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의 탄생 - 나는 왜 다른 사람과 다른 유일한 나인가
주디스 리치 해리스 지음, 곽미경 옮김 / 동녘사이언스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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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0쪽
진화 심리학은 인간의 마음을 다윈주의적 선택의 산물로 간주한다. 얼핏 보면 인간의 개성과는 하등 상관이 없어 보인다. 대체로 진화심리학자들은 인간의 차이에 그리 관심이 없다. 외려 모든 인간의 공통점에 관심을 둔다. 진화심리학자 스티븐 핑거의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의 경우를 보자. 제목이 모든 것을 말해 준다. 핑거의 책은 내 마음이나 여러분의 마음이 어떻게 작동하는가에 관해서가 아니라, 모든 사람의 마음이 어떻게 작동하는가에 관해 적고 있다. 표준적인 장치에 관한 것이지 임의적인 것에 관한 것이 아니다. 내 마음과 여러분의 마음을 달리 작동하게 만드는 마음의 작은 울림에 대해서가 아니다.
스티븐 핑거는 진화심리학자들 가운데에서도 예외에 속한다. 최신작 <빈 서판>은 다음과 같이 시작된다.

"사람들은 누구나 다 인간 본성에 관한 나름의 이론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예측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무엇이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는지에 대한 이론이 필요하다."

지당한 말씀이다. 하지만 인간 본성 이론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문제다. (중략)
요는 이렇다. 나와 이메일을 주고받는 어느 지기의 아들인 매슈는 최근 격식을 차친 디너 파티에 참석한 많은 사람들 앞에서 여자친구에게 청혼을 했다. 다행히 앨리슨은 청혼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거절했다면 어떠했을까? 아니면 생각해 보겠다고 하거나 다른 남자를 가리키며 "차라리 저 남자가 낫겠다"라고 말했다면? 그 많은사람들 앞에서 망신살이 뻗칠 위험을 감수하다니 얼마나 용감한가, 하고 나는 생각을 했다. 
그런 다음 어느 순간, 매슈가 상황을 정확히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앨리슨의 대답을 전혀 확신하지 못했다면 그때 그 자리에서 그렇게 청혼하지 않았을 것이다. 앨리슨의 행동을 미리 알아차린 매슈의 예견은 인간 본성에 대한 이해, 말하자면 여자는 결혼하고픈 본능적인 충동을 지닌다는 깃의 이론에 근거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앨리슨을 그만큼 알고 있었다는 얘기다. (중략)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치가 않다. 우리는 특정한 타인의 행위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그들을 움직이는 것이 무엇인가를 알아야 한다. 비행기로 사무실 빌딩을 들이받는 사람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없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사람들의 행동에는 개인차가 있고 이러한 개인차는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다.

209~210쪽
환자의 어릴적 부모 형제와의 상호작용의 역사에서 현재의 불행의 근원을 찾는 전통적인 심리치료는 소시지로 소시지를 만드는 공장이나 마찬가지다. 심리치료사들은 환자에게 부모 형제와 있었던 어린 시절의 경험을 일깨워 여기서 연상되는 감정을 활용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부모가 들려주는 말은 가족 관계가 아이의 성격을 형성하고 어쩌면 손상을 가할 수도 있을 만큼 강력하다는 치료사의 믿음을 강화시킬 공산이 크다. (...)
(...) 효과적인 치료 형태는 사람들의 과거사가 아니라 현재의 문제에 초점을 맞추는 것임이 연구를 통해 드러났다. 모든 심리적 장애는 유아기와 아동기의 경험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이러한 경험의 복구가 심리치료의 필수 요소하는 심리치료의 기본 전제는 현재 공공연하게 의문시되거나 간혹 거부되기도 한다.

335쪽
다들 예상하다시피 잘생긴 사람들은 자기 주장과 자신에 대한 확신이 좀 더 강한 편이다. 어느 실험에서는 참가한 여성 피험자에게 무례한 대우를 한 것은 물론이고, 가짜 인터뷰를 하는 도중 연구원이 방을 먼저 나가버리기까지 했다. 매력이 떨어지는 여자들은 그냥 앉아서 기다리다가 평균 9분이 지나서야 불만을 제기했다. 반면에 매력적인 여성들은 3분 20초만에 불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이처럼 강한 자기주장을 초래한 것은 잘생긴 외모 그 자체가 아니라 잘생긴 외모가 갖는 사회적 영향이다.

389쪽
최근에 행해진 어느 실험에서 피험자들은 집단으로부터 따돌림을 당한다는 생각이 드는 정보를 받았다. 그 직후에 실시한 뇌 스캔에서 뇌의 두 부위가 활성화된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 전방대상피질과 우측복측 전전두엽피질은 신체의 통증에도 역시 활성화된다. 그 결과 따돌림 역시 아픔을 준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지위가 떨어져도 역시 아프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처럼 말이다.

396쪽
이 책을 쓴 목적 가운데 하나는 연구와 관련하여 건전한 회의(懷疑)를 던져 주는 것이었다. 연구원들도 인간이다. 실수를 한다. 그들에게도 저 나름의 꿈과 욕구와 신념이 있다. 연구를 한다는 것은 많은 작업을 요하며, 순수하게 호기심만으로 행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연구원도 생계를 꾸리거나 명성을 갈고 닦거나 자신에게 특별한 어떤 이론을 입증하거나 혹은 경쟁 이론을 반증하려고 애쓴다. 어쩌면 그것 전부일 수도 있고.

398쪽
진화심리학자 제프리 밀러가 최근 어느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훌륭한 이론은 증거를 앞서 가야 합니다. 목을 기다랗게 빼고는 이렇게 말해야 하죠.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세상이야'라고. 그리고 그것을 검증하는 문제는 오롯이 타인의 몫으로 남겨 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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