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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 라이프 - 우리가 꿈꾸는 또 다른 삶
쓰지 신이치 지음, 김향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0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둘째를 낳고, 한참 정신없을 때 읽었던 책이다. 그 당시는 (시간을 유용하게 활용을 못해서인지도 모르지만) 느긋하게 뭔가를 적을 여유가 통 없었다. 하루가 무섭게도 짧다고 느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무엇을 했는지도 모르게 시간이 흘러가는 것이다. 왜 아무것도 안 했겠는가?
큰애 씻기고, 먹이고 입혀서 데리고 유치원 차 태워 보내고, 시간 맞춰 아이와 기 싸움하며 억지춘향 약 먹이고, 데리고 병원 다니고, 둘째 젖먹이고 씻기고 달래고, 아이들 옷 특유의 손빨래꺼리들 처리하고.....
이런 일들을 일답지 않은 일이라고 여기니까, 이런 일을 처리하는 데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는 것 같고, 하루는 너무 짧으며 빤하고 고되기 그지 없는 것만 같았던 것이다...
그래서 틈만 나면 자기 암시를 했다.
"잡스러움을 허용하지 않는 삶은 공허하다."
이런 경제적인 것과는 연관되지 않는 소소한 일들이 사실은 인생에 가장 깊은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의미 있는 일일거라고 암시를 하는 것이다. 화가 조지아 오키프의 말처럼 작은 꽃을 들여다 보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친구를 사귈 때 시간이 걸리는 것처럼. 하지만 시간도 걸리지 않고, 조금도 성가시지 않은 일들 속에서 대체 어떤 보람을 느낄 수 있을까?
첫째 삼시 세 끼 잘 먹이려 식단을 고민하고, 병원에 데려가고, 처방 받아온 약을 아이를 구슬려 가며 시간 맞춰 먹이는 일들을 맘 속으로는 피해갈 수도 있었던 잔병치레 아니더냐 하면서 성가시고 속상한 심정으로 초조하게 치뤄내는 나날이었다. 그러나 이런 일들을 처리해 나가면서 아픈 아이를 다루는 기술을 몸에 익히고 있는걸 거라고. 그리고 훗날엔 웃으면서 추억할 날이 오리라는 것.
이 책의 편집상 특징은 본문에 수록된 사진들은 저자가 직접 발로 뛰며 찍어낸 현장의 사진이라는 점, 챕터가 끝나고 '깊이 알기', '이어 읽기' '느림의 철학자들' 등을 통해 연관된 국내 번역서, 연관된 본문의 다른 챕터들 해당 챕터와 관련이 깊은 인물들을 소개하고 있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