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Q84 1 - 4月-6月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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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8쪽

문화인류학의 목적 중 한 가지는 사람들이 품은 개별적인 이미지를 상대화하고, 거기에 인간에게 있어 보편적인 공통점을 찾아내어 다시 그것을 개인에 피드백하는 것이야. 그렇게 함으로써 인간은 자립적이면서도 어딘가에 속한다는 포지션을 획득할 수 있거든.




524쪽

전철역까지 걸어가면서 아오마메는 세계의 기묘함에 대해 생각했다. 노부인의 말처럼 우리가 단순히 유전자의 탈것에 지나지 않는다면, 어째서 우리 인간 중 적지 않은 자들이 그토록 기묘한 형태의 인생을 살아가는 걸까. 우리가 심플한 인생을 심플하게 살고, 쓸데없는 건 생각하지 않고, 그저 생명 유지와 생식에만 힘을 쏟으면, DNA를 전달한다는 그들의 목적은 충분히 달성될 게 아닌가. 인간들이 복잡하게 굴절된, 때로는 너무나 이상하다고밖에는 생각할 수 없는 종류의 삶을 사는 것이 유전자에 과연 어떤 메리트가 있다는 것일까.




617쪽

‘선구’라는 교단은 세속적인 가치를 부정한다고 그럴싸하게 떠들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세속보다 더 노골적인 계급사회야. 간부와 말단이 확실하게 구분되어 있어. 학력이 높다거나 전문적인 직업 능력을 갖고 있지 않는 한, 간부는 될 수 없어, 리더를 만나 그의 지도를 받거나 교단 시스템이 중추적인 일에 관여할 수 있는 건 간부 엘리트 신자로 한정되어 있는 거야.  나머지 ‘그밖의 여러분’은 내야 할 돈 내고 맑은 공기 속에서 부지런히 수행을 하거나 농사일에 땀을 흘리는 한편, 메디테이션 룸에서 명상에 잠시는 살균된 나날을 보내는 것뿐이야. 양 떼하고는 다를 게 없어. 양치기와 개의 관리를 받으면서 아침에는 방목장으로 인도되고 저녁에는 숙소로 돌아온다, 라는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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