말씀해 달라고 부탁했나보다. 그런데 이 어머니는 1~3 지망까지 같은 날짜였다고 한다. 자신은 조율의 여지가 없다는 뜻. 동생이 덧붙이기를.

“그래도 바쁘신데, 참여해 주시겠다 하신 게 고맙지!”

이 아이가 공부를 잘 하는 것은 맞는데, 공부만 잘 하는 아이이다.

부모님이 아이 공부에만 신경 쓰다보니, 인성도 포기하고 어쩌면 결과적으로는 아이의 행복마저 포기시킨 케이스가 아닐까? 늘 어딘가 불만 가득한 얼굴이 그에 대한 반증이다.

이 책은 우리가 아이에게 1차적으로 물려 주어야 할 것은, 공부 잘하는 방법 같은 게 아니고, 아이가 다른 사람과 행복하게 잘 지내는 능력이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아이의 사회적 성공과 부, 같은 것을 일단은 포기하라고 한다면 너무 순진하게 들리는 말이 되겠지만, 분명한 것은 성격 좋은 사람이 되는 길이 아이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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