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불편 - 소비사회를 넘어서기 위한 한 인간의 자발적 실천기록
후쿠오카 켄세이 지음, 김경인 옮김 / 달팽이 / 2004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 한국 독자분께 > 중에서 

세상에는 당신의 능력(용모나 학력이나 부모님의 부와 명예 등, 사회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할 속성을 포함한) 을 높이 사줄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 일 관계로 연관된 사람의 대부분이 그렇다. 하지만 당신의 존재 자체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능력만을 평가해주는 사람들은, 당신이 능력을 상실하게 되면 떠나간다. 그러므로 그런 사람들의 평가에만 모든 것을 걸고 살다 보면, 당신이 능력을 발휘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을 때는 더 이상 살아갈 수 없게 된다.  

이 책을 읽음으로써, 소비문명으로 인해 잃어버렸던 것들 중에 더없이 소중한 뭔가가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고 실천할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 결과, 당신의 인생이 조금이라도 풍요로워졌다고 느낄 수 있게 된다면, 그 보다 더한 기쁨은 없을 것이다.   

 

 

170쪽
시게마츠 : (...) 현대 문명이라고 하는 것은 좋은 것만 좋아하고, 더러운 것 싫은 것은 전부 외면해버리고 있잖아요? 하지만, 그런 더럽고 싫은 것 안에도 뭔가 구원이, 인간을 안심시켜 주는 뭔가가 반드시 담겨 있다고 생각해요. (...)
후쿠오카 : 더러운 것, 싫은 것을 생활에서 배제시킬 것이 아니라 순순히 받아들이고, 자연순환의 구성원으로 인정함으로써, 자기 자신도 더러워도 좋다, 흠이 있어도 좋다고 생각하게 된다. 즉 자신을 긍정할 수 있게 된다는 말씀이시죠? (...)
시게마츠 : 좋은 것만 취하고 산다면, 인간의 정신도 정화되지 않게 되는 것 같아요. 이것은 좋은데 저것은 아니라고 부분적으로 평가된다면, 인간은 결국 분열되고 말 테니까요. 나는 이대로 좋다. 더러움이나 흠집까지 포함한 이대로의 나라도 좋다고 생각할 수 있어야지요.

272쪽
타인에게 싸고 편한 것을 요구하는 것은, 자신도 누군가에 의해 싸고 편리한 것을 요구받고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
그럴수록 소비자들이 그런 것을 소비하지 않고 외면하게 될 때, 비로소 사회는 변하게 될 겁니다. 자기는 여유 있는 삶을 살기를 원하면서, 타인에게는 싸면서 편리한 물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추궁하는 것은 모순이 아닐 수 없지요. 그런데도 싸고 편리한 물건이 있으면, 저도 모르게 손이 가고 말죠. 그게 가장 어려운 부분이에요.

275~276쪽
유럽에 가보면 3층 도로를 흔히 볼 수 있어요. 길이 3개의 층으로 나 있어서, 맨 아래는 자동차, 중간 층은 자전거, 가장 높은 곳은 보행자 전용의 길이죠.

320쪽
확실히 사느냐 마느냐는 자유라고 말하면서, 전화가 없으면 학교 연락망에서 빠지기 십상이고, 시골에 살면서 자가용이 없으면 생활이 자유스럽지 못하고, 기운 옷이나 유행이 지난 옷을 입으면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고, 유명 대학을 졸업하는 것이 장래의 인생설계가 쉬워지고, 그래서 결국은 어쩔 수 없이 자진해서 사게 되고 마는 거죠. 이반 일리치가 말했듯이, 상품이나 서비스에 의존하게 됨으로써, 사회 속에서 주체화된다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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