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가 되고 살이 되는 500권, 피도 살도 안되는 100권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박성관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다치바나 다카시야 말로, <어느 책 중독자의 고백>의 저자가 꼭 한번 다뤄줘야 할 인물이 아닐까. 
 

20대 전반 졸업하거나 하여 취직을 함으로써 임시 정주지를 정하고 그 정주지에서 직업인으로 10년간이 경과하면 대체로 각각의 영역 안에서 성인이 되며 구실을 하고, 그 시기 안에서 반려자를 찾아 가정을 갖거나 하는 게 표준적인 인생 사이클이라면, 그 시기에 대학과 아파트만 왕복하며 프리터(번역 아르바이트 같은) 일을 하며 오로지 다다미 일곱 장짜리 아파트에서 책만 읽는 청춘표류의 시기를 보낸다. 1974년에 쓴 <다나카 가쿠에이 연구>로 인해 프리랜서 저널리스트로서 인생의 정점을 찍는데, 첫 번째 결혼과 첫아이의 탄생으로 가정을 가지게 된다.  

이 책의 1부는 그의 표현을 빌어 말하자면, ‘수수깨끼 공백 시대’ - 세상에 알려지기 전에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인생 내력-에 대해 쓴 것이고, 이 시기는 지적인 입출력비를 최대한으로 높이 유지하여 지적 자산이 충분히 축적되어 있었다고. 진정한 의미에서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독서가 이루어진 시기라고 한다. 책을 걸신들린 듯 쳐(?) 읽어대고, 친구들과 영화 미술작품 등의 감상에 탐닉하고, 토론을 하고 시간이 생기면 상당 부분을 여행을 하는 데 썼단다. 이 시기에 읽은 책은 고양이 빌딩에 상당 부분이 아직 남아 있다고 한다.

2부는 독서일기다. 1회분에 거론되는 책의 수는 평균 4.7권. 책의 선택 기분은 ‘이거 재밌겠네!’ 말고는 달리 없다고. 그런데 소설과 같은 픽션이나 오락물 쪽은 기본적으로 흥미가 없기 때문에 선택에서 배제된다고 한다. 대체로 진지한 책을 읽는 편이지만, 시덥잖은 책을 읽는 것(내가 생각하기엔 일테면, 독서 일기 중에 들어 있던 <왕들의 섹스>, < 바기나-여성 성기의 문화사> 등등) 도 좋아해서 5퍼센트는 시덥잖은 책이고, 책의 제목도 원래는 편집자의 주장에 따라, '피가 되고 살이 되는 500권'까지만이었는데, '피도 살도 안되는 100권'도 포함하자고 자신이 그랬단다. 
 

 

"성격 분류에 자주 사용되는 유명한 심리 테스트가 모두 말도 안 되는 거짓이라는 것이다. 그것 또한 혈액형과 마찬가지로 근거 없고 지극히 무의미하다는 것, (...) 그러나 왜 사람들은 이토록 엉터리 이론을 옳다고 믿어 버리는 것일까. 그것은 그 테스트를 받는 사람들이 모두 '들어맞네' 하고 철석 같이 믿도록 테스트가 교묘하게 짜여져 있기 때문인데, 여기는 버넘효과(누구에게나 해당되는 애매하고 일반적인 이야기를 자기에게만 정확히 들어맞는다고 믿어 버리는 심리학의 한 현상)가 동원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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