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은행가
무하마드 유누스 외 지음, 정재곤 옮김 / 세상사람들의책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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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156쪽
그라민 은행은 사람이 정직하다는 전제 조건에서 출발을 한다. 행여 우리가 순진하다고 할는지 모르지만, 우리는 이런 신념하에 엄청난 양의 서류를 작성해야 하는 수고를 덜고 있다. 그리고 우리의 이러한 신회는 99%의 원금 상환율로 보답받고 있다.
우리 은행엥서 돈을 빌리고 갚지 않는 비율은 불과 1%를 넘어서지 않는다. 게다가 우리 은행은 이런 경우에 있어서도 돈을 갚지 않는 사람을 부정직한 사람으로 보지않는다. 우리는 특별한 개인적 사정이 있어서 돈을 갚지 못했을 뿐이라고 간주한다. 실상이 이러한데, 도대체 무엇 때문에 변호사를 찾아나서는 수고를 한단 말인가? 융자의 0.5%는 원금을 상환 받지 못하지만, 이는 어찌할 수 없는 불가항력이 아닌가?

301쪽
그라민 은행은 언제나 격렬한 논란을 불러일으켜 왔다. 좌파는 우리 그라민 은행이 미국의 사주를 받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자본주의의 싹을 심으려 하는 음모 집단이라고 비난하였다. 좌파는 그라민 은행의 목표가, 가난한 사람들로 하여금 사회에 대한 절망과 분노를 없애게 함으로써 혁명 의지를 초토화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공산주의를 신봉하는 어느 대학교수가 나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당신들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마약을 조금씩 나눠 주는 셈입니다. 그들은 정치 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갖지 못하도록 말이지요. 가난한 사람들이 융자를 받으면 밤에 잠이나 편히 자고, 아무런 불만도 표출하지 않게 되지요. 혁명 의지는 모두 사라지고 말입니다. 그라민 은행은 혁명의 적입니다."

305~306쪽
발전과 성장을 동일한 것으로 보거나 아니면 적어도 이 둘 사이가 내적으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보는 사람들은, 여러 사회계층들이 마치 객차 칸처럼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기관차가 앞으로 전진을 하게 되면 나머지 객차들이 같은 속도로 뒤를 따르게끔 되어 있다고 여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여러 사회계층은 같은 속도로 전진하지도 않을 뿐더러, 만일 방심을 하게 되면 서로 다른 방향을 뿔뿔이 헤어져서 나가는 경우도 생기기 때문이다.

319~320쪽
나는 전세계적으로 가난이란 사실 경제적 문제라기보다 의지의 문제라고 언제나 생각해 왔다. 또한 가난이 오늘날까지 사라지지 않고 있는 까닭은 우리가 가난으로부터 눈을 돌리고 충분한 관심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우리 자신은 가난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스스로가 가난을 직시하지 않으려는 방책으로 우리는 그저 가난한 사람들이 더욱 더 일을 해야 한다고 부르짖을 따름이다. (...) 진정한 해결책은 우리 모두가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우리가 누리는 똑같은 기회를 제공해 주고, 우리 스스로 이들과 똑같은 무기를 들고 세상과 싸울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377쪽
역설적이게도 돈을 매개로, 돈으로써 이루어지는 우리의 소액 융자는 사실상 돈과는 근본적으로, 본질적으로 무관한 것이다. 소액 융자란 사람들로 하여금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돕는 것이다. 소액 융자란 경제적 자산이 아니라 인간적 자산을 일깨우는 수단이다. 소액 융자는 우리 인간이 가진 꿈을 일깨움으로써, 가난한 사람들로 하여금 인간 존엄성과 존중의 마음을 갖도록 만들고 스스로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도록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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