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연애의 달인, 호모 에로스 - 내 몸을 바꾸는 에로스혁명 인문학 인생역전 프로젝트 6
고미숙 지음 / 그린비 / 200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16~17쪽
차는 것과 차이는 건 동일한 사건이다. +- 방향만 다를 뿐, 일종의 어긋남을 겪어야 한다는 점에선 다를 게 없다. 단지 역할만 다른 셈이다. 그리고 결별의 진짜 이유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 굳이 원인ㅇ르 찾는다면, 시절인연이 어긋난 탓이라고밖에는. (...)
그러니 이 역할에서 더 불리한 건 먼저 결별을 선언하는 쪽일 수 있다. 왜냐하면 계속해서 가책과 회한을 짊어지고 다녀야 할 테니 말이다. 차이는 쪽은 그 반대다. 처음엔 힘들지만, 시간이 지나면 곧 후련해진다.

43쪽
순정이 과잉이라면, 냉소는 과소다. 아주 다르게 보이지만, 실은 깊이 상통한다. 무엇보다 사랑에 관한 비관주의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
그런가 하면, 냉소의 백터는 그 반대다. 자기 안에 웅크리고 있으면서 절대 일정한 선 이상을 허용하지 않는다. 선을 넘는 순간, 바로 밀쳐 낸다. 그 경계선을 어떻게 아느냐구? 그러니 그거 계산하느라 머리가 깨진다. 겉으로야 지적이고 냉철한 듯 보이지만, 그런 건 지성이 아니라, 잔머리다. 그리고 그렇게 머리를 굴려 대는 이유는 지극히 간단하다. 자의식을 침범당하는 게 두려워서다. 자신을 온전히 내보이는 게 겁이 나서다. 그렇다고 내면에 대단한 무엇이 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그래서 더 완강하다. 그 두려움의 표현 형식이 바로 냉소다.

83쪽
소위 좌파들은 여전히 혁명과 개혁을 오직 경제적 분배의 문제로만 사유하고 있다. 경제적 분배와 평등이 이루어지면, 삶의 질은 자동적으로 보장되리라고 간주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삶과 존재의 충만함에 관해선 별다른 비전이 없다. 특히 사랑이나 성에 대해선 어떤 보수주의자 못지 않게 상투적인 도덕과 윤리적 틀 안에 갇혀 있따.

157쪽
"연애를 하는데 남자친구 때문에 너무 괴로워해요. 근데, 왜 헤어지지 않느냐구 해더니 대답이 아주 재밌어요. 몇 년이나 사귀었지만, 이 남자가 아직도 이해가 안 된다, 최소한 이해를 한 다음에 헤어질 작정이다. 그래야 인생에 대해 뭔가 알게 되지 않겠냐 이거죠" 이 정도의 뚝심은 있어야 한다. 이게 바로 관찰하는 연애다.

248쪽
무상성을 인정하지 못하는 그만큼 번뇌는 증폭된다. "흘러가는 물을 보면서 흐름을 보지 않고, 물만 본다. 무상과 상 사이의 간극만큼 고(苦)가 발생한다."(정화스님) 다시 말해, 무상한것을 붙들려고 하는 그만큼이 고통이라는 뜻이다. 니체가 망각 능력을 강조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 망각한다는 건 사실 자체를 잊어버리는 건망증이나 기억상실증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사실이 환기하는 정서적 배치에 끄달리지 않음을 의미한다.
이렇게 말하면, 그냥 수동적으로 혹은 냉소적으로 흘려보내라는 뜻처럼 들릴지도 모르겠다. 아니다, 절대!" 기억하되, 기억을 떠난 영역에 머무르면"(정화스님) 된다.

266쪽
이탁오의 말 가운데 이런 게 있다. "스승이면서 친구가 아니면 스승이라고 할 수 없다. 친구이면서 스승처럼 배울 게 없다면 역시 친구라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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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고미숙, 몸과 우주의 유쾌한 시공간 '동의보감'을 만나다
    from 그린비출판사 2011-10-21 11:48 
    리라이팅 클래식 15 『동의보감,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출간!!! 병처럼 낯설고 병처럼 친숙한 존재가 있을까. 병이 없는 일상은 생각하기 어렵다. 누구나 그러하듯이, 나 역시 살아오면서 수많은 병들을 앓았다. 봄가을로 찾아오는 심한 몸살, 알레르기 비염, 복숭아 알러지로 인한 토사곽란, 임파선 결핵 등등. 하지만 한번도 병에 대해 궁금한 적이 없었다. 다만 얼른 떠나보내기에만 급급해했을 뿐. 마치 어느 먼 곳에서 실수로 들이닥친 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