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VS 사람 - 정혜신의 심리평전 2
정혜신 지음 / 개마고원 / 2005년 2월
평점 :
절판


28쪽
동일한 경험을 했다고 해서 그로 인한 고통이나 기쁨 같은 감정조차 똑같은 것은 아니다. 미국의 연구자들은 동일한 물리적 자극에 대한 통증의 정도가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을 실험을 통해 증명했다. 그동안 의료계의 통념은 그것이 심리적 요인에 의한 차이일 것이라는 쪽이었는데, 실험을 해보니 동일한 자극에도 어떤 이들은 더 극심한 통증을 호소한느 것은 뇌의 특정 부분이 남들보다 더 활성화되기 때문이었다.


126쪽
문호근 씨가 사회활동을 하면서 일의 성과가 좋지 않아 안달할 때면 아버지 문익환 목사가 하던 말이란다.
"이놈아, 관 뚜껑에 못질 할 때 알아보는 거야."

152쪽
사람에게는 '자아 동조적(ego-syntonic)' 측면과 '자아 비동조적(ego-dystonic)' 측면이 있다. 원래 자아 동조적/자아 비동조적이란 개념은 정신과에서 성격장애와 신경증(노이로제)을 구분할 때 중요한 잣대가 된다. 청결과 반복적 확인, 정리정돈에 집착하는 두 질환인 강박증과 강박성 성격 장애를 예로 들어 설명하자면 이렇다. 하루에 수십 번 손을 씻어야 직성이 풀리는 '강박증' 환자는 본인도 괴로워한다. 안 그러고 싶은데 계속해서 그런 행동을 반복하게 되는 자신의 행동이 힘들고 짜증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자아 비동조적'이다. 그래서 치료받기 위해 스스로 병원을 찾는다. 그러나 '강박적 성격'을 가진 사람은 '자아 동조적'이다. 건강을 위해서라도 청결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며 하루 종일 걸레를 들고 살며 쉴새없이 닦고 또 닦는 것도 단지 집이 더럽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안 그러는 남들이 오히려 비정상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에 대한 갈등이 없다.

165쪽
김민기는 몇 년 전 어느 인터뷰에서 "난 아직 '현재 진행형'이야. 지난 것 가지고 폼 잡고 있을 시간이 내겐 없어."라고 말했다. 나는 그 말을 들으면서 문득 그가 미대 입시생 시절 또래의 경쟁자들에게 주눅이 들어 데생이 진척되지 못하고 질척거릴 때 그의 데생 선생이 그에게 했다는 한마디를 떠올린다.
"네가 자꾸 지우는 것은 네가 그릴 것이 있기 때문이다."

247쪽
'당신이 가장 원하는 삶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명확한 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게 뭔지 잘 몰라서다. 자신의 무의식적 욕구에 집중하면 '자기'의 실체가 보인다. 그렇게 발견된 '자기'의 실체가 설사 초라해 보이기까지 해도 그것은 큰 문제가 아니다. 남들이 보기엔 지극히 평범하고 남루해 보이는 촌부에 불과하지만 그게 '내 어머니'일 경우 내게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니까 진정한 개성이란 물리적 차별화에서 비롯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내면과의 본질적인 조우가 가능한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선물인 셈이다.

278쪽
어린 시절 어느 날의 아버지를 회상하는 손석희의 육성으로 그 해답 혹은 소망을 여운으로 남겨보자.
"아버지는 당신 앞에 나를 불러 앉히시더니 내게 법(法)을 한자로 써보라 하셨다. 물수(水) 변에 갈거(去), 물이 흐르는 이치대로 양심이 편한 쪽으로 행동하면 그것이 곧 법과 같다는 말씀이셨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